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여름철에는 다치기 쉬워 상처로 인한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 날씨가 더울수록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활발하게 증식해 상처가 제대로 낫지 않고 다른 곳으로 균이 퍼질 수 있어 2차감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상처를 치료하려면 지혈, 소독, 살균, 드레싱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독약의 종류는 크게 알코올, 과산화수소, 요오드, 복합성분 등 네 가지다. 포비돈요오드 사용이 일반화된 1990년대 이전 국내에서는 수은이 함유된 머큐로크롬, 요오드가 함유된 요오드팅크, 과산화수소수, 알코올 등이 소독약으로 주로 사용됐다. 머큐로크롬은 수은 문제로 시장에서 1998년 국내서 퇴출됐다. 요오드팅크는 살균력이 강한 포비돈 요오드에 밀려나 뒷방 늙은이 신세다.
알코올은 손소독에 사용되는 소독제 중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살균에 뛰어난 효능을 가졌다. 소독용 에탄올은 세포 내부의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의 단백 성분을 응고시켜 무력화함으로써 살균효과를 나타낸다. 흔히 사용되는 손소독제의 원료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에탄올 70~80% 수용액이 소독용으로 쓰인다. 이보다 에탄올 농도가 높으면 세균의 표면만 굳혀버려 알코올이 세균 깊숙이 침투하지 못한다. 손상된 피부를 자극해 세포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크고 깊은 상처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살균력의 지속적인 효과가 없으며 수분 증발 및 피부 건조가 나타날 수 있다.
휘발성이 강해 상처가 없는 주사 부위의 피부소독에 주로 사용한다. 과산화수소와 달리 자체적으로 소독 및 살균력을 가져 핀셋, 가위 등 기구를 소독하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자극이 강해 상처난 피부나 화상 부위에 바르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반복해서 피부에 바르면 지방막을 녹여 피부를 거칠게 만든다.
대형병원급에서는 최근 에탄올 대신 이소프로필 알코올(이소프로판올)을 많이 쓰는 추세다. 알코올 스왑은 흔히 볼 수 있는 1회용 알코올 솜이다. 에탄올 대신 이소프로필 알코올이 들어있다. 에탄올보다 피부자극이 덜해 소아용 상처소독제로 적합하다. 신생아 배꼽 소독에도 쓰인다. 휴대가 간편해 야외활동 등에 갖고 다니면 유용하다. 소독 효과 지속성이 없어 일회용 밴드를 붙일 만큼의 작은 상처 소독에 써야 한다.
이소프로필 알코올은 무색의 휘발성 액체로 인화성이 있으며 물, 에테르, 아세톤 등에 잘 녹는다. 에탄올과 비슷한 반응성을 보인다. 2차 알코올로서의 특징도 갖고 있으며 산화하면 아세톤이 된다. 주사 전 피부소독용으로 70% 이소프로필 알코올이 이용된다.
요오드 계열 소독약은 빨간약으로도 불리며 대표적으로 요오드팅크, 포비돈요오드 등이 있다. 요오드팅크는 요오드·요오드화칼륨·에틸알코올 혼합물로 알코올로 요오드를 녹여 낸 액체다. 자극성이 강하고 피부 침투력이 높다. 많이 사용하면 피부 껍질이 벗겨지면서 급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가 있다. 과거엔 멍이 들거나 삔 부위에 사용했지만 효과가 없다.
포비돈요오드는 소독약에 함유된 요오드의 산화작용을 통해 미생물 세포를 산화시켜 파괴한다. 요오드팅크의 업그레이드판으로 요오드팅크보다 요오드 함량은 적고 알코올은 들어있지 않다.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포자균, 원충, 이스트균 등 대부분의 미생물을 박멸한다. 아직까지 요오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없어 수술 전 피부 소독에도 많이 사용된다.
과산화수소수, 알코올 등보다 피부나 점막에 덜 자극적이라 피부 표면에 약한 상처가 났거나 경미한 화상을 입었을 때 효과적이다. 마르는 과정과 마른 후 붉은 색이 지속되는 6~8시간 동안 살균 효과가 유지된다. 하지만 피부표면을 염색시키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인체에 흡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영아, 임산부, 산모 등은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피부에 흡수된 요오드는 갑상선 기능이 미숙한 태아나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드물지만 상처에 발랐을 경우 타는 듯한 느낌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포비돈요오드는 올해 초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과산화수소는 세균, 고름, 혈액 등에 분해·생성된 발생기 산소가 살균작용을 한다. 과산화수소수(H₂O₂)의 분자 구조는 물(H₂O)에 산소가 하나 더 붙어있는 형태다. 이를 상처에 바르면 물과 산소로 분리되면서 하얀 거품이 생긴다. 이때 떨어져 나가는 산소가 활성산소 형태로 주위의 병원균을 죽인다.
과산화수소가 물과 활성산소로 분해되려면 반드시 상처가 있어야 한다. 상처 부위의 혈액과 피부세포의 ‘카탈라제’ 효소가 결합해야 물과 활성산소로 분해되기 때문이다. 과산화수소에서 분리된 활성산소는 강한 독성물질로 병원균은 물론 정상세포도 파괴한다.
체내 ‘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 효소가 활성산소의 피해를 막아주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해 상처가 더디게 회복된다. 따라서 과산화수소는 큰 상처보다는 작은 상처에 써야 한다. 또 피부조직으로 스며드는 성질이 약하고 살균력도 오래가지 못한다.
머큐로크롬은 상처에 발라도 자극이 없어 유아 상처에 많이 쓰인다. 미국, 한국 등에서는 수은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시판이 금지됐다. 191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의사였던 영 박사에 의해 실용화됐다. 2%의 메르브로민과 98%의 물로 이뤄져 있다. 국소자극이 약하고, 독성도 약하며, 살균력도 그리 강하지 않다.
이외에 니라미드는 경구용 살균제로 개발됐지만 부작용이 많아 외용 살균제로 전환됐다. 가루약으로 고름이 많고 진물이 난 상처 및 습진에 뿌린다. 칼에 베이거나 찢어져서 피가 날 때는 효과가 없다.
소독약은 상처에 자극적이고 단기간 작용해, 소독 후에는 항생제가 포함된 연고를 발라야 한다. 심하게 더럽거나 쇠로 된 물체에 의해 상처가 나 염증 등이 동반된 경우라면 파상풍 등이 의심되므로 의사의 진료를 받아 상처를 치료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