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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연예인 홍보대사의 명과 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23 12:05:16
  • 수정 2015-06-26 1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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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평원 송일국 씨 홍보대사 위촉 … 최근 5년간 정부 70억원 지급, 연예인 돈벌이 수단 전락

일부 공공기관이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에 과도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방만경영,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비효율적 업무처리시스템 등은 개선하지 않은 채 대외적 이미지에만 신경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을 수 있다. 이들 기관은 정부 부처 중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의 조사결과 최근 10년간 각 정부 부처는 총 59명의 연예인 홍보대사를 임명하는 데 70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부었다. 이 중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홍보대사에 22억1420만원을 지급했다.
이밖에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홍보대사 4명에게 11억7700만원, 농림축산식품부는 6명에게 10억1800만원을 썼다. 대한주택보증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8곳이 8억110만원, 강원랜드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 5곳이 5억3660만원, 통계청 4억3000만원, 고용노동부와 산하기관 3곳이 2억980만원, 특허청 1억7600만원 등 순이다.

심평원은 연예인을 통한 스타마케팅을 선호하는 기관 중 하나다. 2007년엔 배우 이선균 씨, 2008~2014년엔 조재현 씨가 심평원 홍보대사로 활동했으며 올해엔 ‘삼둥이 아빠’ 탤런트 송일국 씨가 1년간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
송 씨는 현재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 아버지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1년간 ‘TV·라디오 캠페인, 옥외·온라인광고, 간행물·지면광고’ 등 심평원의 주요사업 및 국민이 필요로 하는 유익한 제도와 정보 등을 알릴 예정이다.

연예인 홍보대사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송 씨의 경우 얼마를 받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통 연예인의 ‘급’에 따라 지불 액수가 달라진다. 즉 인지도가 높거나 잘 나가는 연예인일수록 지불해야 하는 모델료가 많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비를 결정할 때 임명 기관이 연예인의 소속사와 바로 접촉하는 게 아니라 광고대행사를 통해 대개 연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행사가 연예인 쪽에 금액을 제시하거나 인기나 지명도를 따져 위촉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사기업이 아닌 정부기관과 시민단체의 홍보대사는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며 대부분 명예직으로 공익성이 높다. 돈보다 명예나 참여만으로 의미를 둘 수 있지만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게 사실이다.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연예인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홍보대사인 이승기 씨로 2010~2011년 2년간 총 5억70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조재현 씨(4억9500만원), 임현식 씨(4억8000만원), 가수 김장훈(3억7500만원), 걸그룹 원더걸스(3억7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공영방송 KBS 소속 이정민, 조수빈 아나운서는 각각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1억1000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7500만원을 받았다. 연간 1억원 이상 보수를 받고 캠패인 광고를 찍거나 위촉된 연예인 홍보대사는 총 24명에 달했다.

공공기관과 연예인들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 같다. 공공기관은 딱딱한 이미지를 연예인을 활용해 단기간에 쉽게 바꿀 수 있고 연예인은 ‘개념배우’라는 수식어와 함께 깨끗하고 신뢰도 높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대사로 위촉된 연예인이 비도덕적인 사건에 휘말리거나 돌발행동를 하는 경우 오히려 기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예컨대 한우 홍보를 했던 가수 이효리 씨는 갑자기 채식 선언을 해 축산 농가 및 관련 기관을 당황케 했다. 마약류인 암페타민 밀반입 논란을 겪은 ‘2NE1’의 박봄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홍보대사로 활동해왔으며, 연예병사 부실복무 논란을 야기한 가수 상추는 2013년 병무청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단순히 대중성과 인기에 기댄 홍보대사 정책은 바뀔 필요가 있다. 과도한 홍보대사 위촉비와 일부 연예인의 잘못된 언행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연예인 홍보대사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 비용부터 줄이고, 예산을 복지사각지대 개선 등에 사용해야 한다.
굳이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활용하겠다면 해당 연예인의 인성과 자질을 철저히 평가하고, 기관과 연예인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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