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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일동 간의 주식 통한 주주 대결, 양사 모두 이득 봐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6-14 19:22:23
  • 수정 2020-09-14 12: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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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십자 캐나다 공장 투자비 확보, 일동제약 경영권 승계 문제 해결

녹십자가 지난달 29일 일동제약 주식 735만9773주(29.36%)를 전량 매각한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제약업계 사람이 많다. 양사가 2년 연속 주주총회 표결까지 벌이면서 경영권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승자가 된 연유는 뭘까.

지난달 29일 일동제약 주식 매각가는 주당 1만9000원으로 결정돼 녹십자는 약 1398억원을 확보했다. 녹십자는 2012년부터 총 738억원을 투자해서 일동제약 주식의 29.88%를 인수한 뒤 다시 팔아  66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어 1년 남짓한 사이에 89.4%의 이익을 올렸다.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 1월 1만5100원에서 3개월 뒤 1만9050원으로 올랐으며 지난 5월 28일에는 2만5750원을 기록했다.

녹십자가 확보한 자금은 캐나다 퀘벡주 테크노파크 몬트리올 산업단지에 투자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혈액제제 설비 착공에 들어가 2019년부터 상업생산에 착수한다. 이 회사는 국민연금으로부터 622억7970만원, 캐나다 퀘벡주 정부로부터 222억4275만원을 투자받았다. 총 투자금액은 1870억원 규모로 이번 수익에 365억원 정도만 더 투자하면 된다.

녹십자는 과거 독과점 시장에 가까운 백신산업에 진입해 1등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았만, 기업 인수와 매각를 통한 이익으로 회사 성장을 견인한 비중도 적잖다. 이 회사는 2001년 상아제약을 인수하면서 일반의약품 시장에 나섰다. 상아제약의 대표제품인 어린이 생약성분 소화제 ‘백초’(성분명 용담에탄올추출액, 황금연조엑스, 감초엑스, 아선약20%에탄올추출액, 인삼유동엑스, 황련·황백50% 에탄올추출액, 육계70% 에탄올틴크)는 어린이 소화정장제 시장의 90%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애견인들 사이에 동물약 대신 먹일 정도다.

이 회사는 2003년 ‘비타민C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지분율을 70%까지 확대해 경영권을 가져왔다가 단순재무투자로 전환한 뒤 HS바이오팜(현재 경남제약)에 팔아 3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2003년엔 녹십자홀딩스가 대신생명을 인수해 녹십자생명(현 현대라이프)으로 편입했고, 이를 다시  2013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해 약 680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2006년 노환규 전의협 회장이 운영하던 노바메디카를 인수해 녹십자헬스케어로 편입시켜 건강관리체크를 해주는 ‘워키 디’ 등을 보험사들과 제휴해 틈새시장에 판매하는 다각적인 시장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2012년에는 항암제 세포치료기업 이노셀을 인수해 ‘녹십자셀’로 사명을 바꾼 뒤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녹십자셀은 2014년 12월 2만3950원에서 지난 12일 기준 6만5345원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간암치료제 ‘이뮨셀-엘씨’는 2007년부터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았고, 2008년부터 5년간 간암 및 뇌종양 치료제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 치료제는 가스트로엔테로로지(Gastroenterology) 6월 호에 간암 환자의 사망위험을 79% 낮춘다는 논문이 발표돼 판매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창립초부터 사업분야를 공격적으로 확장한 결과 현재 진단시약 제조, 인삼발효물 제조, 의약품 제조·판매, 유전자 분석, 혈액 진단업, 건설업, 축산업 등에 진출해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공격적으로 인수할 당시 업계의 시각은  ‘건강관련 분야 중 유일하게 전문약만 빠져 있어 완벽한 토털 헬스케어그룹으로 나서고자 일동제약을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새로 영입한 사외이사인 M&A와 금융분야에서 최고 중의 최고로 불렸던 김앤장 출신 박준 서울대 교수를 녹십자의 사외이사로 선임해 합병에 대한 확신은 점점 커져갔다. 일각에선 회사 내부에 이미 일동제약 인수팀이 있다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소문이 퍼져나갔다. 작년 일동제약이 주주총회에서 진행하려던 지주회사 분할을 막자 주가는 폭등했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녹십자로부터 일동제약 주식 전량을 인수해 경영권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일동은 녹십자 측이 가지고 있던 모든 주식을 상호 매매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녹십자로부터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기존에 보유한 지분 32.52%(1대주주 및 관계인)에 새롭게 인수한 지분 29.36%를 더해 총 61.88%의 지분을 확보, 안정적 경영권을 다질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일동은 투자사업 부문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투자를 맡기고, 의약품사업 부문은 의약품 등의 제조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구조를 통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를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지배적 구조를 갖게 되지만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보면 지주회사 전환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 허일섭 회장 집안과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집안은 과거부터 친했던 사이로 이번 M&A와 관련해 갈등과 알력이 굉장히 큰 것처럼 외부에 비쳐졌다. 하지만 결국엔 서로 윈윈(WIN-WIN)하는 성과를 올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일동제약 주총장에서 지주회사 분리가 부결됐음에도 이정치 회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게 기억난다”며 “당시엔 영업9단인 이정치 회장의 배포로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미소의 속뜻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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