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공포로 지역 보건소마다 메르스 의심자 또는 환자들이 몰리자 정작 독감 및 폐렴 백신을 예방접종받아야 노인 등의 접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많은 노인들이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진 대학병원을 기피해 지역 의원을 찾아가도 대부분 고열 기미가 있으면 환자를 외면하게 되면서 보건소로 환자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 선거를 의식하는 지역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보건소 방문을 추천하면서 보건소로 환자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

메르스 관련자 전국 상황은 13일 현재 확진환자 126명, 사망 13명, 격리 3805명, 확진자 중 퇴원 7명이지만 어느 병원에 몇 명이 격리 치료중인지, 어느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일단 지역보건소부터 찾아가는 경향이다.

국민들은 메르스가 의심될 경우 응급실로 가야하는지, 호흡기내과나 감염내과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는 상황이다. 메르스 유행지역에서 모기에 물렸는데 메르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글도 포털게시판에 쇄도하고 있다. 정답은 응급실 방문이 우선이고, 모기와 메르스 감염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데도 관련 정보의 부재와 안내가 미온적이기만 하다.

서울시의 경우 보건복지부 지정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서북병원·서울시어린이병원·은평병원·동부병원·북부병원·보라매병원·서남병원 등 8개 병원, 25개 보건소 등에서 메르스 관련 진료를 보고 있다.

경기도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분당서울대병원, 경기도가 지정한 수원 의료원 외에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명지병원, 일산백병원, 광명성애병원, 한양대구리병원, 지샘병원, 원광대산본병원, 김포우리병원, 뉴고려병원, 남양주한양병원, 현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부천성모병원, 다니엘종합병원, 세종병원, 분당제생병원, 아주대병원, 성빈센트병원, 동수원병원, 시화병원, 센트럴병원, 고대안산병원, 한도병원, 단원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안양샘병원, 강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오산한국병원, 동탄성심병원, 안성의료원, 의정부의료원, 이천의료원, 파주의료원, 포천의료원 등 34개병원과 5개 공공의료기관, 46개 보건소에서 메르스 관련 환자를 받고 있다.

성남보건소의 경우 지자체장이 성남시 거주자에 한해 고위험군이 아닌 의심자이더라도 진료를 받아주고 있다. 이 경우는 지자체에서 내린 결정으로 다른 지역주민들에 대한 확대 진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보건소를 비롯한 일선 의원에서 폐구균백신과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 관련 환자가 보건소로 몰리면서 접종대상자들이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경기도 김포 거주 최 모씨(68)는 “폐렴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되면 합병증 등으로 사망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접하고 있지만 메르스에 걸릴까봐 보건소 가기가 두렵다”며 “메르스 유행이 끝나면 그때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거주 배 모씨(73)는 “강남 일대에서 메르스가 유행한다고 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보건소 가서 예방접종 받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들었다”며 “독감백신과 폐구균백신을 접종받고 싶지만 당분간 보건소는 근처에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제약업계는 메르스가 수그러들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나 돼야 폐렴구균 및 독감 백신에 대한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사장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욱이 가을 이후 접종자가 일시에 몰릴 경우 환자 부작용 모니터링이 소홀해지거나, 며칠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 때문에 접종포기자도 생겨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