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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이유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5-06-02 09:30:54
  • 수정 2015-06-04 10: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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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로 극심한 열등감 느낄 때 심리적 치료효과 커 … 자존감 상승 병행 안되면 무용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외모 프리미엄이 연봉을 높여준다?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붕대를 감은 중국인들과 똑같은 얼굴을 한 20대 한국 여성 몇 명과 함께. 눈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왜 그렇게 어색했을까.
‘성형수술’이라는 현대 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아름다움을 정의하는데 수학 공식을 넘어선 사고가 필요하다. 부모 몰래 알바로 번 돈으로 마치 머리를 염색하듯 동네병원에서 당일에 수술받고 나오는 10대들을 종종 본다. 이들을 겁 없이 성형수술받는다고 혼낼 수 있을까.
아름답게 태어난 것은 귀한 선물이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부여해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인류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외모가 뛰어나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지만, 못생긴 외모로 인한 불이익은 잘생긴 외모로 얻는 ‘외모 프리미엄’보다 10% 이상 더 크다고 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회사에서 뽑는 진짜 이유는 2005년 Olson의 연구에서 증명됐다. 매력적인 얼굴들을 화면에 1초 동안 띄웠을 때 매력적이지 않은 얼굴보다 긍정적인 단어들에 대한 반응시간이 향상되었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며,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가 더 잘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이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선언할 때 부모가 준 외모를 운명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은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모라는 제한된 부분만이라도 조정함으로써 최소한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얻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이유

성형수술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는 여성들을 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정신과 의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지원자들을 상담하면서 수술 전후 우울증 점수의 급격한 변화에 나 또한 깜짝 놀랐었다. 항우울제를 처방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모의 변화가 낮아진 자존감을 한순간에 드높인다니 성형외과의사들이 진정 ‘칼을 든 정신과의사’인가.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하는 것은 외모뿐만 아니라 환자의 내면세계, 세계관, 삶에 대한 태도 등을 총괄한 것이다. 과거 노예들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성형수술. 노예의 낙인이 지워지면서 과거의 자기 모습은 이제 없어지는 의미였다. 외적인 변화가 내면의 트라우마까지 완전하게 제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변화를 향한 동기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성형수술의 심리학적 효과는 평균 6개월 정도만 유지됐다고 보고한다. 이후의 삶은 자기 인생의 꿈과 그것을 이뤄가려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다. 꿈이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다. ‘나다운 꿈’은 꿈을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하나씩 시도해가다보면 어느 위치에 도달한 나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성형수술을 마친 지원자들에게 적성·진로검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자존감은 외모뿐 아니라 인정받음, 사회적 위치, 성공으로 강화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작은 성취들을 경험하지 못하면 수술 후 외모에 집착하게 되면서 ‘연예인 누구’와 같은 얼굴이 되고 싶다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게 된다. 이런 경우 상담자로서 “어디 한번 해보자”가 아니라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해줘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코나 신체 부위를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자신의 독특한 외모에 만족해한다. 특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외모라 해서 인생에서 성공하는데 전혀 지장을 주진 않는다. 반복적으로 얼굴에 손댄 20대 여성은 진료실에서도 계속 거울을 보면서 자기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약점이 있더라도 스스로를 좋게 여기고 적응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내 얼굴도 내 인생도 마음에 안드는 것이었다. 수술 이후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여기지 못하면 부정적인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고 직업적으로도 성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코가 휘어져 있다고 강박증을 느껴 거울을 너무 자주 보는 30대 남성도 만났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코 부위에 신경쓰는 것 같이 느껴져서 사람들 시선이 의식된다고 했다. 신체이형장애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기까지 성형수술을 여러 차례 반복해 받았고 성형외과 의사들과 소송 중이었다.
성형중독이 된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상상도 못한다. 성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성형수술 전후 정신과 상담이 병행되어야 한다. “다들 이것만 쳐다본다고요. 이 징그러운 흉터를 보세요. 무슨 흉터를 말하는 거죠? 이것 때문에 너무 못생겨 보여서 미치겠어요.” 이들은 자존감이 낮아진 환자의 전형이다. 그 상처를 제거해주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가거나, 모자를 눌러쓰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에 빠진다. 신체이형장애는 성형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이들 중 10%에 해당되니 수술만이 해답이 아닐 것이다.

마음의 상처까지 제거해주어야

여성의 자존감이 낮다고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요인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외모를 비하했던 경험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들을 건넨다. “어제 라면 먹고 부었니? 얼굴이 왜 그래. 요즘 살찐 것 같은데” 외모에 대한 언급은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이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 있다. “옷 예쁜데 잘 어울려. 10년은 젊어 보인다” 이런 사소한 칭찬은, 거짓말일지라도, 들었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실제 외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자존감이다.
초등학교때 전교에서 가장 예쁘다는 소리를 듣던 동창은 ‘어린이 미스롯데’ 선발전까지 나갔다. 20대의 그녀를 오래전 까페에서 만나 깜짝 놀랐다. 자신이 기대한 모습대로 살지 못했다는 게 외모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반면 학교 다닐 때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외톨이 소녀가 20년 후 자신감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외모 개선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운동, 직업의 성취, 성공한 결혼생활 등을 통해 충분히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성형수술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러 정신과에 찾아와서 약을 처방받거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심리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신체상과 수술을 결심하게 된 동기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얼굴은 자기 자신의 역사를 나타낸다.
성형수술을 받거나 한 사람은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얼굴을 갈아치우면 내 인생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때 소중했던 젊었을 때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여성스러움을 한번쯤 강조하기 위해, 신체적인 상처나 관계의 상처를 떠올리는 일들을 완화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희망한다.
어떤 사람은 인생이 안풀린다고 홧김에, 얼굴만 고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망상적 믿음에서, 버림받은 아픔을 감추기 위해, 배우자나 남자친구의 배신을 복수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수술을 결정한다. 심지어 다른 여자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성형 부위가 남의 눈에 잘 띄느냐 아니냐 하는 정도와 무관한 경우도 있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의식적인 동기도 숨겨져 있다. 외모의 결함이 심각해 어려서부터 열등감이 극심하다면 성형수술 전 마음의 수술을 받아야 수술의 결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다.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심리치료의 효과

외모를 좋게 하려는 노력은 실제로 우울증이나 다른 스트레스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화장이 잘 먹거나 머리를 새로 한 날, 실제로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 경험을 해보았는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좀더 예뻐보이면 뇌에서 쾌락중추를 자극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자세도 당당해지고 더 자주 웃게 됨으로써 외모가 미묘하고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한다. 그 결과 기분뿐만 아니라 외모도 더 보기 좋아진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화를 내거나 슬픔을 느낀다면 장기적으로 미간주름이 영구적으로 패여서 정말 화난 얼굴이 되어 버린다.
자신감이 좀 더 생기고 기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암병동에서 화장을 시켜주는 봉사단체가 있다. 코수술을 받고 행복해진 한 여성이 자살기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남편을 만났다. 취업이 되지 않았던 남성이 수술후 일자리를 얻었다면 외모를 가꾸려는 노력을 ‘허영심’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워지는 노력은 단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평생에 걸쳐 자기자신을 바라보고 좋은 점들을 찾아내려는 심리치료와 같은 법이다. 수술 후 외모가 나아지거나, 심지어 완벽한 미의 기준을 만족하게 되어도 매력적이 되란 법은 없다. 매력적인 것은 단지 외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의 상태, 곧 자존감에서 우러나오게 돼 있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거나, 직장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함으로써 매력이 넘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고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만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들도 긍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정말로 아름다운 사람은 바로 이런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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