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르스증후군과 감기처럼 증상은 비슷한데 다른 질병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게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과 길랑바레증후군이다. 일교차가 큰 요즘과 같은 때 허리에 통증이 있었던 사람들은 잦은 기침과 함께 허리통증이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기침을 할 때 복압이 증가하면서 자리를 이탈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동자생한방병원의 김동조 원장은 “감기 증상이 후 이유 없는 허리통증과 다리의 무력감, 마비 증상이 느껴진다면 단순히 허리디스크만을 생각 할 것이 아니라 길랑바레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조 원장은 이와 관련된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 ‘보건의료대체의학(ALTERNATIVE THERAPIES IN HEALTH AND MEDICINE)’에 발표했다.
길랑바레증후군이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이다. 대개 연간 인구 10만명당 0.8~1.8명 정도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모든 연령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성인에게 더 흔하게 발생한다. 대부분은 2개월에서 18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지만, 하지만 발병환자의 20%는 휠체어나 보행기를 사용해야 하는 운동장애를 일으키며, 5% 미만의 환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대부분 감기나 가벼운 열성 질환 등의 증상이 발생 한 후 평균 10일 전후에 갑자기 팔 다리에 마비가 찾아 온다. 주로 운동 신경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감각 신경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발병 초기에 다리의 발 쪽부터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시작되고, 수일에 걸쳐 다리의 허벅지 쪽으로 마비가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 다리가 팔보다 심하게 마비된다. 1~3주에 걸쳐 운동마비가 진행하지만, 드물게는 수일 만에 정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감기와 몸살 이후 찾아오는 허리통증, 다리 저림이나 마비 증상이 허리디스크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X-ray나 MRI 검사 상 허리디스크가 관찰되는 경우 오진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조 목동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허리디스크 수술 권유받은 50대 중년 여성에서 길랑바레증후군 확진’ 관련 Case Report를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ALTERNATIVE THERAPIES IN HEALTH AND MEDICINE에 발표했다.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54·여성)는 몇 일 전 심하게 감기몸살을 앓고 난 뒤 허리통증이 심해 지면서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종아리가 터질 듯 아픈 증상이 찾아 왔다. 걸어 다니기도 힘들고 집안 일 조차 손을 놓게 되니 걱정이 되어 자신과 유사한 증상을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감기를 앓을 때 기침을 많이 했는데 기침 때문에 허리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본 김 씨는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은 김씨는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의사로부터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비수술로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는 한방병원을 다시 찾아갔다. 한방병원에서도 MRI 검사 결과를 보고 허리디스크 진단을 내렸고, 입원을 통해 집중치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입원 이틀째부터 다리 마비 증상이 악화되어 아예 걸어다닐 수 없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손과 팔까지 저림 증상이 찾아왔다. 한방병원에서는 환자의 증상을 관찰한 결과, 일반적인 허리디스크 증상과는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경추(목)부근 MRI 검사를 통해 척수신경의 문제와 다른질환을 배제한 후에 진행하는 상행성 마비의 특징을 가진 길랑바레 증후군을 찾아 내고 그에 맞는 한방치료를 실시하였다. 환자는 허리디스크 증상과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비수술 한방치료를 2주간 받은 후 퇴원 하였고, 이후 허리통증과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인한 팔·다리 마비 증상이 차츰 호전되어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김동조 원장은 “길랑바레증후군은 발병증상이 자칫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 쉽지만 보존적 치료를 하며 시간을 두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면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섣부른 수술로 환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었지만 환자의 현명한 선택으로 한방치료기간 동안 길랑바레 증후군을 찾아냈으며, 한의학적 대증치료로 환자의 길랑바레 증후군과 허리디스크를 모두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척추병원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일부 병원들은 질환의 정확한 검사와 보존적 치료기간을 무시하고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입원진료가 가장 많았던 질병은 바로 허리디스크(기타 추간판장애 27만9000명)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약 18%(4만2000명)가 증가했으며, 5년 전에 비하면 약 73%(11만8000명)가 증가한 것으로 허리디스크로 인한 입원환자의 증가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것을 확인 시켜 준다.
허리통증이 심하거나 다리에 마비증상이 찾아와 거동이 힘들어진 환자는 자칫 평생 걸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극심한 통증 때문에 성급한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허리디스크는 통증을 잘 제어한다면 환자의 95%이상이 보존적인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한번의 성급한 선택은 환자가 수술에 대한 부담을 평생 짊어져야 하며, 자칫 ‘허리수술 후 증후군’이라는 만성통증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생한방병원의 길랑바레증후군 환자케이스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허리통증이나 하지마비, 혹은 팔과 손의 무력감은 추간판장애 이외에 다른 질환에서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수술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기간 이상의 보존적 치료 기간을 유지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 하고 정확한 치료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