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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한반도 덮은 메르스 공포, 전염률 낮지만 치사율 40% 달해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6-01 17:40:15
  • 수정 2015-06-03 17: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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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스와 달리 신장기능 급감해 사망 … 환자 25%서 오심설사 등 소화기계증상 동반

지난해 에볼라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하더니, 최근엔 메르스로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환자와 최초로 접촉한 뒤 경기도내 한 지방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1일 사망하면서 두려움이 더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이 환자의 사인이 메르스와 관련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사망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바레인에 체류한 뒤 귀국한 68세 남성이 국내 첫 감염 사례가 됐으며 정부의 늑장대응 탓에 현재 확진자는 18명, 격리 대상자는 682명으로 급증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마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인터넷 등엔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미군기지내 탄저균이 발생원인이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담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해 발생한다. 2~14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난다. 임상 증상이 비슷한 질환으로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있지만 전파력은 더 낮다. 사스가 침방울에 포함된 바이러스로 전파돼 급속도로 여러 국가로 퍼진 것과는 달리 메르스는 사람간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전염시 신장기능이 빠르게 저하돼 사스보다 사망률이 5배 가량 높다. 현재까지 중동·유럽 23개국에서 환자 1142명이 발생했고 465명이 숨졌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의 치사율은 약 40%로 지난해 이슈가 됐던 에볼라바이러스(50%)와 견줄만하다”며 “메르스가 주목받는 이유도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메르스가 사스 등에 비해 전염성은 낮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메르스의 감염병 재생산지수(reproduction number)는 1 기준으로 0.6 수준이며, 전염성이 강한 홍역의 경우 12에 달한다. 재생산지수가 1이면 한 사람의 감염자가 한 명의 2차 감염자를 만든다는 의미다. 숫자가 클수록 전염력이 높다.

메르스는 공기 중으로는 전파되지 않고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온 미세한 물방울인 비말이 다른 사람에게 튀는 과정을 통해 감염된다. 의학적으로 환자와 2m 이내 공간에서 1시간 가량 접촉(밀접 접촉)하면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에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5분간의 밀접 접촉만으로 전파가 이뤄지면서 정확한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호흡부전,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당뇨병, 암, 만성폐질환, 만성심장질환, 만성신장질환 등을 앓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서 주로 발생한다.
김 교수는 “주요 증상으로는 거의 모든 환자에서 고열이 나타나고 환자의 25%에서 오심, 구토, 설사, 복통 소화기계 증상이 동반된다”며 “폐렴 등 호흡기계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발생하고, 혈액검사에서 림프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이 확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바이러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로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중동 지역을 방문했던 사람들에 의한 유입 사례가 다른 비중동 국가에서도 확인됐다.
전파 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만과 이집트의 경우 낙타에서 메르스바이러스의 항체가 발견됐고, 카타르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접촉했던 낙타에서 메르스바이러스의 RNA가 발견돼 낙타가 인체에 감염을 전파하는 주요 숙주로 생각된다. 실제로 발병자의 30%는 낙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권준욱 메르스중앙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차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와 접촉한 이들을 모두 추적 조사해 격리 관찰 대상자가 급증했다”며 “격리 시설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면 신속하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B의료기관이 중소병원급 규모라 감염 관리에 충실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벌어진 상황은 지역사회에서 무작위로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진게 아니라 다 의료기관이라는 공간적으로 제한된 곳에서 발생한 일종의 군집 발생”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을 여행할 땐 낙타·박쥐·염소 등 동물과의 접촉을 삼가야 한다. 중동 방문 후 14일 내에 호흡기 이상증상이 있으면 즉시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평상시엔 손을 잘 씻고, 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화장지·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게 좋다.

의료진은 환자 진료 전후로 반드시 손을 씻고 손소독을 시행한다. 비누로 충분히 씻고 비누가 없으면 알콜 손세정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의심환자를 진료할 때는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N95이상의 호흡마스크를 써야 한다. 장갑과 1회용 가운, 고글 등 개인보호장비도 착용한다. 체온계와 청진기 등 환자 진료도구는 매회 사용 후 소독이 필수다. 의심 환자는 즉각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고, 격리병상 시설을 갖춘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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