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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에 이어 이젠 유자맛 ‘순하리’ 시대? … 여성층 노린 과일맛 소주 대박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6-01 09:54:39
  • 수정 2020-09-14 13: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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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달만에 1000만병 판매 … 증류주에 당류·향·색소 추가한 ‘리큐르’, 소주보다 4~5도 도수 낮아
순하리는 부산·경남지역 공략을 위해 출시됐지만 소주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아 여성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지난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을 맞았던 식품업계에 유자향 소주인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이하 순하리)가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3월 말 롯데주류가 시장에 선을 보인 이후 출시 한 달 만에 약 150만병 판매 돌파에 이어 지난 25일에는 약 1000만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순하리는 199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레몬소주처럼 유자맛이 강하게 풍기는 칵테일 소주다. 소주 특유의 쓴맛을 유자향이 덮는다. 하지만 병의 모양이나 색이 영락없는 소주지만 국내 관련 규정상 소주가 아니다.

일반 소주는 ‘희석식 소주’나 ‘일반 증류주’로 식품 유형이 분류되지만 순하리는 증류주에 당류, 향, 색소 등을 추가해서 만든 술인 ‘리큐르(liqueur)’에 속한다. 성분표에는 ‘유자청장농축액 0.033%, 합성착향료(유자향)’이 적혀있다. 과일주스 제조 때 넣는 과일 농축액이 들어간다. 알코올 도수도 14도로 ‘부드러운 처음처럼’(17.5도)보다 낮다.

순하리는 애초에 부산·경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지역은 이미 무학의 ‘좋은데이’가 강자로 군림해왔다. 현재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참이슬’을 내세운 하이트 진로가 1위, ‘처음처럼’이 주력 상품인 롯데주류가 2위, 무학이 3위다. 무학은 2006년 ‘좋은데이(16.9도)’를 내놓아 ‘순한 소주’ 시장의 문을 열고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을 70% 가까이 올렸다. 부산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롯데는 유자맛 소주를 통해 좋은데이를 잡으려 출시했다.

롯데주류 측은 레몬, 오렌지, 유자 등 비슷한 향미를 가진 과일 중 유자를 선택한 이유로 은은한 맛을 꼽앗다. 유자는 요리사들이 고급스러운 풍미를 넣고자 할 때 흔히 쓰는 식재료다. 레몬의 경우 자극적인 신맛으로 알코올과 만났을 때 쓴맛이 더욱 강조된다. 과즙은 열을 받으면 색이 변하기 때문에 순하리에는 열처리를 하지 않은 유자과즙이 여과돼 넣어졌다. 주스 제조업체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주류에 적용됐다.

순하리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소주에 과일향을 첨가한 ‘가향주’ 수출 현황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된 200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약 2000만달러 매출(2013년)을 돌파했다. 2009년 10만달러, 2010년 20만달러, 2011년 30만달러, 2012년 1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다가 조사 4년만에 약 200배가 늘어난 셈이다. 가향주 수출의 증가는 소주의 주력 수출 시장인 일본에서 저도주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3~4년전 막걸리 열풍을 주도했던 일본 젊은층과 여성층 사이에서 막걸리 인기가 한풀 꺾이고 달콤하고 마시기 편한 저도주가 대세로 떠올랐다. 또 가향주는 사자마자 마실 수 있도록 캔이나 병에 담아 파는 술인 RTS(Ready To Serve) 주류군에도 딱 들어맞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주나 위스키 등 고도주를 마실 때 유리잔에 얼음, 물, 음료수, 차 등을 섞는 ‘미즈와리’ 문화가 발달했다. 최근 물에 희석하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는 RTS 주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의 가향주 성공으로 대형 주류업체들이 국내에도 과일맛 소주를 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1일까지 부산·경남 지역을 제외한 음식점과 술집에서는 순하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만 소량으로 물량이 풀려 수도권에서는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롯데주류 측이 의도적으로 물량을 조절했다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 허니버터칩 광풍에서 나타난 희귀성 전략을 통해 입소문을 키워 소비자들을 우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손님들의 원성을 직접 들어야하는 음식점이나 술집 업주들의 불만을 컸다. 

주류업계에서는 순하리 열풍에 대해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롯데주류의 최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는 과일맛 소주 열풍을 지켜보고 잇는 모양새다. 이번 수요가 얼마나 오래 갈지 동향을 지켜본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이미 2012년 한정판으로 출시한 ‘참이슬 애플’이 완판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달달한 소주에 빠진 소비자들은 같은 맛을 구현하겠다며 각종 음료와 소주를 섞어 자신만의 레시피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웅진식품의 ‘내사랑 유자C’는 순하리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다. 이 제품에 저도 소주인 ‘순한 처음처럼’을 1대1 비율로 섞으면 순하리와 흡사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홍초는 몇년 전부터 새로운 소주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믹스 제품으로 선호됐다. 청정원이 선보인 ‘홍기사’의 경우 소주 칵테일을 위한 전용 제품으로 소주에 섞어 즐기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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