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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임신 후 발견된 암 … 엄마는 무조건 아기 포기해야 할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5-19 17:55:19
  • 수정 2015-05-27 1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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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치료해야 태아·산모 악영향 줄어… 태아기 화학·방사선요법, 정신·심장발달에 영향없어

임신 중 암으로 인해 임신 종결을 해야 하는 경우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는 임신 전반기에 진행성 말기암 진단을 받았거나, 임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등 제한적이다.

고대하던 임신 후 암이 생겼다면 엄마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임신 유지를 포기하고 암 치료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힘들더라도 임신을 유지하다 출산 후 암 치료를 받아야 할까. 병원에 가보면 의외로 임신 중인 암 환자가 많다. 이들은 암으로 진단받는 순간 ‘그럼 아이는?’이라는 생각에 아득해진다.

최근 암으로 진단받는 임신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석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1994~2012년 내원한 임산부 4만7545명을 분석한 결과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9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 1만명당 19.1명꼴로 암 진단을 받은 셈으로 국가암정보센터 2010년 암환자 등록현황에서 여성 1만명당 29.7명 꼴로 암에 걸린다는 통계에 비춰보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해마다 임신 중 암 발생은 고령임신과 맞물려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1994~1999년 암 진단 임신부는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2005년 33명, 2006~2012명 46명 등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암 종별로는 자궁경부암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방암 16명, 소화기암 14명, 혈액암 13명, 갑상선암 11명, 두경부종양 7명, 난소암 6명, 폐암 3명, 기타암 3명 순이었다.

임신 중 암이 발견된 모든 산모가 반드시 치료적 유산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석주 교수는 “임신 중 암은 드물긴 해도 증가세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임신한 상황에서 암으로 진단받아도 아이와 산모 모두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임산부라고 해서 검사나 치료를 미루고 무조건 참는 것은 오히려 산모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암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모는 방사선의 위험 때문에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기 어렵기 때문에 골수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암은 발생 부위, 병기, 임신주수 등에 따라 진단 및 치료법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종양학과, 혈액내과, 산부인과 등이 협진하면 산모와 아이를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임신 초기인 5개월이 넘어가면 태아를 감싸는 자궁막이 독한 항암제를 막아주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몸의 세포와 조직이 오로지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임신 중 암으로 임신 종결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는 임신 전반기에 진행성 말기암 진단을 받았거나, 임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암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등 제한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임신 중 암 발병환자 91명 중 암으로 임신을 종결한 경우는 21명(23.1%)에 그쳤다. 평균 임신주수는 13.6주로 태아의 생존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국한됐다.

반면에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70명은 그대로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마쳤다. 70명 중 44명은 출산 후 치료를 받았고, 26명은 임신중에 수술·항암화학치료·복합치료까지 받았다.

임신 중 암의 치료결과 및 예후도 암의 종류, 병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 중 암 발병환자 91명 중 암으로 사망한 산모는 25명으로 대부분 발견 당시 이미 3, 4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였다.

생존율은 갑상선암은 사망자가 아예 없어 가장 높았다. 이어 자궁경부암 88%, 난소암 80%, 혈액암 75%, 유방암 67% 순이었다. 두경부암, 폐암, 소화기암 생존율은 50% 이하로 나타났다.

최석주 교수는 “같은 암이어도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예후가 좋기 때문에 임산부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서두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산모는 막연히 ‘항암치료가 아이에게 악영향을 줄까봐’ 받지 않을 것을 결심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임신 중에 항암치료를 받아도 태아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14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회의에서 태아기에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에 노출돼도 정신적 발달이나 심장발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태아기에 화학요법에 노출된 어린이 38명과 화학요법에 노출되지 않은 38명의 정신적 발달과 심장발달을 비교한 첫번째 연구에서 2세가 됐을 때 두 그룹은 정신적 발달과 심장 발달이 정상적이었다.

이후 추가적인 연구를 시행해 태아기에 화학요법에 노출되면 장기간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하고 노출된 항암화학요법의 종류에 따라 정신적 발달이나 심장발달에 다른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태아기에 의료 방사선에 노출된 어린이 16명의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전체적인 건강 상태와 신경심리적 건강 상태를 점검했다. 1명은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임신과 관련한 합병증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모두 전체적인 건강과 신경 심리적 건강에 이상이 없었고 행동에도 이상이 없었다.

프레드릭 아만트(Frederic Amant) 벨기에 루벤대병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임신 중인 암 환자 관리의 질을 높이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의사와 환자가 어려운 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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