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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치료, 수면제와 수면유도제 어떻게 다른가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5-02 16:03:15
  • 수정 2015-05-11 16: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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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조디아제핀·졸피뎀 등 수면제, 디펜히드라민·독실아민 등 수면유도제, 멜라토닌은 건강기능식품서 전문약 변신

수면장애란 심신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기억 등 고등 인지기능을 강화시키는 수면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불면증이 대표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수면장애 환자는 약 36만명으로 4년 전보다 57% 증가했다.

불면증과 가장 관련 깊은 진료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로, 불면증에 수면제와 항불안제 등을 주로 처방한다. 환각·각성 및 습관성·중독성이 있는 향정신성수면제인 벤조디아제핀과 졸피뎀 성분의 불면증 치료제는 뇌에서 중추신경의 GABA 수용체에 직접 작용해 수면을 유도한다. 뇌를 마취시키는 것과 같이 작용하기 때문에 숙취효과, 낮시간대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중독성 등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다.

중추신경계 작용 수면제는 약효지속시간(약물 반감기)에 따라 △5시간 미만인 단시간형(트리아졸람) △5∼20시간인 중시간형(테마제팜 로라제팜 옥사제팜 알프라졸람) △24시간이 넘는 장시간형(플루라제팜) 등으로 나뉜다.
수면제는 짧은 시간 작용하는 게 좋지만 그만큼 탐닉성과 교차내성(약효가 비슷한 다른 약을 썼을 때 약효가 제대로 나지 않는 성향)이 쉽게 생기는 단점도 있다.

벤조디아제핀계로는 트리아졸람 테마제팜 플루라제팜 등이 주로 처방된다. 비벤조디아제핀계로는 졸피뎀 조피클론 성분이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처방되는 게 ‘졸피뎀’(zolpidem) 성분 수면제다. 이 약은 벤조디아제핀계 다른 수면제들과 달리 중독성이 비교적 적고 과도한 근이완이나 기상 후 나른함과 같은 부작용도 없어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군이다. 발현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잠자리에 누우면 20~30분 안에 수면상태에 들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취침 직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깨어 있어도 몽유병 상태와 비슷해 전화통화를 하고 기억을 못하거나 자동차운전을 했다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에서 극단적인 행동(자살 또는 자해)을 유발한 사례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몇몇 연예인들의 자살도 이 약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 약은 총수면시간을 증가시키며 자다가 각성하는 시간과 주기를 줄여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중독성이 적다고 하지만, 4주 이상 처방받으면 점차 의존성이 생기게 된다. 가급적이면 단기간 처방받고, 스트레스 등 불면증의 근본원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졸피뎀 성분군에 이어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가 트리아졸람 성분의 한국화이자 ‘할시온’, 명인제약의 ‘졸민’ 등이다.

국내 수면제(중추신경계 작용 전문약) 시장은 2007년 170억원대에서 최근 연간 400억원대의 시장으로 커졌다. 하지만 일부 불면증환자는 불면증을 치료받으러 정신과에 다닌다는 부담스런 시선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거나 최근 출시된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수면유도보조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

약국에서 비처방약으로 판매되는 수면유도제로는 독실아민, 하이드록시진, 디펜하이드라민 등이 있다. 이들 약물은 중추신경계의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해 졸음이 오도록 유도한다. 항히스타민제의 졸림 부작용을 역이용해 수면을 유도하는 약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감기약을 먹으면 잠이 쏟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로 콧물, 비염, 가려움증 등을 가라앉히거나 벌레물린 데에 먹거나 바른다. 초기에 개발된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은 진정작용(sedation)으로 심한 졸음을 유발한다. 이들 약물은 반감기가 2~9시간으로 체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 과도한 졸림은 거의 없는 편이다. 단 불면증치료제가 아니므로 지속적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수면제처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조절하는 게 아니어서 부작용은 덜하지만 구강건조, 심계항진, 시각이상 등이 올 수 있다. 청소년들도 흔히 복용하는데 과량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15세 이상만 복용토록 권고한다. 이들 약물시장은 2008년 3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 12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기존 약과 다른 수면유도 약물도 출시됐다. 광동제약이 2월 출시한 생약성분 수면유도제 ‘레돌민정’과 건일제약이 작년 7월 출시한 멜라토닌 성분의 ‘서카딘서방정’이다.

광동제약 ‘레돌민정’은 스위스 막스젤러(Max Zeller)사 제품으로 길초근(Valerian root)과 호프(Hop) 추출물이 주성분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레돌민정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수면유도물질인 아데노신, 멜라토닌을 적절히 조절해 인체의 본래 수면 사이클 및 구조를 정상화시켜 불면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며 “일과 중 졸림, 정신력 약화, 두통 등 수면제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4주간 임상시험을 한 결과,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입면시간)이 복용 전 평균 56.5분에서 레돌민 복용 4주 후 12분으로 크게 개선됐다. 2주간의 임상시험에서는 야간에 깨어있는 시간이 감소하고, 숙면시간이 증가하는 등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당초 비행기 여행 시차극복으로 쓰이던 멜라토닌은 자연스런 수면을 유도하는 의약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건일제약이 지난해 내놓은 불면증치료제(전문의약품) ‘서카딘’은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생산되고 있는 멜라토닌이 주성분이다.
멜라토닌은 뇌내 송과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주기 리듬상 밤에 해당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밝은 빛이 눈으로 들어가면 시신경을 타고 전달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멜라토닌의 분비는 24시간 주기성을 나타내 낮에 비해 밤에 10~15배 높은 혈중 농도를 보인다. 이런 리듬은 5~10세 때 가장 잘 나타났다가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밤에 분비되는 멜라토닌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서카딘은 내인성 멜라토닌과 유사하게 방출되는 최초의 서방형 멜라토닌 제제로, 55세 이상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서카딘은 55세 이상 불면증 환자 대상 국내 임상에서 복용 후 수면의 질,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전체 수면시간, 수면효율 및 낮 시간대 활동성을 개선한 것으로 입증됐다. 기존 수면제들이 향정신성의약품으로 1회 3~4주로 처방이 제한됐지만 서카딘은 비향정신성의약품으로 1회 13주까지 처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론도 제기된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미국 의사들도 불면증 환자에게 멜라토닌을 처방하지 않는다”며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는 일부 멜라토닌 제제는 동물의 뇌에서 추출해 광우병에 걸릴 위험까지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수면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수면유도제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할 수 있겠지만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수면다원검사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필요한 약을 처방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불면증은 크게 수 일간 잠이 오지 않는 일과성, 수 주간 불면이 계속되는 단기성, 수 개월간 수면장애가 지속되는 장기성으로 나뉜다. 어떤 경우든 주 2∼4회 간헐적으로 복용하는 게 바람직하고 3주 이상 장기먹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나이든 사람일수록 수면제에 느끼는 신체반응이 불규칙해 가급적 반감기가 짧은 수면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불면증은 수면제로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약물의존적 불면증이 더 심화된다. 따라서 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잠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용기있게 48시간 자지 않고 버티다가 곯아떨어져 숙면하는 게 불면증에서 탈출하는 묘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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