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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뒤흔든 드레스 색깔 논쟁 … 흰·금 보이면 색맹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3-20 15:31:19
  • 수정 2015-04-02 16: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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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깔 구별하는 원추세포 기능의 개인차, 유력 원인 … 색맹·야맹증 단정 불가

최근 색상 논란을 일으켰던 드레스 사진. 실제는 파란색 바탕에 검정줄 무늬인데 일부 사람이 흰색 바탕에 금색줄 무늬라고 오인해 시각적 차이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달 인터넷에 올라온 평범한 드레스 사진 한장이 전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궜다. 지난달 26일 영국 가수 케이틀린 맥닐이 SNS ‘텀블러(Tumblr)’에 드레스 사진을 올리고 ‘어떤 색으로 보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드레스의 색깔이 ‘흰색·금색’이냐 ‘파란색·검정색’이냐를 두고 전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와 가수 등도 인터넷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며 드레스 색상 논란에 가세했다.

미국 SNS사이트 버즈피드(BuzzFeed)가 네티즌 10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2%는 ‘흰색·금색’, 나머지 28%는 ‘파란색·검정색’이라고 답변했다. 드레스 색깔 논란은 얼마전 미국 의류판매 사이트 로만이 실제 드레스 색상을 공개하면서 일단락됐다. 드레스의 색상은 파랑색과 검정색의 조합이었으며, 흰색과 금색 조합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 색상이 공개되며 네티즌간 설전은 일단락됐지만 여파는 대단하다. 일부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며, 논란의 주인공인 7만5000원짜리 드레스는 전량 판매돼 현재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같은 드레스를 두고 전혀 다른 색상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연구결과가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의학적으로는 눈 속 원추세포(圓錐細胞, 원뿔세포, cone cell)의 기능 차이로 인한 개인의 색채감각, 즉 색각(色覺, color vision)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망막에는 700만개의 원추세포와 1억2000만개의 간상세포(막대세포)가 존재한다. 이 중 원추세포는 망막내 황반 중심부에 밀집된 시세포로 통통한 모양을 띠고 있다. 적색·녹색·청색을 구별하는 적추체·녹추체·청추체가 있어 밝은 장소에서 색을 다양하게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컬러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빨강, 녹색, 파랑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온갖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면 간상세포는 색이 아닌 사물의 형태와 명암만 구별하는 세포로 어둡거나 희미한 불빛에서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 안과 전문의는 “원추세포 기능이 강한 사람은 원래 드레스 색상인 파란색·검정색을 상대적으로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며 “반대로 원추세포 기능이 떨어지면 간상세포가 색 구별에 관여해 흰색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고, 여기에 조명 등 다른 조건이 겹치면 녹색과 빨간색이 섞여 금색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레스를 촬영한 카메라의 렌즈, 촬영 장소나 사진을 보는 당사자가 위치한 곳의 조명, 모니터화면 설정 차이 등 많은 조건이 존재해 이번 논란의 원인이 원추세포 기능의 차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얼마전에는 일부 네티즌이 드레스 색상이 흰색·금색으로 보이면 색맹이나 야맹증일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색을 구별하는 능력의 차이일 뿐 흰색·금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색맹으로 볼 수는 없으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전혀 없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 이동원 건양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는 ”색상 구별 능력이 떨어지는 색각 이상자 중 모든 색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전색맹자’는 0.003%에 불과하다”며 “특정 색만 구별 못하는 부분색맹이나 색약 환자도 대부분 일상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색약과 색맹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색약은 원뿔세포내 적추체·녹추체·청추체 중 하나의 기능이 불완전 상태를 의미한다.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적록색약이 흔하게 나타나나다. 회갈색이나 황색이 적색 옆에 있으면 녹색, 녹색 곁에 있으면 적색으로 보이게 된다.
반면 색맹은 특정 색상을 구별하는 원추세포가 아예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색약과 색맹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으로 국내 남성의 약 6%, 여성의 0.5%가 색각이상이다.

원추세포의 숫자가 색상의 차이를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원추세포 중 파란색을 감지하는 청추체의 수가 가장 적어 파란색을 흰색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란색·검정색으로 보이는 사람은 청추체 세포가 상대적으로 많고 민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레스가 흰색과 금색으로 보이면 야맹증이라는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야맹증은 희미한 불빛 아래나 어두운 곳에서 물건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망막을 구성하는 시세포 중 막대세포는 빛을 전기적 정보로 전환한 뒤 시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막대세포에 존재하는 ‘로돕신(rhodopsin)’이 빛에 의해 분해되고, 다시 재합성되는 과정을 통해 눈은 사물의 명암과 형태를 구분하게 된다. 만약 비타민A 부족, 황반변성, 시신경염, 녹내장 등 원인으로 로돕신의 재합성과정에 장애가 생기면 야맹증이 발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야맹증은 색을 구별하는 원뿔세포가 아닌 막대세포에 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드레스가 흰색과 금색으로 보이는 것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뇌의 상의하달식 정보처리가 드레스 색깔 논란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존 버기(John Borghi) 미국 록펠러대 교수는 “드레스 사진을 보기 직전에 시야에 들어왔던 옷이나 직물의 모양, 색상, 재질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는 뇌의 상의하달식 정보처리에 의해 먼저 들어온 자극이 나중에 들어온 자극을 인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점화효과이론(Priming Effect Theory)’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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