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병 부위 악하선 75% 최다, 남성 발생률 2배 높아 … 크기 작을땐 보존적 약물요법·물리치료 실시
서울에 사는 직장인 황모 씨(30·여)는 얼마전부터 밥을 먹을 때마다 입 안에 여러 차례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거울로 입 안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충치는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치통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하루이틀 진료를 미루다가 결국 통증을 참지 못해 병원을 찾은 결과 침샘에 돌이 생기는 타석증을 진단받았다.
최근 충치나 잇몸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치과를 방문했다가 타석증(唾石症)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타석증은 구강내로 침을 분비하는 침샘(타액선) 통로에 석회화된 물질이 생기는 질환이다.
타액선은 크기가 큰 주타액선과 작은 부타액선으로 나뉜다. 주타액선은 귀밑에 있고 크기가 가장 큰 ‘이하선(Parotid glands)’, 턱밑에 있는 ‘악하선(Submandibular glands)’, 혀 밑에 있는 ‘설하선(Sublingual glands)’이 좌우 한 쌍씩 존재한다. 부타액선은 비강, 볼, 점막, 구개, 혀를 포함해 인두 및 기관지까지 퍼져 있다.
타석 발생률은 악하선이 75%로 가장 높으며 이하선이 20%, 기타 침샘이 5% 정도다. 주요 발병연령대는 30~50대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발생률이 2배 이상 높다.
침샘의 돌이 커지면 음식을 먹을 때 혀나 턱 아래, 귀 앞뒤 이하선 등에 통증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면 부기가 점차 가라앉지만 타액선 자체가 붓거나 급성 염증으로 농이 배출되고 발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침샘 전체에 염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염증이 다른 부위로 퍼지면 주변 치아 손상, 농양, 신경손상 등이 유발된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침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거나, 도관(침샘)이 부분적으로 협착된 경우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입 속에는 많은 세균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도관이 막히거나 침 분비가 감소되면 세균들이 침샘으로 들어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구강건조증, 침샘질환, 다른 부위의 요로결석 등도 질환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침샘질환이나 타석증이 의심되면 타석의 유무를 확인하고 침샘 및 도관조직의 염증 정도를 진단한다. 병변 부위는 방사선사진상에서 하얗게 나타난다. 간혹 석회화된 정도에 따라 일반 방사선사진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침샘과 도관 조직에 조영제를 주입한 뒤 방사선사진을 촬영하는 침샘조영술을 실시한다.
침이 잘 나오지 않거나 도관이 심하게 협착돼 침샘조영술이 불가능할 땐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진단한다.
타석 크기가 작고 증상이 경미하면 항생제와 진통제 등 약물, 침샘마사지 등으로 치료한다. 손가락으로 턱밑이나 귀밑에 좁쌀처럼 만져지는 부위를 둥글게 비벼주면 돌이 저절로 빠진다. 침이 많이 분비되는 식사 전과 식사 중에 증상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므로 식사 30분 뒤에 마사지를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삼선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방사선과 교수는 “침샘 입구는 윗니 양쪽 어금니 부위와 아래 앞니 혀쪽에 있다”며 “이곳을 통해 식염수나 항생제를 주입하면 염증의 원인이 되는 도관내 작은 플라크나 타석 등을 씻어낼 수 있어 침샘 염증의 재발을 줄이고 원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침샘은 물론 구강 전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존적 요법으로 효과가 없을 땐 수술을 실시해야 한다. 타석 크기가 작을 땐 국소마취 후 개구부를 1㎝ 미만으로 절제해 타석을 제거하는 보존적 타석제거술을 실시한다. 마취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적고 빠른 치유와 기능 회복이 가능하다.
타석 직경이 10㎜ 이상이고, 발병 부위가 침샘관 시작점이나 침샘 내부이면서, 침샘 염증이 심할 땐 전신마취 후 침샘절제술을 시행한다.
수술로 타석을 제거하면 불가피하게 눈 주변에 보이지 않는 작은 침샘들이 손상될 수 있다. 대개 저절로 회복되지만 간혹 침샘이 부풀어 오르는 하마종이 나타난다. 두꺼비의 울음주머니처럼 부풀어오르기 때문에 두꺼비의 한자식 표기인 ‘하마(蝦蟆)’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타석증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구강검진으로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이 교수는 “청결한 구강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껌을 씹거나 레몬 등 신 음식을 먹으면 침이 분비돼 질환 예방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샘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경우 도관내에 생리식염수나 항생제를 주기적으로 주입하는 도관세척술을 실시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석증을 오래 방치하면 침샘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가 최인호 씨의 사망원인으로 잘 알려진 침샘암은 침을 생산 및 분비하는 침샘에 종양이 생기는 것으로 귀밑샘, 턱밑샘, 혀밑샘, 여러 소침샘 등 부위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선 흔치 않은 질환으로 연간 약 200~300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침샘암은 의학적으로 ‘타액선암’이 정식 명칭이다. 남순열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침샘암은 전체 두경부암의 3~6%에 불과하지만 주타액선뿐만 아니라 부타액선들이 분포하는 부비동, 구강점막, 후두 등 상부 기도·소화관의 어디에서도 나타날 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침샘암은 주로 55~65세에 발생하며 양성종양은 이보다 젊은 40대 중반에 빈번하게 발생한다. 침샘 종양은 이하선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양성종양인 경우가 많다. 크기가 작은 악하선이나 부타액선에선 양성종양보다 악성종양이 더 많이 발생한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른 두경부암과 달리 방사선에 노출된 과거력이 있거나 직업상 분진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흡연도 몇몇 종류의 침샘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타석증을 오래 앓거나 만성염증을 앓는 경우에도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양쪽 귀 아래나 앞, 턱 아래(구강저)에서 천천히 자라는 덩어리로 발견된다. 이하선에는 안면신경이 있어 침샘암이 진행되면 안면 신경마비가 동반되거나 얼굴 표정이 비대칭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부(목) 임파선 전이로 인해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하며 진행된 침샘암은 폐전이와 골전이가 가장 흔하다.
이밖에 볼·턱·목 주변이 붓거나, 혹처럼 불룩 튀어나오고,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증상은 침샘암 외에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침샘암 진단이 어렵다. 고 최인호 씨도 병원을 찾았을 때 병기가 이미 4기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고인의 수술을 집도한 김민식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미 병기가 4기까지 진행돼 위독한 상태였으며 암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술 1년 후 침샘암이 재발했고 폐까지 암이 전이됐다. 주치의였던 강진형 종양내과 교수는 “이미 수술 후 방사선치료까지 마친 상태라 전신적인 항암치료만 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만일 목 뒤쪽이나 림프샘 쪽에서 무언가 만져지거나 안면신경에 이상이 있다면 침샘암 2기 정도로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초기 2~3년 정도는 빨리 자라지 않고, 주변으로 전이도 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폐나 뼈 부위 등으로 전이된다. 이 때문에 다른 부위 암을 검사를 받던 중 침샘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재발을 방지하려면 종양을 완전히 절제하는 게 권장된다. 악성종양이라도 일찍 발견하고 크기가 절제 가능할 정도로 작다면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예방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구강위생을 청결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