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라면을 개발한 원조는 아니지만 1인당 수요나 다양한 신제품 발매에서는 세계 선두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인스턴트국수협회(WINA)에 따르면 2013년 세계 라면 수요량은 약 1055억9000만개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약 462억2000만개로 가장 많았으며 인도네시아, 인도, 일본, 베트남, 미국, 한국 순이었다.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한국이 73개로 1위며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가 뒤를 이었다.
요즘 국내 라면업계는 면발 경쟁이 한창이다. 한마디로 라면 굵기 키우기에 업계가 나섰다. 1위 브랜드인 농심은 지난달 13일 ‘우육탕면’을 출시하면서 면발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이 제품의 면 두께는 3mm으로 일반 라면의 약 2배다. 비교적 통통한 면인 ‘너구리’보다도 약 1㎜ 두껍다.
한국야쿠르트 팔도는 ‘왕뚜껑’ 컵라면의 면발 두께를 0.95㎜에서 1.05㎜로 키웠다. 이같은 움직임은 각종 시식행사와 설문조사를 통해 굵은 면이 얇은 면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삼양은 계열 라면전문점 ‘라면에스’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굵은 라면이 시장에서 먹힐지 탐색 중이다.
라면 업계는 2011년 전후 튀기지 않은 면(건면 생라면)을 출시했다가 실패를 맛본 이후 소비자의 면발 취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풀무원이 2011년 웰빙 트렌드에 맞춰 ‘자연은 맛있다’를 내놓고 계속해서 생라면 시리즈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건강보다는 맛이 관건인 게 라면 시장이다. 튀기지 않은 생라면은 지방 함량이 일반 제품에 비해 20분의 1이고, 칼로리도 절반이었지만 쫄깃한 식감을 원하는 소비자의 특성에 부응하지 못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1년에는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 히트를 치면서 라면계에 하얀국물이 인기를 끌었다. 삼양은 즉시 ‘나가사키짬뽕’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인기는 얼마가지 못해 시들었고, 꼬꼬면의 상승세를 보고 시설 확장에 통 크게 투자했던 한국야쿠르트는 씁쓸한 실패를 맛봤다.
이후 라면 국물은 다시 매운맛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강력한 매운맛을 가진 ‘불닦볶음면’은 지난해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며 신제품 강자로 떠올랐다. 빨개면 진라면매운맛(이상 오뚜기) 등이 보통면이나 순한맛보다 잘 나가는 추세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의 맵고 개운한 맛이 일본의 느끼하고 기름진 맛보다 어필하는 분위기다.
북한에서도 라면이 명절선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농심은 중국 선양 공장에서 북한 수출용 신라면을 만들어 북한에 유통하고 있다. 선양 공장은 중국 법인이라 북한에 유통되는 데 문제가 없다. 가격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의 약 70%인 540원 정도로 북한의 경제력으로 매우 비싼 편이다.
인스턴트 라면은 대만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에 의해 발명됐다. 닛신식품의 사장이었던 그는 1958년 미군 구호품으로 남아 돌던 밀가루를 이용해 최초로 라면을 선보였다. 밀가루는 특성상 기름에 튀겨지면 수분이 증발돼 딱딱해진다. 이를 뜨거운 물에 담그면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 먹기 좋게 만들어진다. 모모후쿠는 이 점을 착안해 닭국물 맛의 ‘치킨 라면’을 만들었다. 라면은 나오자마자 일본 열도를 흔들었다. 개발 초기에는 상당히 고급 음식으로 취급돼 치킨 라면의 값은 생우동면의 약 6배였다.
라면이란 이름은 중국어인 ‘拉面(라미엔)’에서 비롯됐다. 일본식 발음으로는 ‘라멘’이다. 납면은 국수 반죽을 양쪽에서 당기고 늘려 여러 가닥으로 만든 국수다. 중화요리의 수타면과 같은 제조 방식이다.
어원은 납면에서 왔지만 인스턴트 라면은 면발이나 모양이 완연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구불구불한 면발이다. 이는 좁은 면적에 많이 담을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튀길 때 기름이 잘 스며들며 파손을 최소화한다. 또 조리시 면에 뜨거운 물이 잘 들어가 조리시간이 단축되며 골고루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쭉쭉 뻗은 면보다 젓가락을 들기 쉽고 입맛을 돋우는 측면도 있다.
국내에선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일본의 묘조식품으로부터 무상 기술원조를 받아 1963년 출시했다.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해 판매가 부진했지만 점차 그 맛이 알려져 서민의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맛도 맛이지만 정부의 혼분식 장려정책이 라면 확산에 힘을 보탰다. 1960~1970년대 정부는 쌀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잡곡밥과 밀가루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라면시장의 선두주자는 삼양식품의 ‘삼양 라면’이었다. 닭고기 국물 맛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1989년 ‘공업용 우지(牛脂) 파동 사건’이 일어나면서 삼양라면은 순식간에 몰락했다. 이후 판결을 통해 삼양은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이미 시장은 농심의 ‘안성탕면’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1991년 농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타깃으로 ‘신라면’을 개발했다. 신라면은 ‘한국 대표 라면’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24년동안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012년 약 1조9800억원에서 2013년 약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약 1조9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라면업계의 4대 강자는 농심(시장점유율 62.2%), 오뚜기(16.1%), 삼양식품(13.4%), 팔도(8.3%) 순이다.
라면은 고열량·고염분·첨가제 식품의 대명사로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낙인 찍혀 있다.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은 균형잡힌 식생활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55~70대7~20대15~25이어야 이상적이라고 권장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라면은 이 비율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닛신식품에서는 농심 신라면과 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 영양비율이 비빔밥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라면 한봉지의 열량은 약 500㎉로 성인 한 끼 식사 기준(약 800㎉)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 아니다. 물론 밥 등 곁들여 먹는 음식에 따라 열량 차이가 있지만, 라면 자체만으론 고열량 음식이 아니다. 오히려 저열량 라면 제품들은 다이어트식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나트륨 함량은 짬뽕(4000㎎), 우동(3396㎎), 열무냉면(3152㎎), 쇠고기 육개장(2853㎎), 간장(2716㎎)에 비해 낮다. 면만 먹을 경우 1000㎎이며 국물까지 먹을 경우 약 1700~1900㎎을 먹게 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라면의 평균 나트륨 함유량이 1442㎎으로 하루 권장량(2000㎎)의 7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인스턴트협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이 2013년 1인당 5일 당 1개 꼴(연간 74개)의 라면을 소비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53.4일치의 나트륨을 라면만으로 섭취한 셈이다.
농심새우깡은 90g 기준으로 540㎎, 농협하나로마트 PB제품인 구운새우는 420㎎의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어 인스턴트식품 중 짠 스낵과 라면은 나트륨 섭취량을 올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글루타민산나트륨(MSG) 논란도 항상 뒤따른다. 그동안 MSG는 근육경련, 메스꺼움, 두통, 인지기능저하 등의 부작용이 문제시돼왔다.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큰 유해성이 없지만 대중음식점 요리나 각종 인스턴트식품을 통해 끊임없이 섭취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라면 섭취량의 적절한 조절이 요구된다.
라면이 실상 몸에 해로운 것은 튀길 때 쓰여진 기름이 산패되면서 세포를 산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몸을 피로하게 하고 노화를 재촉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라면 제조과정에서 고온의 기름에 튀겨지면 개별 탄수화물 입자는 작아지고 탄수화물간 간격은 성겨져 소화 흡수가 빨라진다. 이럴 경우 당지수(GI)가 높아져 혈당상승속도가 빨라지고 결국엔 췌장의 인슐린 분비세포에 타격을 가해 당뇨병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라면이 생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산패 경향이 강해지므로 이런 경우 면만 따로 끊여 물은 버리고 국수처럼 건더기와 국물에 다시 넣어 요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음식은 꼭 건강 측면만 따져서 먹는 게 아니다. 3000원짜리 라면 한그릇이 주는 행복은 10여만원 하는 고급 식사자리보다 더 나은 행복감을 주기도 한다. 적정한 라면 섭취량 조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