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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선진국 되려면 분노조절이 필요하다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5-02-05 14:10:17
  • 수정 2015-02-09 19: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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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체적 피곤, 여유없는 스케줄, 불면증, 낮아진 자존감, 피해의식 등이 분노폭발시키지 않게 관리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한국인은 지금 문화적인 공황상태에 있다. 경제적으로 달러 평가절하 탓에 가까스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긴 했다.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가 이제는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만한 것도 대견스럽고 감사할 일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바라보면 여전히 남북 대립은 심화되고, 유교문화의 잔재가 개인을 억압하고 그 역작용으로 서구문명의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날로 팽배해 공동체사회를 흔드는 등 가치관이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그동안 한국인은 돈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 행복지수가 낮아져 있고 불안하다고 느끼며, 주변 사람의 시각에 휘둘리는 ‘쏠림현상’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분노조절을 못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거나 범죄 및 일탈 행위를 저지르는 뉴스를 보면서 ‘엽전들(한국사람)이 그렇지 뭐!’라고 자조하면서 그나마 알량하게 남아 있던 자존감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 국민의 독특한 정서인 화(화)는 왜 나는 것일까? 한국인 고유의 정신질환인 화병(火病)은 일찌감치 정신과 의사들의 주목을 받아왔고, 국제진단명분류에도 ‘Hwa Byoung’이 등재될 정도다.

화, 분노, 울화는 상황의 불공평이 원인이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예상과 다를 수밖에 없을 때,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는데 갑질을 당할 때, 열심히 학교·학원을 다녔는데도 사회에 나와 취업이 어려울 때, 명절에 여자라고 며느리가 모든 부엌일을 다해야 할 때 우리는 억울해한다.

가만히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따귀를 때렸다면 무척 화가 날 것이다. 화는 내 영역이 침범을 당했을 때, 내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때, 불공평한 처사를 당했을 때 끓어오르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분노는 당연하고 꼭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분노는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에너지로써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분노가 끓어오를 때 잘 해소되지 않으면 밖으로 표출되면서 폭력성이 커진다. 안으로 분노가 향하면 자존감 저하, 무기력증, 우울증이 나타나고 심하게는 자살사고와 자해행동으로 연결되니 우울증의 뿌리가 화병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들은 분노조절(anger management)에 대해 심리분석보다는 행동의 변화를 꾀하고 화가 나는 생각을 전환시켜주는 ‘인지행동치료적인 접근’을 대체적으로 시도한다. 분노에 의한 감정 변화, 폭언, 폭력적인 행동은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 생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이 대처해야 한다.

첫째, 일단 무조건 그 자리를 떠라.

진료실에서 분노폭발로 스스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항상 ‘3초’만이라도 분노의 현장에서 무조건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법. 일단 화가 끓어오르면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나는 상황에선 그 자리를 피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감정적으로 먼저 폭발하면 가장 먼저 왜 화가 났는지 자신조차도 이유를 잊어버리게 된다.
화가 폭발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야 한다. 숫자를 센다든지, 화장실을 다녀온다든지, 인터넷을 한다든지, 전화를 한다든지 해서 머리를 환기시키는 행동을 하도록 한다.

둘째, 자리를 피하지 못한다면 먼저 자신을 다독거려줘라.

화를 내는 정당성을 인정하면 오히려 화가 줄어드는 법. 화나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더 화를 돋우게 돼 있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못 알아주니까 화가 나는 것이다. 정답은 나한테 이렇게 말하자. “그래, 그렇게 힘들었어.” 그 간단한 말 한마디가 나와 상대의 화를 누그러뜨리는 즉시 특효약이다.

셋째,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라. 

분노가 조금 가라앉은 다음에는 “그래, 저 사람은 이런 생각이였구나.”라고 헤아려보자. 모든 사람들이 다 나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화가 약간은 누그러진다. 사람들의 입장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약속 장소에 늘 늦는 지인에 대해 “나를 기다리게 하다니 나를 무시하나”라는 생각으로 화를 낼 수 있지만 “그래, 저 사람에게는 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나봐”라고 입장 바꿔 생각하면 화를 누그러뜨릴수 있다.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행동이 못마땅해서 화가 난다면 직원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나를 화나게 했던 이유가 이해될 것이다.

넷째,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사안은 화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구하라.

분노조절법은 화를 참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다. 화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과 개선을 위해 부당한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감정에 휩싸이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합리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감정의 뇌는 항상 이성의 뇌를 이기기 때문이다. 억누르다가 갑자기 폭발하지 말고, 평상시에 내 생각의 합리적인 측면이 녹슬지 않도록 정리하는 힘을 기르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다섯째, 화를 위한 최고의 대비책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분노가 폭발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평상심을 유지할수 있도록 사전에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몸을 너무 피곤하지 않게 하고, 의도적으로 계획된 휴식을 취해서 마음의 잔잔함을 유지하도록 한라.
화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분노를 잘 조절하려면 평소 마음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분노 폭발은 찰랑찰랑 물이 가득 차 있는 컵이 뒤흔들어지는 것에 비유된다. 물이 왈칵 쏟아지는 사람은 평소에 물이 가득 차 있어서다.
마음의 평정심을 찾기 위해서는 육체적 피곤함, 여유없는 스케줄, 불면증, 낮아진 자존감, 불필요한 피해의식 등 5가지 요인을 늘 점검해야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거나 남의 생각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보이게 되고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버릇이 생긴다.
화내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다. 자기 스스로 도저히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와 심리상담도 고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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