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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술 전성시대 … 알코올 도수와 건강 상관관계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2-01 14:01:14
  • 수정 2020-09-14 13: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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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수 낮을수록 덜 해로워, 주량 많아지는 문제도 … 폭탄주, 목넘김 부드럽지만 빨리 취해

도수가 낮은 술이 높은 술에 비해 건강을 덜 해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한국인만큼 술을 많이 마시는 민족도 드물다. ‘인생의 쓴맛을 알면 술맛을 알게 된다’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팍팍한 삶에 지친 서민들은 술 한 잔에 울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술을 강권하는 문화도 상당 부분 남아 있어 직장 회식자리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술은 원료나 제조법 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 중 술 분류법으로 자주 사용되는 게 알코올 도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주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은 안동소주다. 이 술의 도수는 증류 과정 중에는 90까지 치솟지만 상품으로 출하될 땐 45도 선을 유지한다.

도수의 높고 낮음이 좋은 술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도수가 높은 독한 술일수록 빨리 취하게 되면서 우리 몸은 급작스런 변화에 상처를 받게 된다. 스위스의 유명한 술 ‘압상트(Absinthe)’는 자국은 물론 프랑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 중국도 도수가 높은 고량주보다 도수가 낮은 과실주나 맥주를 마실 것을 권장하는 추세다. 

술이 인체에 이롭게 작용하려면 먼저 알코올 농도가 낮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럼에도 옛날에는 어떻게 하면 알코올 농도를 높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독한 술은 독(毒)도 되고 약(藥)도 된다는 인식이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도수가 낮은 술이 건강에 악영향을 덜 끼친다고는 보기 어렵다. 물론 도수가 낮으면 알코올 흡수량이 적어 간에 주는 부담이 덜하긴 하다. 하지만 맛이 순해 오히려 과음하거나, 다른 술과 섞어 먹는 경향이 짙어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의학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를 천천히 여러 병 마시는 것과 도수가 높은 소주를 한 병 마시는 것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하다. 즉 술의 도수보다는 마시는 양이 중요하다. 1일 적정 음주량은 소주잔 기준 성인 남성은 2잔, 여성은 1잔, 65세 이상은 반 잔이다. 회식 때 술을 적당히 마셨더라도 2~3일은 쉬어야 간이 회복된다.

폭탄주는 도수를 낮춰 목넘김을 부드럽게 하지만 건강엔 치명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음주자 중 폭탄 주 경험 비율은  2012년 32.2%에서 2013년 55.8%로 늘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이 96%, 위스키와 맥주 폭탄주는 34.4%, 소주와 과실주 폭탄주는 2.6%, 맥주와 과실주 폭탄주는 1.4%였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장은 “도수가 낮은 맥주에 양주나 소주를 섞어 마시면 양주 등 한 가지 주종을 계속 마실 때보다  알코올 흡수가 빨라 평소보다 일찍 취하게 된다”며 “맥주에 섞여 있는 탄산은 소장에서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폭탄주를 마시면 빨리 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에 미치는 영향은 섭취한 알코올 양에 비례한다”며 “폭탄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알코올 도수와 흡수속도를 감안할 때 소주 반병 정도를 쉬지 않고 먹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술의 도수는 일정한 물에 알코올 함유 농도의 비중으로 정한다. 도수 20도짜리 소주엔 알코올이 20% 들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양주는 도수 대신 푸르프(Proof) 단위를 사용한다. 주로 영국과 미국산 위스키에 표시하는 푸르프는 알코올과 물이 각각 약 50% 섞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알콜도수가 100프루프로 적혀 있으면 실제 도수는 100도가 아니라 그 절반인 50도다.
 
알코올의 농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마시는 술과 화약을 반반 섞어서 불을 붙인 뒤 파란색 불꽃이 유지되면 알맞은 술로 여겼다. 농도가 묽으면 잘 타지 않고, 너무 진하면 불꽃 색깔이 밝은 노란색을 띠는 것으로 알코올 농도를 구분했다.

알코올 흡수 속도는 술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론은 증류주처럼 도수가 높은 게 빨리 흡수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15~30%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술이 가장 빨리 흡수된다. 따라서 맥주(4%)나 양주(40%)보다 소주(15~25%)나 청주(15~18%)에 더 빨리 취한다. 또 샴페인처럼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는 술은 그렇지 않은 술보다 더 빨리 취하게 만든다. 탄산가스가 위벽을 자극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술에 콜라나 사이다를 타 먹으면 더 잘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걸리는 청주보다 도수가 약간 낮다. 하지만 불순한 알코올이 많이 들어있어 이것이 위벽에 달라붙어 취기를 오래가게 한다.
빨리 취하는 술이라고 간에 더 무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술의 독성은 주종에 상관없이 섭취한 절대 알코올량에 비례한다. 도수가 낮은 술이라도 많이 마시면 높은 술을 먹는 것 못지 않게 간에 해를 끼친다.

술은 한 가지 종류로 마시는 게 좋고, 천천히 마셔야 하며, 섞어 마셔야 할 땐 도수가 낮은 술부터 시작해 알코올 흡수를 줄여야 한다. 소주 한 병을 30분 동안 마시는 게 소주 두 병을 2시간 동안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롭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된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의 10% 정도가 호흡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하면 호흡 횟수가 증가해 알코올이 더 빨리 배출된다. 
또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알코올 희석과 해독에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알코올이 니코틴 흡수를 더욱 증가시키고, 간은 알코올과 담배 유독 성분을 함께 해독해야 하므로 쉽게 지친다. 게다가 폐에서 공급되는 산소를 간이 더욱 많이 요구하게 돼 빨리 취하고 해독이 더뎌진다.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은 에스토니아에서 생산됐던 ‘에스토니안 리커 모노폴리’로 도수가 무려 98도에 달한다. 도수가 가장 높은 술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지만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다. 
현재 시판 중인 술 중 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폴란드산 보드카 ‘스피리터스’로 무려 96도다. 음용 가능한 술로 제조됐기 때문에 그냥 마셔도 되지만 워낙 독해 보통 희석해서 마신다. ‘시선을 끌기 위해 도수를 올린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지만 오래전부터 생산돼 온 전통술이어서 폴란드에서는 소주처럼 인기가 높다. 미국에서 칵테일용으로 사용되는 ‘에버클리어’의 도수는 95도, 불가리아산 보드카 ‘발칸 176’의 도수는 88도로 알려져 있다. 

국내로 공식 수입되는 술 중 가장 독한 것은 ‘바카디 151’로 도수가 75.5도다. 원래 쿠바가 원산지이지만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선 이후부터 푸에르토리코에서 생산되고 있다. 독주로 유명한 러시아 보드카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50∼70도가 되지만 국내로 수입되는 제품은 40∼50도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도수가 낮은 순한 술이 대세다. 특히 여성 음주자가 늘고 웰빙트렌드가 유행하면서 순한 소주를 찾는 이가 늘었다. 원래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35도에 이를 정도로 독했다. 65년 희석식 소주가 처음 나올 때 소주 도수는 30도였다. 1999년 들어 도수는 23도로 낮아졌고 2006년에는 롯데주류(당시 두산주류)가 ‘처음처럼’으로 20도 시대를 열었다. 진로는 이에 대응해 19.5도짜리 ‘참이슬후레쉬’와 18.5도짜리 ‘진로제이’를 출시했다. 2012년 중반부터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의 주력 소주제품 도수는 19도가 됐다. 무학의 ‘좋은데이(16.9도)’이나 대선의 ‘예(16.7도)’처럼 16도짜리 소주가 일부 지방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에는 참이슬’이 17.8도. ‘처음처럼’은 17.5도까지 떨어졌다. 소주 회사로서는 도수를 낮춰 원가는 줄이고, 순한 술이라는 이미지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순하다보니 더 마시게 되는 3중 효과를 얻는다.

순한 술 열풍은 소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양주 시장도 ‘양주=40도’라는 공식은 깨진지 이미 오래다. 국내 양주 제조업체인 골든블루는 지난해 5월 알코올도수 36.5도짜리 ‘골든블루 더다이아몬드’를 출시했다. 그보다 한 달 전엔 35도의 ‘골든블루 더라임’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카치블루’로 유명한 롯데주류도 지난해 7월 35도 저도 위스키인 ‘주피터 마일드블루’를 출시했다.  

순한 술 경쟁에는 소비자의 변한 입맛이 한몫한다. 지난해 8~10월 하이트진로가 20대 이상 성인남녀 1740명을 대상으로 소주 도수 변경에 대해 물었더니 94%가 순한 술이 좋다고 답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수가 내려가면 맛이 밋밋해져 주당들은 더 많이 찾고, 여성과 젊은층의 소비가 늘어나 전체 판매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원가가 절감된다. 소주는 주정(알코올)을 물에 희석해 만든다. 80%가 물, 20%가 주정이다. 여기엔 1% 미만 비율의 감미료가 포함된다. 주정은 쌀·보리·옥수수·고구마·타피오카 같은 곡물을 발효시켜 연속증류방식으로 만든 알코올로 소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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