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칼럼
자꾸 혼자 있으려고만 드는 나, 비정상인가요?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12-01 09:53:51
  • 수정 2014-12-05 18:49:38
기사수정
  • 개인 성향 따라 고독감과 소속감 비율 조절하며 살아야 … 운동과 목욕, 심신 평정에 도움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은둔형 외톨이처럼 혼자 방에만 처박혀 있고 가족들과 대화가 단절되는 나. 본의 아니게 부모님에게 화내고 소리지르고 나서는 후회막심하다. 대인기피증처럼 극도로 사람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러다 진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부모님들도 애가 탄다. 그냥 놔두면 안될 것 같아 잔소리를 했더니 오히려 화를 내고 더 소통을 안 한다.

이들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공통점은 자녀들이 한결 같이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혼자 있기 시작한 시점은 ‘대학 진학’, ‘연애 또는 결혼’에 실패했거나, 친구에게 배신당했거나, 왕따를 당해 트라우마를 겪은 때와 비슷하다.

‘잠수탄다’는 것은 정신의학 용어로 ‘사회적 철폐(social withdrawal)’이다. ‘우울증’, ‘피해망상’, ‘사회공포증’에서 대표적인 진단기준 중 하나다. 이들을 ‘정신질환자’로 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필자는 정신과 의사로서 좀 견해가 다르다. 인생의 피치 못할 좌절 속에서는 화상을 입었을 때처럼 ‘앗 뜨거워!’라고 놀라며 움츠려 들게 되어 있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육체’와 ‘정신’의 보상적인 작용이라 볼 수 있다.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사회적 철폐’는 필수적이다. 온전히 이기적으로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힐링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은 어떤 경우에 ‘힐링타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예컨대 수년간 지속된다면 정상적인 사회적응발달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과 같아 인생의 목표도 없이, 또래와의 소통도 없이 ‘정지’ 상태에 머물게 된다.

혼자만 있으려는 내가 누구랑 결혼할수 있을까요?

30대 싱글들은 문득문득 걱정이 된다. 이 성격으로 내가 과연 결혼이라는 걸 할 수 있을지. 30년을 함께 산 가족이 귀찮아지고, 피하고 싶을 지경인데 몇 십년 따로 살았던 사람과 함께 살면 혼자 있을 시간이 더 줄어들고, 스스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더욱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혼자 있으려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그 기간을 수월하게 연장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제3의 누구와 감정적인 친밀감을 누릴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연애도 귀찮은 마당에 결혼은 최대한 안하고 싶다. 스마트폰에서 ‘LTE급’으로 언제든지 이성을 구할 수 있는 자유연애 시대이지만, 한번도 이성과 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점점 늘어간다.  

최근 20~30대들이 ‘썸’만 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가 소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체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환경의 자극으로부터 멀어지면 점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모든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도무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자꾸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영화, 책 등에 한번 빠지면 깊게 몰입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드라마를 봐도 밤새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현실과 구분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붕붕 뜨는 기분이 드는데, 정상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빠져있는데, 가까운 가족들의 관심이나 방해를 화를 불러 일으킨다. 가족과의 갈등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위축시킨다. 정신과질환 진단기준(DSM)에 해당되는 우울장애의 초기 증상이 시작된다.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논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어지면서 자신에 대해 ‘삶의 의미’나 ‘가치감’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게 문제가 된다. 이를 지속적으로 방치하면 또래들과 오직 인터넷 공간에서만 소통하게 된다. 실생활에서 이뤄져야 하는 ‘의사소통’이나 ‘감정교류’는 허상이 돼가고 점점 더 혼자 있게 된다.

20대에는 혼자 밥 먹을 바에는 굶는 걸 택했다. 공강(空講)을 버티지 못해 어떻게든 친구들과 시간표를 맞췄다. 기다리는 시간에 혼자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고, 이성 친구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외로움을 탔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혼자 밥 먹고, 영화보고, 쇼핑하는 게 아무렇지 않다. 그게 과해져서 집에서 엄마가 “밥 먹어라” 하는 말조차 귀찮다. “내가 알아서 할 게”라도 말도 하기 싫어서 그냥 문닫고 ‘히키코모리’처럼 살고 싶다. 주변에 슬슬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나도 하긴 해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내가 과연, 누구랑 살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게 된다.
히키코모리는 ‘사회생활의 부적응’과 대인기피증을 동반하게 된다. 요즘 진료실에서 종종 수개월간 집밖에 나가지 않고 친구도 피하는 20~30대를 둔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부모는 다 큰 성인이 돼버린 자녀들을 놓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혼자있고 싶은 마음vs 소속되고 싶은 마음

혼자 있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는 인간의 어떤 본능에 기인하는 걸까. 혼자 있으려는 욕구는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성인의 본능이다. 진정한 럭셔리는 혼자만의 넓은 공간. 방해받지 않은 나만의 장소가 있는 것이다. 마치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처럼 말이다. 인간은 자신만의 바운더리가 있어서 침범받고 싶어하지 않는 본능이 있다.

건널목에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 와서 가방을 획 채간다면 기분이 어떤가. 화가 끓어오르는 게 정상이다. 자기보호본능은 바로 공간 확보와 같다. 지하철에 있는데 누군가 들이밀어도 화나는 법!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자꾸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른이 넘어서 부모랑 살게 된다면, 결혼만이 탈출구라면 트러블 생기는 게 정상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소속감을 찾으면서도 혼자이고 싶은 이런 감정은 모순일까? 모순으로 들리는 것 같지만, 이것도 역시 정상이다. 결국 소속감과 혼자이고 싶은 마음의 밸런스가 핵심이다. 소속감을 느끼거나 혼자 있으려는 욕구의 비율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물론 자신의 컨디션이나 처해진 상황에 따라 그때마다 조금씩 변하긴 한다. 다만, 마치 내 마음의 ‘온도계’가 있어서 이런 비율을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업’되는가? 아니면 혼자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가? 떠들썩한 자리에서 좌불안석, 집중력 저하, 호흡곤란이 생기는가? 등을 잘 관찰해보자.

“외향형이 좋은가, 내향형이 좋은가?”라는 질문만큼 어리석은 게 없다. 내가 어떤 유형인줄 알아내고 잘 대처하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내 삶속에 그 비율대로 계획해놓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혼자 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나눠지고 이유는 뭘까.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성격적으로 내향형이 많다.

MBTI라는 성격유형검사가 있다. 이는 인간행동의 다양성은 개인이 인식(Perception)하고 판단(Judgemennt)하는 특징이 다른데서 비롯된다는 융(Jung)의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 이론에서 말하듯 사람은 ‘내향형(Introverted)’과 ‘외향형(Extroverted)’으로 나뉜다.
혼자서 고요한 에너지를 얻는 사람과 반대로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활동할 때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다. 특히 하루종일 생산적인 직업활동에 올인했던 ‘완벽주의녀’들은 누구보다도 혼자서 조용히 안정을 찾는 방법을 선호한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필자 역시 오랫동안 스스로 외향형인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덧 밀려드는 상담과 미팅으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빨리 퇴근해서 집에 가서 쉬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느꼈다. 서른 중반에는 도저히 못살겠다며 미국으로 ‘도피’ 유학을 간 적도 있었다.

미국에 도착한 후 1년간은 한국말은 물론 영어조차 한마디도 안하는 날들이 많았다. 일종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 ‘진공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그때 관찰한 것은 홀로 있는 시간과 함께 하는 시간의 비율이 어느 정도일 때 가장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철저하게 홀로 있은 다음 얻은 결론은 사람들과 북적거리는 시간이 4라면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이 6 정도가 최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가장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토요일 오후다. 그러나 개업의사이다보니 토요일에도 진료를 한다. 
남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일하다보니 ‘나에게 상을 줘야 겠다’는 보상심리가 생겨 토요일 오후에는 꼭 혼자 운동을 하거나 사우나를 간다. 필자의 재충전 방법은 이렇게 심플하다. 마치 핸드폰 충전 막대기(Bar)가 한칸씩 줄어들면 충전기를 꽂아야 하는 것처럼, 재충전은 꼭 해외리조트로 떠나는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동선 안에서, 일상 생활속에서 의도적으로 이뤄질 때 더 효과적이다.

마음다스리기, 먼저 몸부터 움직이자

대부분 도시 직장인들이 사람들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소위 ‘몸을 안쓰는 직업’이다. 또는 육체노동 없이 정신적인 노동만 하는 ‘불균형’이 심각하다.
필자는 혼자 있고 싶을 때 몸을 움직인다. 비만·스트레스 전문의로서 열심히 운동하지는 못하지만 스스로 외로워질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이려 한다. 이는 마음다스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스의 완화, 교감신경계의 톤 다운, 정신적인 환기에도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슬슬 몸을 움직여 주어야 한다. 일부러 멀리 돌아서 걷거나, 산책하면서 사색하거나, 길거리를 쏘다니면서 폰카를 찍는 시간이 유일하게 몸을 움직이는 기회다.

다른 방편으로 목욕이나 사우나를 추천한다. 하루종일 다른 사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데 목욕시간 만큼은 ‘아무런 방해와 죄책감 없이 나에게만, 특히 내 육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매일 목욕을 즐기는 편인데, 이 시간은 우선적으로 확보해 놓는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머리도 감고, 칫솔질도 할수 있는 여유는 내 마음의 쉼표이기도 하다. 하루 중 있었던 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루어 놓고 뇌의 과속회전을 잠시 오프(off)시켜 놓자. 

내 발가락이 오늘 이렇구나, 내 뱃살이 좀 늘었나, 피부가 맨질거리네 하면서 내 몸과 대화하면 묶은 때와 함께 정서적 찌꺼기도 씻어져 나간다. 그러다보면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 상사의 잔소리, 친구의 자랑질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도 발휘하지 못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잔잔한 마음’으로 평정을 찾게 된다. 내 몸과 마음은 ‘외로운 목욕시간’으로 인해 한층 새로워진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