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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전자담배’ 김장족 급증 … 니코틴원액·향료 섞어 제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0-23 16:39:56
  • 수정 2014-11-03 17: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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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들어가면 실명, 피부염·부정맥·궤양도 유발 … 인터넷카페 통해 제조법·재료구입처 공유

해외사이트에서 판매 중인 니코틴원액 ‘퓨어니코틴’

최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전자담배용 니코틴액상 판매량은 7720ℓ로 2012년의 4310ℓ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달 1~11일 전자담배를 포함한 금연보조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했으며, 인터넷쇼핑몰인 11번가의 경우 증가율이 422%에 달했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으며, 담배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니코틴 액상 가격은 애연가들의 지갑을 얇게 만든다. 최근엔 저렴한 비용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위해 독성이 강한 니코틴 원액을 사용해 액상을 직접 제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축액이 함유되거나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장치로 담배 대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배터리, 무화기(霧化機), 카트리지 등으로 구성되며 일회용 교환식 카트리지에 액상 니코틴을 담고 있다.
전자담배 액상은 니코틴과 연무효과를 내는 ‘프로필렌글리콜(PG)’, 수증기 양을 늘려주는 글리세린(Glycerin) 등으로 이뤄진다. 사용자가 흡입대를 통해 흡입을 시작하면 전자칩에서 자동 충전된 전기가 무화기로 보내져 열이 발생한다. 이 때 카트리지에 있는 니코틴과 담배향 액상이 수증기로 나오면서 진짜 담배를 피우는 느낌을 받게 된다.

타르·일산화탄소·카드뮴 등 4000종 이상의 독성화학물질과 60종의 발암물질이 함유된 기존 담배와 달리 니코틴만을 흡입함으로써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가격은 세트 제품을 구입할 경우 최소 2만원, 최대 15만원 정도로 브랜드 종류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유지비다.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액상 가격은 용량 20~30㎖에 가격은 1만5000원~5만원 선이다. 기기 및 액상 종류, 흡연량에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액상 20㎖를 5~7일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달에 최소 6만원, 최대 20만원이 소요된다. 하루 흡연량이 한갑인 사람의 한달 담뱃값이 7만5000원(담배 한갑 가격 2500원 x 30일)임을 고려하면 결코 저렴한 비용은 아니다.
게다가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생각에 전자담배를 습관적으로 입에 물 경우 니코틴 중독성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흡연량이 늘면서 액상 구입 비용도 계속 증가한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를 저렴하게 사용하기 위해 개별 원료를 직접 구입, 액상을 제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섞어 며칠간 숙성시켜 액상을 만든다는 의미로 ‘전자담배 김장’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전자담배 액상 제조법’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관련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전자담배 액상은 프로필렌글리콜(PG)과 식물성 글리세린(VG)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 제조한다. PG에 ‘퓨어니코틴’으로 불리는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첨가한다. 4년째 전자담배를 제조해 피고 있는 오모 씨는 “PG와 VG의 비율은 8 대 2, 7 대 3, 6 대 4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며 “PG 비율이 높으면 맛과 향이 좋아지는 대신 점성이 낮아져 원액이 누수돼 전기장치를 망가뜨리는 등 고장 위험이 높아지고, VG 비율이 높으면 무화량이 좋은 대신 탄맛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상을 직접 제조하면 비용이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고 기호에 따라 라임향, 체리향, 민트향을 첨가할 수 있어 골라 피는 재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니코틴 원액은 독성이 매우 강한 유해물질로 물에 희석시켜 농약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의 치사량을 약 30∼40㎎로 보고 있다. 즉 이 정도의 니코틴이 인체에 들어오면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김종석 차의과학대 차움 가정의학과 교수는 “니코틴 원액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 있고, 민감한 부위 피부에 닿으면 피부염이 발생하게 된다”며 “니코틴을 과도하게 흡입하면 혈관이 수축돼 부정맥 등 치명적인 심장위험이 유발되고, 각종 장기에 궤양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니코틴 원액은 위험성이 매우 높아 온라인 판매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구하기가 쉽지 않아 전자담배 관련 블로그나 카페에선 구입처를 묻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하기 때문에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한 전자담배 관련 인터넷카페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퓨어니코틴 구입처를 문의하자 해외사이트 주소를 링크로 걸어주기까지 했다. 일부 사이트는 회원들이 니코틴 액상 제조법이나 원액 구입처를 공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고된 일상 속에서 담뱃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애연가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인체에 해로운 니코틴 원액을 이용해 직접 제조까지 하는 것은 자칫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04년 중국 전자담배회사 루엔(Ruyan)이 세계 최초로 전자담배를 판매하기 시작한 이래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이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전자담배가 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2년 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전자담배 121개의 액체성분 유해성을 연구한 결과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 조사결과 제품 전체에서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발암물질로 지정된 ‘아세트알데히드’가 1ℓ당 0.10~11.81㎎가 검출됐다. 이 물질을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호흡기·신장·목 등에 심각한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김종석 교수는 “전자담배는 시판된지 얼마 되지 않아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으므로 액상과 니코틴 원액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한국소비자원에 신고되는 부작용은 두통, 목통증, 기침 등이 있으며 전저담배엔 아세트알데히드 등 발암물질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담배는 현재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다.

금연 효과에 대해서도 대대수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분자역학연구과 선임연구원(가정의학과 전문의)도 “전자담배의 효과 및 안전성과 관련해 지금까지 총 4편의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이 발표됐다”며 “이 중 전자담배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2건에서는 금연욕구가 감소한 것으로, 연구비를 받지 않은 2건에서는 금연성공률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각각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되거나 덜 해롭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므로 사용을 권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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