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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원인 30% 차지하는 ‘배란’ … 원활히 되돌릴 순 없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8-17 18:56:41
  • 수정 2015-04-27 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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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마르거나 비만하지 않게 ‘정상체중 유지’가 첫걸음 … 메트포민·클로미펜 등 활용하기도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체중조절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되돌려 배란을 활발히 하는 게 첫걸음이다.

직장인 김 모씨(33·여)는 결혼한지 3년이 지나면서 슬슬 아기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상의해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도 2년째 출산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지만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아 서로 ‘아직 노산은 아닌데, 좀 위험한가’하고 고민하고 있다. 함께 좋다는 보약을 지어 먹기도 하고, 요가 클래스에 등록했지만 무소식인 게 찜찜하다. 친구는 시어머니가 ‘너한테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불쾌하면서도 죄지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기혼 여성 3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가임기 부부 7쌍 중 1쌍 정도는 난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은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진 지 1년이 지났는데 임신이 되지 않는 것으로, 35세 이상 여성의 경우 6개월간 기다려도 임신이 어려울 때 난임을 의심할 수 있다. 최근엔 고령임신이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부부가 적잖다.

그렇다고 무작정 여성의 문제만으로 볼 순 없다. 조선시대처럼 임신하지 못하면 여자의 문제로 치부해 시댁에서 쫓겨나는 것은 옛날 이야기다. 당시엔 난임을 만드는 원인이 남자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최근 연구 결과 난임을 만드는 실질적 원인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있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난임으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는 2008~2012년 연평균 4.2%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35~44세 남성의 난임치료 환자가 가장 높은 16.2%의 증가율을 보였다. 성별 비교에서도 여성 환자는 연평균 2.5% 증가한데 비해 남성은 11.8% 늘어 남성 증가율이 여성의 4.7배나 됐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장은 “과거엔 난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풍조가 강했지만 최근 남성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이같은 편견이 사라지는 추세”라며 “남성에서 이런 경우가 증가하는 것은 업무스트레스,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에 따른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회사생활을 하며 늘어나는 흡연·음주도 난임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흡연은 정자의 수 및 운동성을  떨어뜨린다. 지나친 음주는 정자가 생산되는 것을 방해하고 성행위 자체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정자운동이 좋지 않았던 남성환자도 불임검사 10일 전 업무스트레스를 덜 받고, 금연·금주에 신경쓰면 호전돼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여성 자신은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되돌려 배란을 활발히 하는 게 첫걸음이다.

배란은 임신에 필수요소로 난임 부부가 기본적으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방장훈 병원장은 “배란장애는 난임의 여성측 원인으로 빈번히 볼 수 있고, 원인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크게 ‘희발배란’이나 ‘무배란’으로 나뉘며, 병원에서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란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병은 다낭성난소증후군, 고프락틴혈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다.

병원에서는 △황체행성호르몬측정(LH check) △기초체온측정(BBT) △중간 황체기 황체호르몬 측정(P4 check) △초음파검사 등으로 배란상태를 검사한다.

이들 검사결과를 토대로 유럽·미국 생식내분비학회연합의 진단기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배란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만성적인 희발·무월경을 가졌거나, 임상적 또는 생화학적 혈중 안드로겐이 증가하는 고안드로겐혈증을 겪고 있거나, 초음파에서 커진 난소 가장자리를 따라 12개 이상의 작은 난포가 염주모양 배열된 다낭성 난소 형상을 지니고 있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가장 쉽게 배란일을 받으려면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로 난포를 관찰하면 된다. 가정에서도 배란 키트로 확인할 수 있다. 배란은 황체형성호르몬(LH, 황체생성호르몬, 황체호르몬)이 급증하는 시점(LH surge)부터 약 36시간 이후에 일어난다. 이 시기에 LH 키트로 황체형성호르몬을 측정하면 배란예정일을 가늠할 수 있다. 단 LH 급증기에 맞춰 사용해야 정확한 날짜를 짚어낼 수 있는 게 단점이다. 

가장 무난하게 가정에서 활용되는 게 ‘기초체온 측정’으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기초체온을 측정해 기록하는 방식이다. 방 병원장은 “배란되는 여성의 기초체온은 보통 한달에 두번의 고온기를 가지며, 황체생성호르몬이 급증하는 시점에서 체온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부인용 체온계로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시기 전, 구강으로 체온을 잰다. 불규칙한 수면습관 및 흡연은 결과를 해석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그러나 ‘후향적 검사’인 만큼 정확한 배란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혈중 황체형성호르몬이 증가한다는 것은 배란의 간접적 증거다. 배란이 일어나면 생리주기가 28일인 여성은 21~23일 사이가 ‘중간 황체기’로 황체형성호르몬 분비가 최고치로 오른다. 이때 황체형성호르몬을 측정하면 다음 생리주기에서 배란이 가능할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원활한 배란’의 시작은 ‘체중조절’이다. 체질량지수(BMI)가 27 이상인 경우 인슐린저항성이 증가하므로 적절한 감량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체중의 5%를 감량하면 배란이 회복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체중감량 및 운동은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연결된 내분비 기능을 교란시켜 무배란 및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평소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어 생리를 규칙적으로 되돌려야 한다. 무배란에 의해 자궁내막이 지속적으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면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자궁내막이 과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려면 생리를 유도하는 게 필수다. 흔히 프로게스테론제제 및 경구피임약을 주기적·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밖에 △메트포민(Metformin) △클로미펜(clomiphene) △레트로졸(Letrozole) 등을 활용해 배란을 유도한다.

메트포민은 인슐린 반응개선제로 다낭성 난소증후군 여성에게 사용됐을 때 인슐린저항성을 낮춰줌으로써 혈중 인슐린과 안드로겐 농도를 감소시키고 무배란을 치료하는데 널리 쓰인다. 

클로미펜, 레트로졸 등은 배란유도제로 에스트로겐 수치를 줄여준다. 약물로 생식샘자극호르몬(gonadotropic hormone, GTH)을 분비시키지만 난소과자극증후군 등 합병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한 뒤 신중히 결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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