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가능한 재발·국소·전이암을 말기암으로 오해하는 비율 높아 … 명확한 용어 정의 필요
윤영호 서울대병원 의과학과 교수
‘말기암’이란 용어가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의과학과 교수와 이준구 전문의는 2008~2009년 국내 17개 병원의 암환자 1242명, 가족 1289명, 암전문의 303명, 일반인 1006명 등 총 3840명을 대상으로 ‘말기암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말기암을 시한부 선고(6개월 이내에 사망)’로 본다는 응답이 45.6%로 가장 많았다고 18일 밝혔다.
이밖에 난치암(항암치료에도 암이 진행)을 말기암으로 본다는 응답이 21.2%에 달했다. 재발·전이암은 19.4%, 임종기암(수일·수주내 사망)은 11.4%, 국소암(초기는 지났으나 완치 가능)은 2.5% 수준이었다.
의학적으로 말기암은 환자가 수개월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다. 이 시기엔 수술·방사선치료·항암화학요법 등 완치나 생명연장을 위한 치료보다는 삶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응답자가 의학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말기암을 해석하고 있었다. 또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암을 치료나 생명연장이 가능한 재발·전이암, 국소암으로 오해하는 응답도 적잖았다. 이는 말기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확립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런 인식 차이는 환자와 관련된 응답자간 의사결정(end-of-life issues)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에게 말기암 사실을 알리는 여부에 대해 말기암을 ‘수일·수주 내 사망’으로 본다고 응답한 가족은 78.1%가 괜찮다고 했다. ‘국소암’을 말기암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가족은 92.6%가 괜찮다고 답했다.
연명치료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말기암을 ‘난치암’으로 응답한 가족은 91.9%가, ‘국소암’으로 응답한 가족은 69.2%가 괜찮다고 답변했다. 이런 의견 불일치는 가족 뿐만 아니라 다른 응답자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국소암으로 응답한 가족은 치료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암은 곧 죽음이라는 의식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는 최근 우리가 자주 접하는 ‘말기암’이란 용어가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또 의견 불일치가 환자, 가족, 의료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말기암에 대한 해석 차이는 잘못된 의사결정과 갈등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전문가 집단은 말기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에게 말기암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료의사결정(Medical Decision Making)’ 8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