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때문에 단맛·지방 중독 … 복부비만 유행시키는 사회시스템 변화 필요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과거에는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했지만 지금은 비만·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질환 등 대사질환들이 사망 원인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인은 계속해서 살이 찌고 있고 체중 증가에 따른 여러 질병들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에 비만이 유행하게 된 현상을 극복해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명제가 성립하게 됐다. 비만을 유발하는 원흉 중 대표적인 게 스트레스이고, 이와 연관된 우울증은 비만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스트레스는 단맛에 중독되게 한다
스트레스가 비만을 일으키는 기전은 두가지다. 첫째,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는 배고픔을 유발한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힘들고 괴로울 때에는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음식 섭취가 오히려 늘어나는 게 관찰됐다.
둘째는 스트레스로 인한 지방축적이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허리사이즈가 늘어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는 좋은 동기를 부여해주지만, 장시간 지속되면 코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된다. 코티솔은 몸에 나쁜 음식, 즉 지방과 설탕의 함유량이 높은 음식, 위로를 주는 음식을 자꾸 먹게 만든다. 다시 말해 음식에 중독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만 살찌는가? 스트레스는 살이 찔 부위까지 정해준다. 코티솔은 섭취한 에너지를 지방으로 바꾸기 위해서 인슐린 수치도 높인다. 복부지방은 지방산으로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빠르고 간으로 직접 연결되면 연소될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몸은 복부에 지방을 배치해서 미리 준비하게 한다. 복부에 지방을 배치해 위급상황에 쓰기 위한 것이지만, 과도한 복부지방은 사실 성인병을 일으킬 뿐이다. 스트레스호르몬은 결국 지방은 축적되게 만들고, 뇌에 작용해서 음식은 더 먹게 만드니 지방세포가 무럭무럭 자라기 마련이다. 코티솔이 뱃살의 주범인 셈이다.
운동을 해야만 하는 진짜 이유
스트레스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이는 현대인 중에서 과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먹는 것을 줄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최선의 방법은 운동밖에 남는 게 없다. 일상적인 신체활동이 턱없이 줄어들고 있어 운동량을 늘려 살을 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운동을 해야만 하는 진짜 이유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운동한다고 해서 갑자기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살도 안빠지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운동을 쉽게 그만두기 마련이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야만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을 만들 수 있다. 운동으로써 스트레스에 의한 코티솔 수치를 낮추고, 근육량을 높여서 기초에너지 소모량을 늘리고 인슐린의 역할을 좋게 하면 전반적인 대사가 원활해진다.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방감소가 아니라 오히려 근육을 만들어 살이 찌지 않는 인체조건을 만들어주는 데 있다.
4명 중 1명이 비만, 누구의 책임인가?
살이 찌는 것은 너무 많이 먹고 안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살이 찐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자기 비하와 대인관계기피증은 더욱 살찌게 만든다. 행동의 변화를 강조하지만 24시간 배달문화와 편의점 등을 통한 고열량식품의 간편한 구매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저항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난 15년 동안 스트레스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나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만을 유행시키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없는 한 비만인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설탕과 지방이 질병을 일으킨다면 이를 주의시키는 법령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식품업계를 보호하는 법안이 유지되거나 신설된다면 정부는 비만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아동들에게 설탕 소비를 줄이는 일은 질병 예방에 필수적이다. 마치 공공장소에서 흡연과 음주운전을 금지하고, 운전시 안전벨트 착용을 강제화한 것처럼 비만이라는 유행병을 극복하려면 국가정책의 변화가 개인행동의 개선 못지않게 시급한 일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살이 빠지지 않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