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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서울성모병원, 장간막림프관확장증 소장이식 국내 첫 성공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7-01 11:26:08
  • 수정 2014-07-07 20: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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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서 두번째, 뇌사자 소장 대부분과 대장 일부 이식 … 면역억제제 급여화 필요성 강조

이명덕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 소아외과 교수(왼쪽)와 소장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김모 씨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희귀난치성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이식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소장이식에 성공했다. 특히 이 환우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소장이식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이다.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이식팀의 이명덕·장혜경 소아외과 교수, 김지일 혈관이식외과 교수, 김상일 감염내과 교수팀은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을 앓고 있는 환자 김모 씨(28·여)에게 뇌사자의 소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1일 밝혔다.

장간막림프관은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소가 흡수돼 몸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은 태어날 때부터 림프관에 이상이 생겨 창자와 장간막에 사이에 실핏줄처럼 있어야 할 림프관이 확장돼 상태로 수년간 지속돼 복벽 자체의 기능이 상실되고 딱딱하게 굳어지며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또 림프액 일부는 복강으로, 나머지는 창자의 점막을 통해 새어나간다. 이로 인해 다량의 림프성 복수가 복강에 차게 되고, 혈장 성분과 비슷한 진액이 창자를 통해 대변으로 흘러나간다. 또 알부민 등 대량의 혈장단백질이 유실되는 단백유실성창자병이 동반된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림프관확장증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배 둘레가 120㎝에 달할 정도로 복수가 차고, 이를 빼내도 며칠 안에 금방 차올랐다. 오뚜기와 같은 자신의 모습에 그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또 창자로 단백질이 빠져나가 영양실조가 계속됐으며, 혈장 알부민 수치가 1.5~1.7g/㎗(정상은 4g/㎗ 이상) 밖에 되지 않아 다리가 붓고 근육이 없이 가늘었다. 성장장애도 심해 28세에 신장이 150㎝에 불과했다.

이 질환은 의사 경력 30년 이상인 이명덕 교수조차 ‘말로만 듣던 환자를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로 드물다. 세계적으로 약 2000건 정도의 소장이식 사례가 있지만 장간막림프관확장증으로 소장이식에 성공한 사례는 3년전 해외학회에서 보고된 1례가 유일했다.
게다가 이 질환이 국내 의료법상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아직 등록되지 않아 김 씨의 부모는 진료비의 정책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김 씨는 2살 때 이 질환을 진단받은 후 국내 유명 병원들을 전전했지만 별다른 치료효과를 보지 못했다. 2009년 1월 그는 서울성모병원으로 병원을 옮겨 이명덕 교수에게 진료받았다
당시에도 김 씨는 복수로 배가 차오르는 증상으로 고통받았다. 이 교수는 영양액 성분과 비슷한 복수를 혈관으로 다시 넣어주면 영양실조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복강·우심방 레벤션트(leben shunt, 생명유지장치가 되는 작은 통로)를 설치해 환자가 몇 년간 무리없이 살게 했다.

이 장치는 복수가 관을 통해 저절로 정맥을 지난 후 우심방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중간에 펌프가 달려있어 손으로 누르면 복수가 올려져 흐르는 속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결국 감염이 발생해 복수내 조직인자가 활성화됐고, 이로 인해 혈액내 응고가 일어나면서 생명이 위독해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지만 합병증이 재발한다면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었다.

결국 이 교수는 장간막림프관확장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인 소장이식을 결정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소장이식 후 남겨두는 위와 십이지장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복수와 단백질이 유실될지 짐작할 수 없었다. 학회에 보고된 유일한 사례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기 힘들었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20일 29세 여성 뇌사자의 소장을 김 씨에게 이식했다. 수술팀은 대부분의 단백질 유실이 소·대장에서 이뤄지고, 림프액 등이 장간막을 통해 누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공장 10㎝와 항문·직장 15㎝만 남기고 중간 창자는 모두 절제한 후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해 연결했다. 뇌사자의 장기 중 소장은 거의 대부분, 대장은 우결장까지 이식했다.

16시간이 걸릴 정도로 대수술이었다. 이미 유착되고 어지럽혀진 창자 전체를 절제해야 했으며, 이식 창자와 연결하는 부위도 여러 곳이었다. 장루를 만든 후 위장관에 여러 개의 튜브를 설치하고, 이를 장간막에 이어주는 등 과정이 복잡했다. 또 운동성이 큰 창자가 꿈틀거리다가 돌지 않게 자리를 잡아줘야 했다.
소장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처럼 어느 혈관만 연결하면 된다는 정해진 술식이 없고 복강내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또 작은 실수라도 발생하면 수술이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이명덕 교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한 달 후에는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장기이식 환자처럼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아직 정부가 면역억제제의 보험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장이식 환자를 위해 면역억제제가 급여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1일 오전에 집으로 귀가했다. 병원 사회사업팀은 김 씨의 어려운 경제적 형편을 감안해 자선진료 차원에서 치료비를 일부 지원한다. 지난 6월 10일에는 유경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이 김 씨를 방문해 진료비 일부를 후원하는 등 외부 사회복지단체의 도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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