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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함께 울어줘야 할 때, 친구를 위로하는 네가지 방법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06-04 14:18:11
  • 수정 2014-06-09 14: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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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연·왕따·취업실패·친한 이의 죽음을 위로하는 실전 노하우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위안은 그것이 진부하더라도 거절 당해서는 안된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은 ‘사랑이 있는 기나긴 대화’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어떤 슬픔도 위로로 갚아질 수 없는 것은 결코 없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슬픔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는 스킬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 위로할지 조그만 팁을 제공하고자 한다.

실연당해 울고 있는 친구

언제든지 달려가 같이 밥 먹어주기

실연 당한 친구를 가장 쉽게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밥 사주기다. 상대에게 올인했던 친구는 이 세상에 연인이 없어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실연에 휩쓸린 그녀에게 남자친구를 만나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왔던 당신의 ‘친밀함’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자.

처참하게 차였더라도, 상대방을 같이 욕하지는 말자
사랑은 책임감있고 성숙한 두 성인이 서로간 자아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일이다. 이 때문에 친구가 상대방을 비난할 때 이를 거들어주면 나중에 친구는 이를 자기에 대한 비난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비난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줬더라도 이에 맞장구친다면 친구의 원망을 얻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너는 그를 충분히 사랑했고 잘 마쳤어!”라고 친구의 대견함을 칭찬하자
실연을 당하면 ‘내가 불충분했다’는 생각에 낮은 자존감, 자기비하 등 후유증에 휩싸인다. 당신의 친구는 지금 상실감으로 인해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랑도 못할거야’라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저 인간 때문에 나만 상처 입었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거나, 상대방에게 분노를 투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랑의 아픔을 잊어간다. 이 때 친구는 지인이 죽는 것과 같은 ‘애도반응’을 겪는데 든든한 응원자가 돼 친구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이별의 아픔을 잊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도움을 주는데도 한계가 있음을 명심하라
이별한 친구가 전 애인을 그리워하며 친구관계를 소홀히 여기면 도움을 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별의 아픔을 잊는 데에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자친구의 빈자리를 100%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설정하는 게 현명하다.

왕따를 당해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친구

왕따를 당한 것은 너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주자
왕따의 책임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있다. 드물지 않게 피해자의 잘못 없이도 집단압력에 의해 따돌림이 생기기도 한다. 운 나쁘게 경쟁구조 가운데 희생양이 된 것일 뿐. 왕따 피해자의 가장 큰 인지왜곡인 ‘내가 왕따 당할만한 사람’이라는 피해의식이 사실이 아님을 가까운 친구가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보라.

집단 따돌림의 피해를 잘 표현하도록 들어주자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그 사건을 기억하기 싫어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내성적이고 자기표현이 부족하므로 상황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경청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아는 친한 친구가 아무런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민감한 대응은 금물!
피해상황을 그냥 덮어버리고 회피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민감한 대응으로 사건을 키우는 것이다. 회사 또는 조직에서의 대인관계 문제는 소문과 낙인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 감하게 대응하는데 쏟을 에너지를 자신의 우울증과 피해의식을 회복하는데 쏟도록 하자. 친구가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도록 도와주자.

우울증에 가장 좋은 치료는 햇빛 쬐면서 산책!
말없이 친구와 동행해주자. 우울증 치료의 키포인트는 몸을 움직여주는 것이다. 혼자 생각에 몰두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는 친구를 무조건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햇빛이 찬란한 바깥세상의 공기를 마시면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돼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취업 실패로 힘들어하는 친구

면접 실패가 인생 실패는 아니다. 나와 그 회사가 맞지 않을 뿐.
면접에 떨어졌다는 기분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머리로는 면접 실패가 인생 실패는 아니라고 인지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는 ‘거절감’에 몸부림친다. 친구를 섣불리 위로하기도 두려운 당신, 커다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라. “그 회사와 네가 맞지 않을 뿐. 그런 회사는 들어가도 고생한다”라고. 친구가 단순한 위로가 아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준다면 인생을 그리 헛 살지는 않았다고 느낄 것이다.

숨겨진 친구의 적성을 짚어 주는 센스!
어린시절,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나는 그녀의 성향과 적성을 잘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부모도 캐치할 수 없는 면모를 짚어주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너는 예술가쪽이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없었을 수도 있다. 면접 실패로 힘들어하는 친구는 좌절감으로 인해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자기 적성을 찾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생각없이 맘 놓고 같이 놀아본다!
20대에 취업에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괴롭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놀 수 있는가 생각해보라.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게 인생 중·후반이라면 20~30대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다. 우울해하지 말고 생각을 전환하면 행복해진다. 자연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도움이 되는 취업자리 팁을 전해준다
실질적인 도움은 친구가 취업자리를 알아보는 것 뿐!  비슷한 업종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일자리가 있다면 제안해보라. 아니면 좋은 취업정보를 공유하거나, 자기소개서 쓴 것을 같이 읽어봐주라. 친구는 든든한 지원군 덕에 당장 취업이 안되더라도 그 시기를 잘 넘길수 있을 듯하다.

가까운 친지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많이 힘들지? 무조건 안아주라
친구를 배려한다고 아무런 언급이나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섭섭해할지도 모른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되랴.  ‘많이 힘들지?’라는 말과 함께 안아주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는 나의 죽음을 싸늘하게 느끼게 하는 허무함을 동반하기 마련. 살아있는 따뜻함을 느낄수 있도록 몸으로 온기를 느끼게 해주자.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를 먼저 이해해주자
어떤 이들은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가 복잡하기도 하다.  부정→분노→우울→수용의 4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등 사람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단계에 친구가 있는지 살펴보면 죽음을 수용해가는 친구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친구를 포함한 유족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자
장례식이 끝난 후 유족들은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때 내 마음의 표시인 작은 선물은 다른 어떤 시기의 선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효과를 낸다. 평소 친구가 좋아했던 음식이라든지, 작은 정성의 선물이라도 좋다.  마음이 가는 만큼 돈이 가는 법!  이왕이면 돈을 좀 써서 위로하자. 

가장 돈 안드는 방법, 자주 연락하기!
죽음에 대해 굳이 같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가 너를 잊지 않고 있다는 의미의 문자메시지, 카톡, 안부전화는 친구가 일상에 적응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순조롭게 한다. 평소보다 좀더 자주 연락하자.  물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는 게 친구도, 나도 편하다. 힘들었을 때 진정으로 위로하는 친구야말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벗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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