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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주부습진’이란 질환명이 손피부병 키운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5-28 16:36:16
  • 수정 2014-06-02 1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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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2013년 환자 증가세, 현재 769만명 … 일반인 10명중 7명, ‘심한 질병’ 여부에 무관심

손에 자극접촉피부염이 나타난 모습

손피부병 환자는 우둘투둘 갈라진 손을 남들 앞에 내보이는 데 부담을 느끼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는 2013년 769만명으로 많은 편이나 손피부병은 ‘주부습진’ 정도로 인식돼 증상이 나타나도 이를 방치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피부과학회는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12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손이 보내는 피부건강 SOS, 손피부병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28일 서울 플라자호텔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경비원 최 모씨(60)는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뿌리는 작업을 하다가 손에 홍반이 생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증상이 점점 악화돼 건선으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만난 절친한 친구는 그와 악수하면서 정색을 하며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병원에서는 딱히 전염성 여부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친구가 당황해했던 기억이 눈에 선해 그때부터 남 앞에서 손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그는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손피부병은 접촉피부염(자극접촉피부염·알레르기접촉피부염), 아토피피부염, 한포진, 건선, 수부백선(무좀) 등을 포함해 손 부위에 발생하는 피부질환을 통칭한다. 손은 난치성 피부질환이 쉽게 발생하는 부위로, 작은 이상징후도 피부건강의 적신호로 여기고 병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원인은 크게 화학물질·물질적 자극물질에 대한 ‘노출외인성 요인’과 스트레스·면역력저하·유전 등 ‘내인성 요인’으로 나뉜다. 자극접촉피부염·알레르기접촉피부염 등은 외인적 손피부병으로, 한포진·아토피피부염 등은 내인성으로 분류된다.

자극에 노출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인구의 약 10%는 평생 적어도 한번 이상 손 피부병을 경험하며, 인구의 약 5%는 항상 손 피부병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애영 동국대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심할 경우 평소 손을 가리거나 악수를 기피하게 되는 등 대인관계에 불편을 끼치며 우울증 등 심각한 심리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주로 가려움증·물집·구진·홍반·부기 등이 관찰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기·물집은 줄어들고 피부주름이 두드러지거나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 비늘·색소침착 등이 나타난다.

건강보험공단은 2008~2013년 손피부병 관련 환자수, 진료비, 내원일수 등은 5년간 증가세라고 밝혔다. 2008년 총 2767억 원이었던 전체 진료비는 2013년 658억원이 증가한 3425억원으로 조사됐다. 환자수는 2008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 2013년에는 약 769만명이 손피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은 손피부병 하면 보통 주부습진을 떠올린다. 만성손습진을 의미하지만 설거지 등 오랜 시간 집안일을 하는 주부에게 흔해 이같은 별칭이 붙여졌다. 사실 이 질환은 주부 외에도 학생·미용업계 종사자·생산직·의료인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발병하고 있다. 유병률이 높고 만성화되기 쉽지만 질환 심각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편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지난 3~4월, 전국 25개 병원의 피부과를 내원한 손피부병 환자 1000명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반인 913명 등 총 1913명을 대상으로 손피부병에 대한 인식과 환자 생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반인은 대부분 손피부병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온라인 설문조사 응답자의 73.1%는 손피부병이 만성화되면 태선화가 나타나고, 대인기피로 인한 우울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환자의 약 63%는 발병요인을 잘 모르거나, 원인을 피하는 법이 귀찮거나 어려워 잘 지키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재발이 잦은 이유 중 하나다.

이애영 교수는 “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부위로 약을 발라도 쉽게 지워져 치료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경증일 때 치료하면 그래도 금방 낫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갈라지는 등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더욱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질환은 환자의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10명 중 6명은 일상생활과 직업활동 등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환자의 약 67%는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과 불이익을 느꼈으며, 약 63%는 직업과 관련된 활동 시 대인관계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심지어 손피부병 탓에 직업을 바꾸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 악수를 자주 하게 되는 영업직 종사자나, 손님 앞에 손을 보여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는 손피부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미용업계 종사자도 손피부병에 노출되면 퍼머약·염색약·잦은 샴푸 등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돼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실제로 환자의 약 14%는 손피부병이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5%는 직업을 바꾸거나 그만뒀다.

손상욱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손피부병을 앓고 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인터넷 등에서 본 정보를 토대로 자가진단 및 치료하는 환자가 적잖다”며 “이들은 결국 상태가 악화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좀 환자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등 잘못된 약물을 사용해 질환을 악화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손피부병은 증상, 연령, 피부 상태 등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 자극성·알레르기 접촉 피부염의 경우 ‘패치검사’ 등으로 원인물질을 찾아 접촉을 피하고 젖은드레싱으로 치료한다. 아토피피부염은 보습을 기본으로 국소 칼시뉴린억제제 등을 투여한다. 
한포진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를, 건선엔 비타민D 유도체인 칼시포트리올·칼시포트리엔(calcipotriol·calcipotriene)이나 타자로텐(tazarotene)·안쓰랄린(anthralin)을 활용한다. 백선증으로 진단되면 살리실산(salicylic acid) 2~6%나 요소연고로 각질을 제거한다.

손상욱 교수는 “손 외에 다른 부위의 피부병변 유무도 중요하다”며 “간혹 단순한 피부염이 아닌 아토피나 건선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희철 대한피부과학회장(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은 “‘주부습진’이라는 별칭에서 느껴지듯 손피부병은 일반인들에게 매우 흔하고 가벼운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방치하면 쉽게 만성화돼 심리적 고통은 물론 직업활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심각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반드시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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