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기능 퇴화군, 정상인보다 TSH 농도 21% 낮아 … 경도인지장애 환자, 영향 더 크게 받아
장학철(왼쪽)·문재훈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갑상선호르몬은 인체 대사를 조절할뿐만 아니라 뇌기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갑상선호르몬이 정상 이상으로 증가 또는 감소할 경우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자는 갑상선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혈청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정상 범위에 속해 갑상선기능이 정상으로 간주되더라도 이 호르몬 농도가 낮을수록 치매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학철·문재훈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갑상선호르몬 및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가 정상 범위에 속해 ‘정상 갑상선 기능을 가졌다’고 평가된 65세 이상 노인 313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가 낮을수록 5년 뒤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갑상선기능이 정상이고 비치매성인 노인 313명 중 237명은 정상이었으며, 76명은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었다. 5년 후 259명은 인지기능이 그대로 유지됐지만, 54명은 기능이 떨어지거나 치매로 악화됐다. 인지기능이 퇴화된 군은 그렇지 않은 군보다 ‘혈청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가 평균 21%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관성은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다른 인자들을 보정한 후에도 유지됐다.
문재훈 교수는 “갑상선호르몬 및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가 정상 범위여서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으로 진단되지 않더라도 호르몬 농도가 낮으면 인지기능 저하 및 치매가 유발될 수 있다”며 “특히 이미 경도인지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관련성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연구로 갑상선자극호르몬 감소가 치매를 발생시킨다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갑상선자극호르몬 감소가 인지기능 저하 초기에 동반되는 단순한 변화일 가능성도 존재해 치매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지표로서의 의미만을 부여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장학철 교수는 “보통 갑상선암수술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를 낮게 유지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치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약물로 임의로 떨어뜨린 것이므로 인지기능 저하 초기에 동반되는 갑상선자극호르몬 감소와는 기전상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치매 유병률이 높은 노인 인구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 농도가 특별한 원인 없이 감소한다면 향후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뇌하수체전엽에서 생성 및 분비되는 혈청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갑상선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농도가 0.5~4.0㎖U/L일 때 정상으로 본다.
이번 연구결과는 내분비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내분비대사학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최근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1저자인 문 교수는 임상내분비대사학지로부터 ‘2월의 주요 저자(Featured Authors)’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