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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증상도 다양한 월경장애, 혼자 앓다가는 ‘골병’든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4-29 20:00:27
  • 수정 2014-05-08 17: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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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상태·호르몬·체중 등 복합적 요인이 월경장애 유발 … 무월경, 1~2개월 단기치료로는 개선 어려워

회사원 이 모씨(24·여)는 작년부터 생리기간이 들쭉날쭉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지난해 회사에 입사한 뒤로 생리가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게다가 생리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편하긴 하지만 ‘어떤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 고민스럽다. 

이 씨처럼 월경 기간이나 양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모든 증상을 ‘월경장애’라고 한다. 월경이 없는 경우(무월경), 지나치게 생리량이 적은 월경(소량월경), 반대로 월경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월경과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월경(월경불순 또는 불규칙월경)을 포함한다.

문제는 이를 겪는 여성이 10년 새 약 4배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이 2000년 15만여명에서 2010년 53만여명으로 10년 사이 3.56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월경은 난소의 내분비기능으로 일어나는 자궁의 주기적 출혈로, 가임기 여성의 월경은 가임능력과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여성들은 한달에 한번 하는 ‘월례행사’로 여겨 귀찮게 여기면서도 생리가 끊기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이면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월경 중 배출되는 생리혈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비교하는 게 어렵다. 다만 건강한 여성의 1회 월경 주기 당 총 실혈량은 평균 30㎖~50㎖로, 월경 주기마다 실혈량이 80㎖이상인 경우 월경과다로 진단한다. 보통 호르몬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자궁근종, 자궁내막 폴립 및 병변, 자궁내막암, 혈액응고장애 등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다.

생리혈은 보통 이틀째 가장 많으며 두시간에 한번 생리대를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과다월경일 경우 생리대가 한시간을 채 가지 못하고 이틀째와 같은 상태가 며칠간 지속된다.

월경과다와 함께 ‘과장월경’이 동반되는 경우도 흔하다. 여성의 생리기간은 평균 3~7일이다. 하지만 그 이상 지속되면 과장월경이라고 한다. 과다월경과 함께 나타나면 빈혈을 일으킬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과다·과장월경은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심한 다이어트로 호르몬 균형이 깨질 경우 나타나기 쉽다. 예컨대 2~3회 계속되다가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대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하지만 갑자기 생리혈이 늘면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과장은 “월경과다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를 경험하는 여성은 삶의 질이 저하된다고 느낀다”며 “월경과다·과장월경이 장기간 지속되면 철 결핍성 빈혈, 피로, 실신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지어 여성암, 내분비기능이상 등 부인과질환의 전조증상으로 꼽히기도 하므로 증상이 오래됐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생리혈의 양이 적거나 너무 일찍 끝나 고민하는 여성도 있다. 생리가 하루·이틀로 끝나버리는 ‘과단월경’과 생리대를 교체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로 출혈이 적으면 ‘과소월경’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두가지 증상은 같이 나타난다.

폐경에 가까워진 중년 여성이 생리혈이 줄고 생리 일수가 짧아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20~30대 여성에게 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조심스럽다. 보통 신체발달이 느려 자궁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여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대개 자궁발달이 미숙해 자궁내강(자궁내막으로 둘러싸인 자궁 안쪽 공간)이 좁으면 떨어져 나가는 내막의 양이 적어 자연스레 ‘나와야 할 양’ 자체가 적어진다. 이밖에 인공유산수술로 자궁내막에 상처나 유착이 생겨 내막 증식범위가 좁아지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과소월경이 지속되면 무월경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미경 과장은 “생리혈의 양은 사람마다 차이가 나므로 배란주기만 일정하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초체온을 일정기간 측정해본 뒤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에서는 문진, 내진, 초음파검사 등으로 자궁이나 난소에 이상이 없는지 조사한다.

그는 “젊은 여성이 과소월경을 치료해야 한다면 호르몬요법, 배란촉진제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10대는 아직 성장기인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자궁은 내막의 증식과 박리를 반복하며 성숙하므로 경과를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아예 생리가 없는 사람도 있다. 이를 ‘무월경’이라고 부르며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경 나이는 12~13세이고 늦어도 15세에는 초경을 맞는다. 18세가 되어도 초경이 없으면 원발성 무월경으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병력·신체검사가 필요하며 정확한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예컨대 △14세까지 초경과 2차성징이 없거나 △16세까지 월경을 한번도 겪지 않았거나 △16세까지 생식기·유방 등에 2차 성징이 있으나 월경이 한번도 없거나 △선천적으로 자궁이나 난소에 이상을 갖고 있거나 △염색체에 이상이 발견되거나 △처녀막이 폐쇄되거나 자궁·질이 선천적으로 없는 경우라면 원발성 무월경이 나타난다.
 
만약 주기적이던 월경이 임신·폐경 이외의 이유로 3개월 이상 정지됐다면 속발성 무월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크게 심리적 문제, 체중변동, 유즙 분비, 난소기능 이상, 자궁내막 이상 등에 의해 유발된다.

심리적 장애는 배란장애를 유발해 호르몬 균형을 깨뜨려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다. 김미경 과장은 “월경은 여성의 뇌와 여성호르몬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주기적 신체활동이므로 시상하부, 뇌하수체, 난소, 자궁 중 어느 한 곳에 이상이 생기면 배란 및 월경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상하부는 이상이 쉽게 나타나는 부위로 식욕이나 감정 등을 조절해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지거나 환경에 잘 적응하면 다시 월경이 돌아온다.

갑자기 무월경이 나타났다면 자신의 체중변동이 심하지 않았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다이어트·식이장애 등으로 인한 체중 감소 또는 증가는 시상하부 기능의 이상을 초래한다. 젊은 여성이 체중을 너무 줄였거나, 너무 비만하거나, 40㎏ 이하의 비정상적 저체중이라면 정상체중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산모는 수유하는 동안에도 유즙분비호르몬이 증가해 무월경 상태가 정상적이다. 하지만 수유할 상황이 아닌 여성에서 젖이 나오면서 무월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는 병적인 원인을 밝혀 바로잡아야 한다. 가령 뇌하수체에 작은 종양이 생기면 유즙분비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젖이 나온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난소에 작은 난포가 많이 있는 다낭성난포를 가졌거나, 자궁내막이 결핵이나 염증에 의해 손상됐거나, 인공유산을 여러번 겪어 자궁내막이 유착되는 경우에도 무월경이 나타나기 쉽다.

김미경 과장은 “요즘엔 6개월~1년 정도 무월경 상태가 지속돼도 오히려 이를 편하게 여기거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무월경을 장기간 방치하면 치료해도 다시 월경을 시작하기 어렵고 1~2개월 정도의 치료로는 낫지 않는 만큼 무월경이 2~3개월 지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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