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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갑상선암 조기진료 제재에 의료계 ‘획일적이면 더 큰 재앙’ 반발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4-03 19:21:26
  • 수정 2014-04-07 17: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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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이 건강상태 검사하겠다는데 권리 막는 꼴 … 치료시기 놓쳐 피해 생기면 책임은 누가?

정부의 갑상선암수술 가이드라인 제정 발표에 대한갑상선암학회 측이 ‘개인의 기본 권리를 막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국내에서만 유난히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과잉진단’ 탓이라는 평가에 정부가 수술 가이드라인 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갑상선암학회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획일적 기준을 두는 것은 위험한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갑상선암 자체가 두려운 질환은 아니지만 개인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기본권을 정부 차원에서 침해하거나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정재훈 대한갑상선암학회장(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이 급증하는 것은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종양의 진단에 적용돼 1㎝ 이하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진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부정하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급증하는 것은 외국과 달리 쉽게 병원을 방문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게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2002년 이후 거의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포함시켜 갑상선암의 조기진단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민간보험과 관련돼 적극적인 진단을 받으려는 환자의 욕구,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진료권고안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것도 한몫한다.

정 회장은 “그러나 이런 조기진단만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요오드 과다섭취, 컴퓨터단층촬영·양전자방출단층촬영(CT·PET) 검사 등 의학적 방사선 피폭 증가, 비만인구 증가 등이 일부 갑상선암 발생에 기여한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연령층이 아닌 19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층에서도 최근 10년간 갑상선암이 약 2.3배 증가했다”며 “최근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 갑상선암 발생에 환경적 인자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회장은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라는 기록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하는 게 맞지만,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라며 “초음파검사로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의 이득을 보게 될 상당수 환자들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만약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피해가 생기는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박했다.
 
정 회장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1㎝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미 갑상선 종양이 발견돼도 직경이 0.5㎝ 이하인 경우 주위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직경이 1㎝ 를 넘는 암은 사망률·재발률을 의미있게 낮추는 만큼 갑상선전절제술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직경 0.6~1㎝ 사이 종양의 경우 치료법 선택이 애매한데, 이런 종양은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어 경과관찰보다는 수술하는 게 좋다”며 “미국갑상선학회도 이를 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는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하라’는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정 회장은 “갑상선종양의 위치, 크기, 환자 목의 두께,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달라진다”며 “실제로 1㎝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 매우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갑상선암은 대부분 진행이 매우 느려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하는 암’이라고 설명했다. 누적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미세하게 높아져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므로 최소 10~30년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학회 측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고 암이 매우 커져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암이 어떤 장기로 옮아가느냐에 따라 증상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조기발견의 중요성이 폄하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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