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경기 여성 70%, 자신의 증상 제대로 이해 못해 … 상담 후 호르몬치료 고려해볼 수도
주부 이모 씨(53)는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폐경기가 올 때가 됐나보다’하고 생각한지 10년째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찾아오나 싶었는데 생리를 건너뛰고 다시 시작하길 몇년 동안 반복하는 마당에 오히려 신경이 쓰인다. 그는 “이제 차라리 페경이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난소에서 더 이상 배란이 일어나지 않아 일어나는 영구 무월경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폐경은 보통 45~55세 사이에 일어나며 한국여성의 평균 폐경나이는 50세 무렵”이라며 “대개 1년간 생리가 없을 때 폐경으로 진단하며, 폐경 후 약 1년까지를 흔히 갱년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인생의 40%를 폐경 상태로 보내는 것이다.
폐경기에는 에스트로겐이 결핍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종의 전조증상이 나타나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 급성증상으로는 안면홍조, 야간발한, 불면증, 정서변화, 불안, 과민성 기억장애, 자신감상실 등이 대표적이다.
아급성증상으로는 생식기계위축, 성교통, 요도증후군, 성욕감퇴, 피부위축, 관절통, 요실금 등을 꼽을 수 있다. 만성 후유증도 흔하며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40~50대 갱년기여성의 80% 이상이 기억력감퇴, 피부건조증,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얼굴에 수염이 나거나 땀이 많이 나는 증상도 3명 가운데 1명꼴로 호소한다.
신용덕 원장은 “폐경기에 이르면 대개 급성증상을 먼저 느끼게 되며 누구에게나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처럼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현상이 10년 정도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폐경이 되지 않는 경우 다른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기본적인 부인과검사와 골반 초음파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연령에 따라 다르겠지만 폐경기가 아니면서도 생리 불순이 오는 경우도 있어 의사의 면밀한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호르몬검사, 갑상선기능검사, 유즙분비호르몬검사 등을 시행한다.
또 일부 여성은 폐경기는 곧 여성으로서의 삶이 끝난다고 생각해 이를 늦출 수 없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초경 당시 난소내 난포수는 38만개 정도로 배란 때마다 다수의 난포가 동반 소모된다. 갱년기에 이르면 난소는 난포를 거의 모두 잃어버려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배란시킬 난자가 없어져 자연히 월경도 사라져 폐경이 따라온다.
신용덕 원장은 “이때 난자가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뇌하수체호르몬의 자극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노화되거나 배란에 필요한 자극의 문턱이 높아져 배란이 일어날 수 없다”며 “따라서 폐경을 약물로 늦출 수는 없고 폐경기에 부족해진 여성흐르몬을 약물로 보충하는 호르몬요법으로 폐경기 증상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 나오는 자궁의 출혈은 생리가 아닌 ‘소퇴성 출혈’이다. 신 원장은 “호르몬치료시 자궁내막의 과자극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퇴성 출혈이 나타나도록 호르몬제를 배합해서 투여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몬치료는 폐경으로 결핍된 여성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주는 방법으로 경구약물 복용이 가장 흔하다. 이밖에 주사, 국소패치, 경질 투여 등의 방법이 있다. 개인의 증상과 검사결과를 토대로 용량과 투여기간을 결정하게 됩니다.
과거엔 호르몬치료가 유방암·비만 등의 원인이 된다며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유방암이 국내보다 흔한 서구권 국가에서 여성호르몬을 7년 정도 복용해도 유방암 발병률이 증가되지 않았다. 폐경 후 나타나는 비만은 호르몬치료 때문이 아니라 노화로 인해 신진대사가 감소하기 때문으로 오히려 호르몬치료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호르몬치료를 받으면 전반적인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가장 흔한 증상인 안면홍조증의 경우 3개월 이상 치료받으면 거의 소실된다.
다만 국내 폐경기 여성의 70%는 폐경기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어 자신의 신체적 변화에 어쩔 줄 모르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보는 게 좋다.
자궁암 검사, 난소암검사 , 유방암검사 등은 이 시기에 기본적으로 받아봐야 할 검사다. 폐경 후에 흔한 골다공증을 찾기 위한 골밀도검사, 혈중 콜레스테롤의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지질검사, 호르몬치료 전 필수로 실시하는 간기능검사 등도 필요할 수 있다.
폐경기를 극복하려면 호르몬치료 외에 식이요법과 운동이 도움이 된다. 끼니를 거르지 말고 채소·제철 과일·유제품 등을 포함한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 게 좋다. 과음, 흡연, 커피, 탄산음료, 고지방식품, 염분이 높은 제품은 피한다.
적절한 운동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빠르게 걷기, 가벼운 조깅, 댄싱 등이 도움이 되며 일주일에 4일 이상 최소한 30분 이상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