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하다고 방치하거나 약 잘못 먹어 만성화되기도 … 최악의 경우 뇌출혈·뇌지주막하 출혈
이태규 신경과 원장이 두통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머리나 뒷목의 통증을 뜻하는 ‘두통’은 현대인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그냥 지나쳐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두통은 세부 종류가 100여 가지에 이르고 드물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태규 신경과 원장은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거나 약을 잘못 먹어 만성화돼 난치성으로 변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조기에 적절한 검사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병원을 찾아도 진료과과 많아 어딜 가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행여나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두통을 전문적으로 보는 진료과는 ‘신경과’(neurology)다. 신경과가 낯설고 생소하다면 ‘신경내과’로 이해하면 쉽다. 진단은 자세한 문진과 머리MRI(자기공명영상), MRA(혈관촬영), 머리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영상의학적검사가 주로 이뤄진다. 혈액검사, 뇌혈류초음파검사, X-레이촬영, 적외선체열진단 검사 등도 종종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뇌척수액 검사, 안압측정, 안저촬영, 뇌파검사 등이 병행된다. 검사 비용은 대체로 병원의 규모가 클수록 비싸진다고 보면 된다.
두통 때문에 타이레놀 등 진통제·소염진통제를 복용해도 낫지 않거나 갑작스레 심한 두통이 나타났다면 서둘러 응급실이나 신경과를 방문해야 한다. 이런 경우 뇌출혈, 뇌지주막하 출혈이 최악의 시나리오인데 이를 놓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뇌지주막하 출혈은 빈도는 드물지만 일당 발병하면 환자의 약 70% 가 사망 또는 심각한 후유장애에 놓이는 등 치명적이다. 대개 뇌혈관동맥류, 일명 혈관꽈리가 터져서 발생한다.
이태규 원장은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 동반된 경우에도 속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며 “뇌·혈관에 구조적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머리 MRI이나 CT 등으로 검사하는 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뇌출혈, 뇌졸중의 우려가 있다”며 “뇌출혈이 작은 정도라면 별 문제없이 저절로 흡수되나, 아주 심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머리를 다친 후 속이 메슥거리거나 울렁거린다면 뇌출혈 우려가 있어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좋다. 특히 노년층은 경미하게 머리를 다치고 나서도 노화된 뇌혈관에서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젊은 사람이더라도 드물게 머리나 뒷목 외상 후 혈관벽이 찢어지는 박리현상으로 뇌졸중이 올 수도 있다.
두통에 37.5도 이상의 고열, 오한이 난다면 방치해선 안 된다. 단순히 열이 나는 느낌인 열감은 해당되지 않는다. CT나 MRI 등 검사가 필요하고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머리 MRI 시행후 뇌척수액 검사로 확진을 내린다.
두통과 함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시야가 희뿌옇게 흐려지거나, 부분적으로 어두워 잘 안보이거나, 부분적으로 밝은 불빛이나 지그재그 모양의 시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시각 증상이 금방 사라졌다고 해도 반드시 병원을 찾는다. 특히 노인인 경우엔 서두르는 게 좋다.
이태규 원장은 “두통 위치가 한쪽 눈이나 이마에 국한돼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 안압측정, 머리MRI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