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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낙태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진 당신에게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03-11 18:31:15
  • 수정 2014-03-14 18: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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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 후 연예지속, 이별, 결혼 등 3가지 상황에 대한 조언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가장 흔한 낙태 이유는 크게 태아 기형, 기혼자의 터울 조절, 미혼 임신(혼인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신) 등 세가지다.  태아기형을 제외한 모든 낙태는 불법으로 형법상 2년 이하의 징역이 내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감행해야 하는 미혼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영혼을 담보로 걸어야 한다. 낙태 후에는 연애를 지속하는 경우, 이별하는 경우, 임신을 유지하고 결혼하는 3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낙태를 하고, 연애를 지속한 경우

여성들은 상대방이 나와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불신, 나와 결혼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차 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혼이 사랑의 목표인가?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노(No)’이다. 모든 사랑의 관계가 결혼으로 반드시 이어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모든 사랑의 과정에선 신뢰와 믿음이 삐걱대는 부분이 반드시 생긴다. 낙태로 인한 상실의 아픔으로 상대를 원망하기 보다는 서로의 책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맘이 따르지 않더라도 낙태해야 했던 상황을 지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감정적 처리를 위한 심리상담을 고려하자. 앞으로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는 철저한 ‘자기주장’을 내세워야 한다. 낙태의 가장 바람직한 예방책은 피임이다. 피임은 혼자만의 의지로 가능한 일이 아니므로 적극적으로 남자친구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성에 대한 자유로움이 임신에 대한 두려움조차 넘어설 수 없다. 착한 여자가 되어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여자 혼자 지어야 한다면 그 관계는 공정할 수 없다. 자꾸 화가 나게 되고, 남자친구에게 원망을 쏟게 되어 결국은 그를 떠나게 된다.
남자친구에게 피임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한다면 반복적인 낙태로 몸과 마음을 망칠수 있다. 유사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하여 ‘모닝필’도 고려해보자.  모닝필은 사후피임약으로 효과를 100% 신뢰할 수 없지만, 관계를 가진 후 72시간 이내, 되도록 12시간 이내 복용하며 효과적이다.  사후피임약인 ‘노레보’는 한국에서도 종교단체와 교육계의 반대로 판매가 미뤄졌다가 2001년부터 판매가 허용되면서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한알에 1만40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낙태 후 이별한 경우

낙태의 후유증으로 상대방과 이별할 수도 있다. 이때 여성들은 버림받은 느낌, 이용당한 느낌으로 분노가 끓어오른다. 복수할 방법을 궁리하게 되고, 험한 말과 행동으로 남자친구를 대한다.
이럴 때에는 어떤 식으로 마음을 다잡으면 좋을까. “그래, 나는 충분히 사랑을 했고, 성숙한 성인으로 책임감있게 사랑을 시작하고 마쳤어”라고 스스로를 대견히 여기는 게 좋다. 하지만 대부분 상실감으로 인해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랑도 못할거야”라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저 인간 때문에 나만 상처 입었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상대방에게 분노를 투사하게 된다.
이처럼 사랑의 아픔을 잊어가는 과정은 사람에 따라 상당히 복잡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해결되기도 하는데 전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 그토록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사랑도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을 수 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잊어가도록 해야 한다.
사랑의 성공적인 결말이 반드시 결혼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낙태에 이은 이별은 두 가지 상실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지만, 모든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기 쉽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랑의 결론은 사실 헤어짐이기 때문이다. 
이때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연애를 바로 시작하기보다는,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잠시 연애를 미루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자친구를 새로 사귄다면 제발 그를 심리치료사로 여기지 않길 바란다. 여성들은 새로운 이성을 만나면 마치 자신을 연민의 대상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연약한 나의 약점을 이야기함으로써 마치 비밀을 나누는 밀접한 관계가 된 것 같은 착각속에 빠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남자에게 과거 자신의 낙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착한 여자들의 특징이다. 착한 여자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놔야 새로운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성형수술한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듯이 낙태 경험도 마찬가지다. 죄책감으로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꺼내고 용서받고 싶어하지만 그 용서는 새 남자친구가 해줘야 할 부분이 아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새로운 이성과의 관계에서 약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다.
과거의 낙태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피임을 철저하게 해야한다. 아니면 성경험의 시점을 잘 설정하도록 해보자. 분위기에 휩쓸려서, 거절하지 못해서, 남자가 싫어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원하지 않는, 준비되지 않은 성경험을 하지 말자.
새로운 남자를 만났을 때는 과거와는 달리 착한 여자보다는 여우가 되어 보자. 성경험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에 대해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또 만나서 섹스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확률이 높아지므로 다른 근사한 경험들을 같이 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남자를 만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잠자리를 갖는 연애 패턴을 가진 여성이라면 반드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방이 나를 원한다는 것이 혹시 내 자존감을 세워주는가?. 나는 남자가 원하는 여성이라는 헛된 자존감으로 인해 거절하지 못하는가? 내거 먼저 빨리 유혹해서 잠자리를 갖게 되지는 않았는가?  답이 예스라면 좀 보류할 수 있어야 한다. 섹스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내 몸과 마음에 쾌락 이상의 상처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낙태를 고민하다 임신과 결혼을 결심한 경우

임신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서두르게 된다. 결혼은 축복받을 일이지만 이런 경우 상대방이 임신 때문에 나를 선택했고, 나도 피치 못해 상대방을 선택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한다. 과도한 책임감으로 인해 사랑의 감정 없이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기 마련이다.
이런 고민이 든다면 자기 스스로를 먼저 축하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결혼과 임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않았나. 결혼식장에서 혼전 임신이 알려질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너무 많은 걱정과 염려는 연인 관계를 망친다. 사랑은 감정뿐 아니라, 책임감이 따라야 한다. 성인으로서 각자의 삶에 상대방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는 의지야 말로 결혼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낙태를 결정하지 않고 결혼을 통해 상대방과 태아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은 축복할 일이다. 낙태는 생명을 버리는 행동이며, 현재 불법이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 반대를 결의하고, 낙태를 자행하는 동료 의사를 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덕적’ 이유를 들이대고 ‘생명존중(prolife)’이라는 슬로건으로 무조건 낙태를 불법시한다면 임신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고,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없는 여성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위험도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으로 기형아 위험이 있거나, 결혼할 남성이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강간 또는 하룻밤 만난 사람과 원치 않는 임신이 되었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출생할 태아의 인생을 혼자서 지켜나갈 것인가.  출산과 양육에 대해서 사회적 지원 없이, 성적 순결을 중요시 하는 사회적 윤리도 흐트러진 마당에 임신한 여성에게만 낙태의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여성들의 불가피한 낙태는 당연한 것이다. 낙태를 불법화하는 것은 사회가 길러주지도 않으면서 낳으라고만 강요하는 것이다. 낙태를 하기 위해 중국까지 가서 불법 시술을 받고 한국에서도 몇몇 유명 낙태수술 병원을 브로커까지 끼고 찾아다니는 일이 횡행한다. 한번 부르는게 값이라서 100만원까지 치솟은 수술비용을 치르면서, 합병증이나 수술위험은 비밀스럽게 혼자 지고 가야하는 무방비상태로 놓이게 된다.
이 글은 낙태를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낙태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 많은 여성들이 얼마나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있는지를 적었을 뿐이다. 지금 낙태 여부로 고민하는 여성이 주변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문 상담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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