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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이어트 실패 주범 ‘폭식증’ 알고 보니 정신질환?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02-20 14:17:41
  • 수정 2014-02-21 1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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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모와 체형을 자아와 동일시하면 자존감 낮아져 더욱 악화돼 … 심리치료로 근본원인 제거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폭식증의 원인이 알고 보면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사실이 이제는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10여년전만해도 폭식증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다이어트 열풍과 20대 여성 5분의 1의 폭식 경험으로 인해 어느덧 우울증처럼 정신과에서 흔히 보는 질환이 되어버렸다. 

폭식증은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짧은 시간(약 2시간 이내)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는 증상이다. 음식을 먹은 뒤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식욕억제제·비만치료제·이뇨제 등을 남용하고, 운동중독 수준으로 과도하게 운동하기도 한다.
원인은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나 엔도르핀 등 호르몬에 문제가 생긴 신체적 원인, 마른 몸매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려는 경향이 지나친 심리적 원인 등으로 나뉜다.

“엄마와 싸우고 나면 꼭 폭식을 해요. 엄마한테 아무리 인정받으려고 해도 늘 칭찬이 없어요. 늘 마음이 허탈해 먹어도 배가 고파요. 살까지 찌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친구들과 밥도 같이 못먹겠고 학교도 가기 싫어요. 매일 매일 살과의 전쟁이고 다이어트 생각만 해요.”

이렇게 호소한다면 분명 폭식증은 정신과적 응급질환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을 무너뜨리기 쉬운 만성질환의 싹이 되므로 이를 서둘러 치료해야 한다는 얘기다.
먹는 것 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서 자책하지만 하지 말고 치료에 즉각 나서야 한다. 가족들도 그만 먹으라는 잔소리 대신, 폭식을 일으키는 원인과 피해를 공감해주고 치료에 동참해줘야 한다. 가족과의 갈등이 폭식증의 심리적 원인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폭식증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특정 영양분의 결핍과 과잉을 초래해 성인병, 위장장애뿐 아니라 대인관계장애 및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환자들은 보통 초기 증후가 나타난지 1년이상 지나야 찾아와 치료를 받는다. 길게는 10~20년이나 된 환자들도 드물지 않다. 폭식증 치료가 늦어지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부모님에게조차 이야기 할 수 없는 수치감, 폭식증이 질병이라는 인식 부족, 치료받아야 할 곳을 찾지 못한 정보 부족, 정신과에 가기 싫은 부담감, 혼자 이겨내려는 강박, 폭식증 치료에 대한 불신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처음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주로 묻는 질문은 ‘폭식이 과연 치료 되나요?’이다. 폭식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동반되는 우울증, 다이어트강박증, 알코올중독, 대인기피, 무기력, 불면증, 집중력저하와 등을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

대부분 폭식증은 잘못된 다이어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체중이 많이 빠진 것을 경험한 다음에는 체중이 늘어날까 늘 조바심을 내고, 내 체중이 바로 내 자존감이라는 잘못된 신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내가 살이 찌면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고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이어트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버리면 무리하게 식사 양을 줄이거나, 갑자기 먹게 되는 등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이쯤 되면 사람들 만나는 것도 꺼려지고 심지어 학교를 휴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폭식증 치료는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방법이다. 이어 심리치료를 통해 자신의 체형과 자존감에 손상을 입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우울감을 해결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심리치료로는 폭식과 관련된 식이행동을 조절하고 음식·체중·체형 등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바꾸는 인지행동치료와 무의식적인 정신역동을 다루는 정신분석치료가 이뤄진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습관은 상담을 통해 다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경우 내가 많이 먹게 되는지폭식하는 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조정하는 환경도 조절해야 한다.
간혹 비만클리닉에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거나, 헬스클럽에서 격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폭식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스리는게 가장 중요하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업무강도를 80%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강박증을 가져선 안된다. 폭식증의 핵심적 심리는 흑백논리,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all or nothing) 마음가짐이다. 

폭식증에 심리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아진 자존감이다.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것과 외모콤플렉스, 다이어트강박증의 뿌리는 마음 깊숙히 자리잡은 낮아진 자존감이다.
날씬하지 않으면 못난 사람이고, 다른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득하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자신감이 낮다. 내가 한없이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자존감에 대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자신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좋은 조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작은 흠에 연연해 한다. 낮아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한다. 자기정체성(identity)를 찾게 되면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내 주장을 제대로 표현 못하는 일이 줄어든다. 

결국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픈 폭식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지만, 사실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넌 잘하고 있어’ 칭찬에 목마르고 배가 고픈 것이다. 체중감량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진짜 식욕이 아니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가짜 식욕’을 유발해 영영 채울 수 없는 ‘심리적 허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주된 실패원인은 여기에 있으므로 자존감 회복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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