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하철에 붙은 광고가 논란이 된 적 있다. ‘딸아, 이제 시집갈 수 있을 거야’라는 감성적인 문구가 붙은 이 광고는 찬찬히 보니 성형외과 홍보내용이었다.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해서 예뻐졌으니, 이제 시집갈 걱정은 없을 거라는 엄마의 마음을 빙자한 광고였다.
요즘엔 ‘눈·코 성형은 성형도 아니다’는 말이 있지만 이 씨는 의외로 작은 눈과 낮은 콧대만 개선했는데도 ‘용 됐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전에는 ‘모녀가 닮았네’라는 얘길 자주 들었지만 전혀 다른 인상으로 변한 것이다.
문제는 자꾸 ‘딸이 누굴 닮아 예쁘냐’는 말에 엄마가 신경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딸이 시집을 잘 가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마음인 만큼 흠 잡히고 싶지 않았다. 남편도 쌍꺼풀이 없어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 씨의 어머니는 결국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 중매를 서는 사람도, 딸도 수긍하는 눈치다. 결국 이 씨 모녀는 상견례에 대비, 눈·코 성형을 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을 예약했다.
엄마가 예쁜 게 결혼에 플러스 요소가 될까. 강남의 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모녀가 둘다 예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결혼이 깨지거나 남성이 일방적으로 실망하는 케이스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예전에 비해 엄마들도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혼식 당일 예비부부의 어머니들은 각자 더 돋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케이스는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복 메가성형외과 원장은 “아직까지 미의 유전 여부를 핑계로 모녀성형을 결심한 케이스는 본 적이 없었다”며 “다소 과장되고 비약된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여성은 예뻐지길 원한다. 딸이 성형수술을 받은 뒤 예뻐진 모습에 성형을 결심하는 엄마들은 진정 딸을 위한 마음일 수도 있고, 내면에서 스스로 아름다워지고 싶은 충동이 발동할 수도 있다.
이 원장은 “중장년층은 노년층도 과거와 달리 미용성형에 대한 구매력이 커졌다”며 “예전보다 이들 연령대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건강에 신경쓰고 성형수술을 받는 비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딸이 엄마를 모시고 오는 효도성형도 많은 만큼 모녀가 함께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딸의 성형 사실을 숨기기 위한 성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장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성형수술을 받고 싶은 엄마의 ‘귀여운 변명’일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준복 원장은 “중장년층 여성 가운데 ‘피부탄력이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고 흉터가 아무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이 들지 않을까’ 우려해 성형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중장년층이 성형수술을 고려할 때에는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기능개선이나 자연스러운 이미지 변화에 목적을 둬야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젊은이들처럼 무리한 절개식 쌍꺼풀수술이나 앞트임·뒤트임 같은 시술보다 ‘상안검성형’ 등으로 눈가를 또렷하게 만드는 게 더욱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당뇨병·고혈압 등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관리가 잘 된 건강한 사람은 수술을 받아도 무방하다. 다만 건강관리에 신경쓸 부분이 많은 만큼 수술 전 평소 지병이 있는지, 복용하는 약은 어떤 종류인지, 혈압 등 기본적 건강상태는 어떤지를 의료진에게 설명해야 안전한 성형수술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