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 등으로 남성 불임환자가 급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8~2012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불임 진료환자는 2008년 16만2000명에서 2012년 19만1000명으로 연평균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기간 성별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11.8%)이 여성(2.5%)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불임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성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 요인으로는 유전적 문제, 호르몬 이상, 무정자증, 정계정맥류, 고환염 등이 있다. 여성 요인은 터너증후군, 항암치료, 다낭성 난포증후군, 반복되는 골반염, 자궁근종, 자궁선근종, 감염, 전신질환 등이다. 이밖에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에 의한 불임 등 검사나 수치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있다.
정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과거에는 불임을 모두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려는 사회적 풍조가 있었다”며 “최근 남성을 대상으로 한 불임검사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불임치료 건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스트레스, 고령화, 환경호르몬 등은 남성불임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실제로 검사 10일 전부터 금욕·금연·금주한다면 정자의 운동성이 회복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의 경우 35~44세에서 16.2%로 가장 높았으며, 여성은 35~39세에서 10.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 기준 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수는 30~34세 여성이 365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5~39세 여성이 1920명, 25~29세 여성이 1352명으로 뒤를 이었다.
정재은 교수는 “결혼 시기가 30대 초반 이후로 늦춰지면서 임신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시기가 30대 중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불임 진료환자 중 상당수는 35세 이상으로 결혼 후 1~2년간 자연임신에 실패해 결국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불임 진료환자가 줄어든 것은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임신을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불임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8년 182억원에서 2012년 230억원으로 1.3배 증가했으며, 2012년 공단에서 지급한 급여비는 143억원이었다. 정부는 현재 체외수정시술 및 인공수정시술 등 특정치료가 필요한 일정 소득계층 이하의 난임 부부에게 시술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