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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4년 여성들을 위한 신년 다이어트 처방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01-09 14:55:42
  • 수정 2014-01-13 17: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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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곤한 삶은 다이어트 최악의 적 … 심리적 허기 누를 마음건강관리 선행돼야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비만치료를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 14년간 비만과 스트레스가 연관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심리치료를 병행해왔다.

그동안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많은 여성들과 울고 웃었다. 살을 더 뺄 필요가 없는데도 계속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살이 더 안빠지는데 왜 오세요?”라고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은 “저는 그냥 선생님과 인생상담하는게 좋아요.”였다. 

겉은 비만클리닉이지만, 사실상 정신과진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문턱을 낮췄다고나 할까.  정신과의사로서, 비만치료의사로서 한사람의 습관을 살펴보는게 내 직업인 셈이다. 
필자의 블로그 아이디가 라이프스타일리스트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문턱없는 블로그상담(www.lifestylist.co.kr)을 통해 여성들이 다이어트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마음건강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필자의 비전이다.

흔히 비만클리닉에서 처방하는 식욕억제제의 폐해를 목격하면서 절대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식욕억제제’를 처방하지 않고 환자분들의 식욕을 조절해야 요요현상이 없이 살이 찌지 않는 생활습관을 가지게 됨을 절감했다.
이런 입장에서 현재 대한비만치료학회 학술이사로 ‘식욕억제제 없는 비만치료’를 전파하기 위해 의사들과 비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강의에 나서고 있다.

대한자살예방협회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 담당으로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과 준비생’을 위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대중에게 비춰지는 모습과는 달리 연예인들의 삶이 얼마나 비만과 스트레스와의 전쟁인지 잘 알고 있다.

몸과 마음의 자기관리는 결국 연예인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인생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결국은 마음과 몸은 뗄레야 뗄 수 없다. 2001년부터 스트레스·비만치료를 하면서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문제 중 상당 부분이 다이어트와 아름다운 외모가꾸기를 통해 해결되는 것을 목격했다.

외모가 경쟁력, 아니 권력이 되어버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외형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기 때문에 절대로 외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한없이 낮은 사람들은 심리상담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론은 기본적으로 여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을 개발하고 스스로 아름답다고 느껴야 한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필자가 삼성카메라, LG패션, 화장품 등의 광고모델을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촬영이 처음인데도 재미가 나서 별 부담을 못 느꼈고 오히려 주목받는 게 자존감 확립에 도움이 됐을 뿐만 아니라 필자를 만나러 온 환자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어 좋았다. 

사실 2010년 들녘출판사에서 출간한 두 번째 책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에서 A여성은 바로 필자다. 완벽하게 보이지만, 한없이 자신이 부족한듯이 느껴지는 A는 인턴 시절 갑자기 체중이 불어났지만 피곤하고 힘든 스케줄 때문에 다이어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당시 월급의 절반 이상을 효소다이어트를 사는데 써버리고 10분의 1도 먹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효소다이어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20대 중반의 A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살이 급격하게 빠지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다이어트는 비법이나 특효식품이 있는 게 아니라, 내 삶이 즐겁고 행복하면 저절로 되는 거구나. 

다이어트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한국 여성들
 
한국사회가 외형에 치중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좋은 외형적인 조건이란 돈이 많고 외모가 예쁘고 날씬하며 학력이 앞서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국가에 비해 수치심 문화가 팽배한 것도 좋은 외형적인 조건을 따지게 만든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내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기 마련이다. 내 존재에 대한 부정이 바로 수치심의 근원이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살을 빼서 체중 48㎏에 도달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길이요, 내 존재가 돋보이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공식이 서 있다.

여기에 비교문화도 한몫한다. 저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할 때 비애감이 크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하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다들 날씬한데 나만 살찐 것 같고, 날씬한데도 다들 다이어트에 열심이고, 나만 퍼진듯한 기분이 바로 평생 다이어트를 업으로 만들게 한다. 결국 외형에서 내면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외형뿐 아니라 내면이 아름다운, 격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한다. 소유보다는 경험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이어트를 유행처럼 따라했다가 다시 찌는 사람들은 다이어트가 지겨울 따름이다. 다이어트가 재미없는 이유는 삶 속에 살이 찔만한 이유가 있는데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찾을 만한 여유가 없거나,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다.

살이 찐다는 것은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체중이 갑자기 확 늘거나 줄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무슨 다이어트를 병원까지 가서 하냐고 구박하지만 먹을 걸 줄이고 운동해서 살이 빠지는 것은 몸이 정상일 때만 가능하다. 
살이 표준체중보다 10㎏이상 찐 것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절식과 운동만으로는 안 빠질 수 있다.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요요현상이 계속 반복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병원에 너무 의존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꺼릴 필요도 없다.
 
최악의 다이어트 적은 ‘피곤한 인생’

만성피로는 원활한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림프순환을 정체시킨다. 몸이 쉽게 붓고, 우울해지며, 움직임을 줄인다. 잠도 못자고 각종 신체증상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스트레스호르몬이 상승하면 몸은 지방이 축적되고 살이 찌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특히 피곤하면 단 음식이 더욱 당기게 되므로 먹으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먹고 나서 후회하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갖게 된다. 밥을 먹고 나서도 빵을 계속 먹게 되는 밥배, 빵배 따로인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피곤한 인생은 나를 돌볼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내가 무슨 음식을 먹는지, 내 신체의 움직임이 어떤지 등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내 삶이 내 마음대로 조절되지 못하는 상태이니 생활의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있을 리 없다. 

최악의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피곤한 삶이다. 바꿔 말하면 다이어트는 고통의 시간이라기보다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재충전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요요현상 없이 똑똑하게 살빼는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운동보다는 먹는 것부터 줄이는 게 다이어트의 제1원칙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데 사실이다. 운동은 제대로 하더라도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면 체중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폭식증이 있는 분들은 지방흡입을 성공적으로 받더라도 먹는 것을 조절하지 못해 한달만에 다시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먹는 행동에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착한여자 콤플렉스’가 있는 여성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함께 잘 먹어준다. 잘 먹는 여자처럼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심리 안에는 낮은 자존감이 깔려 있다.스트레스성 폭식 환자들의 심리검사 결과를 보면 낮은 자존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영순위’ 원칙이다.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는 사람들이 경계할 점 
 
첫째, 유행다이어트를 경계하라!
식욕을 억제하는 과도한 다이어트는 폭식과 요요현상을 피할 수 없다. 음식을 무조건 제한하면 감정이 자극돼 오히려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늘어난다. 스프링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면 원래보다 더 높게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이어트는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핵심 감정은 무력감이다.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처방은 ‘위로 푸드(comfort food)’다. 먹고 싶은 음식은 죄책감 없이 ‘적당량’ 먹도록 한다. 지나친 금기 음식은 오히려 심리적 허기를 돋운다. 다이어트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유행다이어트에 쏠려면 안 된다.

둘째, 가짜 식욕을 경계하라!
식욕은 우리 몸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정상적인 신호다. ‘가짜 식욕’은 진짜 식욕과는 달리 밥을 먹고 나서도 2시간 이내에 배가 고파지는 현상이다. 물을 한컵 먹고 10분이 지나도록 계속 배가 고프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감정적 허기로 ‘가짜 식욕’은 조장된다. 의지나 다짐만으로 물리치기 힘들다. 음식에 집착하는 행동 이면에 깔린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감정적 허기를 떨쳐낼 수 있다. 불안·무력감·수치심·분노·외로움 등에 따른 마음건강을 관리하지 않고는 심리적인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 

셋째, 일은 제발 80%만 하라! 
‘혈당 떨어졌다’면서 피곤함을 이겨내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카페 라떼’ 같은 단 단 음식과 음료수를 찾는다면 탄수화물 또는 설탕에 중독된 것이다. 단 음식은 혈당수치가 올라가면서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내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혈당이 떨어지고 오히려 더 피곤해지고 우울해지게 된다.
설탕이나 시럽은 각종 가공식품에 보이지 않게 들어 있다. 하루 필요량 이상 들어 있어서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초과해서 섭취하기 마련인 상황이다. 이를 무시하고 피곤하고 허기진다고 단 음식을 찾다간 결국 끊을수 없는 ‘설탕중독’에 이르게 된다. 
여성에게 설탕은 ‘나쁜 남자’와 같다. 자꾸 눈길이 가게 치명적인 매력을 안고 있지만, 결국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우울증과 비만과 같은 후유증을 가져다 준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설탕중독은 피곤함에서 비롯되니 결국 일도 줄여야 한다.

넷째, 사랑에 빠져라! 하지만 나쁜 남자·유부남과의 외도는 경계하라!
사랑에 빠지면 거의 100% 살이 빠진다. 환자 중에서도 처음에는 무채색의 딱딱한 느낌의 옷을 입다가 어느 순간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자신의 몸의 드러나보이는 옷을 입고 여성스럽고 섹시해지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어떤 의상을 입느냐에 따라 기분·마음·태도·생각·행동이 모두 바뀔 수 있다.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그 무엇과 사랑에 빠져보자. 항우울제가 필요없다.
요즘은 외도를 건강한 항우울제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처음에는 달콤한 유혹이지만, 후유증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폭풍이다. 특히 나쁜 남자와의 교제, 유부남과의 외도를 꼭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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