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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섭취 많은 한국인, 새해 뱃살 빼려면 ‘중성지방’ 잡아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1-02 18:01:53
  • 수정 2014-01-07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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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L분해시켜 혈관청소기능 약화, LDL분쇄시켜 지질혈관 침착 유도 … 단순당 섭취 줄여야

중성지방은 뇌를 제외한 신체 부위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다 축적될 경우 비만,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직장인 한모 씨(33)는 얼마전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혈중 중성지방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과 연말 과도한 음주 탓에 한 씨처럼 혈중 중성지방이 정상 수치(혈액 1㎗당 150㎎ 미만)보다 높게 나타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9만명 중 27%는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보다 높았으며, 14%는 혈액 1㎗당 200㎎ 내외로 위험 수준이었다.

중성지방(中性脂肪, 트리글리세라이드)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동맥경화, 당뇨병, 심근경색, 뇌졸중 등 각종 뇌·심혈관계 질환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요인이지만 심각성에 비해 대중에게 덜 알려져 있다. 2006년 허갑범 허내과의원 원장팀이 성인 당뇨병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중성지방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33명(22%)만이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성지방 수치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16명(11%)에 불과했다. 조사가 실시된지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 특히 젊은층들은 중성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실정이다.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과 함께 체내 지방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의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쿠션처럼 외부충격을 완화화고 추위를 막아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1분자의 글리세롤에 3분자의 지방산이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약 25%는 음식 섭취로, 75%는 간에서 합성돼 생성된다.
당질이나 단백질과 달리 음식으로 섭취된 후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게 특징이다. 흡수된 중성지방은 림프관을 거쳐 킬로미크론(Chylomicron 혈액중 분자량이 낮은 지질운반체) 형태로 혈액에 들어간 후 피부 밑, 소장, 근육 등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영양소로서의 역할과 원인이 되는 질환에서 차이를 보인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생성되며 세포막, 담즙, 스테로이드호르몬의 원료로 사용된다.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 등을 일으키지만 중성지방과 달리 비만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반면 음식물로 축적된 중성지방은 에너지원이 필요할 때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이 중 글리세롤은 포도당을 만들고, 지방산은 근육활동의 연료로 사용된다. 지방산은 지질단백지방분해효소(LPL, lipolrotein lipase)에 의해 가수분해돼 지방세포에 축적된 후 재차 중성지방으로 합성된다. 지방조직내 모세혈관에 있는 LPL이라는 리파제는 중성지방을 가수분해해 지방세포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중성지방의 나머지 잔존물은 알부민과 결합해 간으로 운반된다.

이와 달리 간에서 생성되는 중성지방은 초저밀도지질단백질(VLDL, very low density lipoprotein)로 불리는 리포단백질 형태로 전환돼 혈관을 따라 신체 곳곳으로 전달된다. VLDL는 중성지방의 비율이 50%로 리포단백질 중 가장 높다. 이밖에 콜레스테롤 20%, 기타 인지질, 단백질 등이 VLDL을 구성한다. 이 단백질은 흡수된 중성지방을 체내·간·말초세포로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VLDL은 중성지방을 세포로 옮긴 후에는 밀도와 콜레스테롤 비율이 높아져 저밀도지질단백질(LDL, low density lipoprotein)로 변환된다.

이 때문에 VLDL이 많아지면 LDL도 늘어나게 되고 반면 HDL은 분해가 촉진돼 기능이 떨어진다. 한기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심장병, 뇌졸중, 동맥경화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중성지방은 우리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분해하고, 나쁜 LDL 콜레스테롤은 잘게 부숴 혈관벽에 쉽게 침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리포단백질은 콜레스테롤이 운반단백질과 결합한 것으로 밀도에 따라 고밀도지질단백질(HDL, high-density lipoproteins), LDL, VLDL 등으로 나뉜다. 일명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은 단백질 50%, 인지질 22%, 콜레스테롤 17%, 중성지방 8% 등으로 구성되며 단백질이 콜레스테롤 주위를 반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같은 형태는 잉여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돌려보내는 데 용이하다. HDL은 혈관벽에 침착된 LDL을 제거하고 필요 이상 공급돼 혈액 속에 돌아다니는 LDL을 간으로 보내는 기능을 한다. 남성은 혈액 1㎗당 35~55㎎, 여성은 1㎗당 45~65㎎일 때 정상으로 본다. HDL콜레스테롤이 이 기준보다 낮은 것을 이상지질혈증의 일종인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한다.

반면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 45%, 중성지방 10%, 단백질 25%, 인지질 20% 등으로 구성된다. 분자량 1500 가량의 콜레스테롤로 이뤄진 핵과 하나의 단백질이 결합한 형태를 보인다. 보통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내로 운반된 후 리소좀에서 가수분해되는데, 수용체에 이상이 생기면 선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입자가 작아 혈관벽에 쉽게 달라붙는데 이런 경우 혈관이 탄력을 잃고 좁아져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혈액 1㎗당 130㎎ 이하일 때 정상으로 본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과 같더라도 심장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중성지방이 LDL콜레스테롤을 잘게 부숴 혈관에 더욱 쉽게 침투하게 만들고, 몸에 좋은 HDL콜레스테롤은 분해를 촉진시켜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중성지방에 의해 부숴져 입자크기가 25.5㎚ 이하인 것을 ‘작은 LDL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30㎎/㎗(정상치)보다 높을 때 작은 LDL의 분포비율이 전체 LDL의 39.6% 미만이면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2배 정도 증가한다. 그러나 작은 LDL의 분포가 39.6% 이상인 경우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최대 6배까지 증가하게 된다.

최소연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2차적으로 LDL 콜레스테롤의 악성이 심화된다”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이라도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기적으로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하고 중성지방이 모여있는 뱃살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성지방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지만 과다 축적될 경우 비만,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등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지방간, 당뇨병,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악화된다. 문제는 한국인은 다른 인종보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는 점이다. 서양인의 중성지방 평균치는 혈액 1㎗당 70㎎ 내외인데 반해 한국인은 평균 중성지방 수치는 120㎎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10년 복지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전체의 16.6%가 12시간 공복 후 중성지방 수치가 200㎎/㎗ 이상인 고중성지방혈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의 23.9%, 여성의 9.7%에서 중성지방이 정상 수치보다 높았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은 한국인의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요인이다. 음식으로 섭취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변환된 후 글리코겐 형태로 체내에 저장된다. 저장되고 남은 포도당은 인슐린에 의해 중성지방돼 지방세포에 축적된다. 지방세포는 자신보다 80~90% 더 많은 용량의 중성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포도당이 중성지방으로 합성되는 장소는 간이다. 간에서 합성되는 동안 포도당은 에너지의 약 15%를 잃어버리고 남은 85%의 에너지는 중성지방에 저장된다. 합성된 지방은 VLDL 형태로 혈중으로 분비돼 최종적으로 지방세포에 쌓인다. 이 때문에 빵이나 알코올 등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뱃살이 찌게 된다. 탄수화물과 알코올의 과도한 섭취, 부족한 운동량, 과음 등은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관의 청소부’로 불리는 HDL콜레스테롤은 감소시켜 지방간, 대사증후군, 동맥경화 등의 위험을 높인다. 심한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2008년 국제학술지 ‘지질연구저널(Journal of Lipid Researc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apolipoprotein A-V’라는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경우 혈중 중성지방이 정상치보다 높아질 확률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지방은 주로 복부에 축적되기 때문에 배를 나오게 하는 주범이다. 복부에는 중성지방을 지방세포에 저장시키는 LDL 리파제가 가장 많이 활성화돼 있다.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인 경우에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식단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과 뱃살을 줄여야 한다. 보통 체중을 5~10% 줄이면 중성지방 수치는 20%까지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뱃살을 빼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단조절이다. 특히 탄수화물은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주범이기 때문에 빵, 과자, 국수 등의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다. 미국심장학회는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 섭취에너지의 60%를 넘지 않는 게 좋고,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대사증후군 환자는 섭취량을 총 섭취에너지의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밖에 돼지고기 비계, 생크림케이크, 페이스트리, 치즈, 머핀 등도 중성지방 수치를 급격하게 높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는 뱃살을 찌우고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인이기 때문에 절주하는 게 좋다. 알코올을 하루 30g(소주 3잔)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중성지방 수치가 5~10% 높다. 여기에 삼겹살이나 튀김 등 기름기 많은 안주를 곁들이면 중성지방은 더욱 급격하게 증가한다.

설탕과 액상과당의 섭취도 가급적 줄이는 게 좋다. 미국심장학회는 하루의 설탕 섭취량을 총 섭취 에너지의 5% 미만으로 권장하는데 이는 여성은 하루 100㎉(6 차숟갈), 남성은 150㎉(9 차숟갈)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다. 특히 가공식품에 많이 함유된 액상과당은 간에서의 중성지방 합성을 활성하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이는 게 좋다. 음식을 고를 때 영양성분 표기를 확인해 당류가 몇 g 들어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오메가-3지방산은 혈소판 응집, 염증반응, 혈중 중성지방 농도를 개선함으로써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줄인다. 최근 진행된 다수의 연구결과 이 지방산을 하루에 4g씩 꾸준히 섭취하면 중성지방 수치가 25~30%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량인 2~4g을 음식으로만 얻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양제를 보충하는 게 효율적이다. 그러나 과다 섭취할 경우 뇌졸중이나 출혈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민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만 복용한 군은 중성지방이 14%만 감소했지만, 오메가-3를 함께 복용한 군은 중성지방이 평균 309㎎/㎗에서 178㎎/㎗로 4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성지방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오메가-3지방산을 먹는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건강기능식품 용량보다 훨씬 많은 2~4g 정도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식사시간도 중성지방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07~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8771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각종 건강지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식사시간이 짧을수록 체질량지수와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해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아졌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의 90%는 식사시간이 15분 정도 소요됐으며, 8%는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평균 110㎉를 더 섭취하고 밥을 3분의 1공기 더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체중도 평균 4㎏ 이상 더 나갔으며,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으로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빠른 식습관은 음식 섭취량을 많게 해 비만 위험을 높이고 중성지방 수치를 증가시킨다”며 “이로 인해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높아지고 결국 고혈압, 당뇨병, 급성 심근경색, 뇌혈관질환,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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