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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근로자 피로에 레이저프린터 공기오염도 한몫?
  • 문형민 기자
  • 등록 2013-12-24 18:16:02
  • 수정 2013-12-30 17: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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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본블랙 외 규소·유황·크롬·철·아연·티타늄·브롬·주석 함유 … 코로나방전으로 오존 발생도 우려

레이터 프린터 인쇄 원리

레이저프린터는 출력 속도가 빠르고 잉크젯프린터와는 달리 번지는 현상이 없어 사무실은 물론 가정에서도 사용할 만큼 널리 보급됐다. 하지만 레이저프린터는 잉크 대신 토너라는 탄소가루를 이용해 인쇄하므로 여기서 나오는 미세물질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레이저프린터는 레이저 조사(照射)를 통해 인쇄할 이미지나 글자에 맞게 탄소입자를 드럼이라는 금속 원통에 달라붙게 만들고, 이어 정전기를 이용해 종이에 압착시킨 뒤 열을 가해 굳히는 방식으로 인쇄한다. 복사기도 토너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호주 퀸즐랜드 테크놀로지대 연구팀은 수십 대의 레이저프린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총 62대의 프린터 중 약 30%인 17대가 다량의 미세물질을 배출했다고 2007년 발표했다.
프린터 사용으로 인한 사무실 공기의 미립자 수치도 다른 때보다 5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프린터뿐 아니라 다른 사무용 기기들도 함께 조사했는데, 일반적인 사무실 환경에서는 프린터에서 가장 많은 미세물질이 방출됐다.
 

호주 퀸즐랜드 테크놀로지대 연구팀의 프린터 미세물질 연구결과

연구팀의 리디아 모로스카(Lidia Morawska) 교수는 “레이저 프린터 토너에서 나오는 미세입자들은 공기와 함께 체내로 들어오기 쉽다”며 “이 물질이 폐 깊숙이 스며들면 담배연기와 같은 수준의 영향을 미치며, 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입자 방출 수치는 프린터의 제조사·모델·사용 정도, 카트리지의 모델·사용 정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가 새것일수록 미세입자가 많이 방출됐다. 그래픽이나 사진을 프린트하면 글자를 인쇄할 때보다 더 많은 토너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세입자 방출량이 증가한다.

독일 연방환경성은 레이저프린터 10종의 미세물질 배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다수의 기종이 수십억개 수준의 나노입자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환경성은 이 사실에 대해 분석결과를 공표하지 않고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었지만 독일 방송국 NDR이 지난 2월 25일 소비자방송 Markt를 통해 알렸다. 
환경전문가 및 독성물질연구가들은 레이저프린터에서 배출된 나노입자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정보에 의하면 코니카미놀타의 ‘Magicolor 4650EN’ 모델이 A4용지를 한 장 인쇄할 때마다 규소와 철을 포함한 33억개의 나노입자를, 엡손 ‘EPL N3000’은 규소·유황·크롬·철·아연·티타늄·브롬 등의 나노물질 24억개를 공기 중에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브라더의 ‘HL5240’도 철·규소·티타늄·브롬 등 14억개의 나노미세물질을 배출했다.
 

지난 2월 25일 독일 소비자방송 Markt에 소개된 프린터 미세물질 부유 장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가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이들 미세입자는 폐섬유아세포(Normal Human Lung Fibroblasts, NHLF)에 심한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강한 불쾌감과 기침, 눈물, 피로감, 코피, 천식 등으로 알레르기 유사반응을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이날 NDR편집부의 질문에 대해 코니카미놀타 측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브라더 관계자는 “실험상황과 사무실 환경이 다를 수가 있어 아직 속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엡손 관계자는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품질관리에 적용되는 모든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독일의 컴퓨터 전문잡지인 컴퓨터빌트(COMPUTERBILD)에도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대한 기사가 게재된 바 있다. 레이저 컬러프린터용 토너를 교체할 때나 프린트 과정에서 발산되는 광선에서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레이저 컬러프린터 실험에 투입한 6대 중 4대의 토너에서 유기주석화합물이 검출됐다고 한다. 이 물질은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이 중 2개의 프린터 토너에서는 독일의 안전·환경기준 시험인증기관인 바이에른공업시험청(LGA, Landesgewerbeanstalt Bayern)의 권장 허용기준치의 무려 130배가 넘는 유기주석화합물이 검출됐다.

나머지 2개 제품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아조(Azo)계열 염료가 검출됐다. 아조염료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에 접촉할 경우 피부염이나 암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허용치를 초과하는 양의 벤졸(Benzol), 스티롤(Styrol) 등이 나온 제품도 1개씩 있었다. 벤졸, 스티롤 역시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성분이다.
 
영국 BBC방송도 흔히 과도한 업무량 때문으로 여겨지는 사무직 근로자의 눈과 목의 통증, 두통과 피로 등의 증상이 복사기와 프린터 등 사무기기에서 나오는 오존가스 때문이라고 보도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일부 레이저 프린터 및 아날로그복사기가 대상이며 이 기기들의 코로나 방전 방식이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방전은 고압 전류를 흘려 토너를 종이에 점착하는 인쇄 방식으로 고압 방전을 일으킬 때 산소가 오존으로 변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 방전을 통해 드럼 표면에 전하를 형성시켜주는데 이때 주위 공기의 절연 상태가 파괴되면서 오존이 발생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규제하는 것처럼 실내오염원이 되는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무실 내 환경을 위해서도 일단 프린터를 설치한 곳의 환기를 자주 시키고, 쓰고 난 토너를 교체할 때도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토너 카트리지를 버릴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폐 토너는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비닐봉지 등에 넣어 버리고, 재활용하면 경제적이다. 토너 카트리지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땅 속에 묻힐 경우 남아있는 토너 가루가 날리면서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등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레이저프린터에서 발생하는 카본블랙이라는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진폐증 등 호흡기질환에 걸릴 수 있어 가급적 사무실 환기에 신경 쓰되 프린터와 업무용 책상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아야한다”며 “미세물질 흡입량 대비 호흡기 건강에 대한 연구가 조속히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방에서 고기를 굽거나 볶음 요리를 만들 경우에도 미세입자와 휘발성 유기물질이 발생해 주부들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세계 여성 250만명이 미세물질 노출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NDR TV 사이트에 게재된 프린터 제조사, 모델별 미세물질 배출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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