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모 노령화, 불임·다태아 증가 등 원인 … 두개골내 출혈, 만성폐질환, 시·청각장애 위험 높아
성태정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교수
국내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미숙아나 저체중출생아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림대의료원은 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출생체중이 1500g 이하인 극소저체중출생아가 18년새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통계청의 최근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총 출생아 수는 1993년 71만5826명에서 2012년 48만4550명으로 19년새 약 32% 감소했다. 또 지난 8월 국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 출산율은 1.297명으로 OECD 34개 국가 중 33위를 기록했다. 반면 2.5㎏ 미만의 저체중출생아 비중은 1990년대 초 2.6%에서 2010년에는 5%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숙아 또는 조산아는 임신기간 37주 미만이나 최종 월경일로부터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의미한다. 출생체중을 기준으로 할 때에는 2500g 이하는 저체중출생아, 1500g 미만은 극소저체중출생아, 1000g 미만은 초극소저체중출생아라고 한다.
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5㎏ 이하의 저체중출생아 수는 1993년 1만8532명에서 2011년 2만4647명으로 33% 증가했다. 비율로는 전체의 2.6%에서 5.2%로 두 배 늘어났다. 특히 출생체중이 1500g 이하인 극소저체중출생아는 1993년 929명에서 2011년 2935명으로 216% 증가했다. 비율로는 0.13%에서 0.62%로 무려 47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저체중출생아나 조산아가 늘어나는 이유는 산모의 노령화, 불임 증가, 인공임신술의 증가로 인한 조산, 다태아의 증가 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숙아는 모든 장기가 제대로 성숙되기 이전에 태어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하고 호흡기, 심혈관, 신경, 소화기, 혈액 등 모든 신체기관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만성폐질환(혹은 기관지폐형성이상)을 치료한 후에도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과 같은 호흡기질환에 자주 걸려 재입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뇌실내 출혈 등으로 발달이상 등 장기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이 나타나거나 미숙아 망막증과 같은 안과적인 문제 혹은 청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미숙아는 약물을 투여하거나 정맥영양주사를 놓을 때 혈관손상, 색전증, 혈전증, 감염 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장기치료 후 퇴원해도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등 외래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미숙아의 발생원인은 다양하다. 인공수정 등을 통한 다태임신, 태반이 자궁 출구에 매우 근접해 있거나 출구를 덮는 전치태반, 출산 전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태반조기박리, 태반기능부전 등 태반에 이상이 생겨 조기분만을 할 수 있다. 자궁입구가 약해 태반을 유지하지 못하는 자궁경부무력증의 경우 적절하게 치료받지 않으면 심각한 조산을 유발하게 된다. 이밖에 임신중독증, 산전감염, 조기양막파수, 양수과다증 등도 미숙아 출산의 원인이다.
미숙아는 태아가 엄마의 자궁 속에 머무르는 기간(재태 주수)이 짧을수록, 출생 시 몸무게가 적을수록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재태 주수가 같더라도 출생 중에 따라 증상이 다를 수 있다. 이들은 만삭아보다 체온조절기능이 약해 저체온증에 쉽게 걸리고 심한 경우 사망하게 된다.
또 뼈가 약하고 폐가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아 호흡곤란증이 쉽게 온다. 동맥관이 늦게 닫히는 등 심장에 이상이 발생해 심부전, 폐부종, 폐출혈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심한 합병증은 뇌실 혹은 두개골내 출혈이다. 이런 경우 뇌혈류가 감소해 백질연화증이 나타난다. 발생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영·유아기에 하지마비 등 뇌성마비나 정신지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신생아 황달은 미숙아의 대표적 증상이다. 또 괴사성 장염으로 약물치료나 수술을 받는 사례가 많다. 식도기능도 약해 역류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이밖에 미숙아는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신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호흡곤란증으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아기는 망막이 미성숙하고 망막혈관이 상해 미숙아망막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성태정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교수는 “40주를 다 채우고 출생한 2.5㎏ 미만의 저체중출생아는 미숙아와 비슷한 후유증을 가질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혈액·소변검사, 흉부X선촬영, 심장초음파, 머리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호흡기·심장·뇌의 이상 유무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숙아는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임신 후에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검사를 하고 임신·출산관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미숙아를 분만했을 때에는 실망하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노력해 아이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퇴원 후에도 정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검사받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 치료하면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성 교수는 “신생아학의 발달, 숙련된 의료진, 첨단장비, 각종 약물 및 의료기구 발달, 영양법 개선 등으로 미숙아의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다”며 “1.5㎏ 미만의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1980년대 49%에서 2000년대 77.5%로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는 2005년 개원 후 가장 작은 미숙아인 24주, 590g 미숙아가 태어나 현재 별다른 후유증 없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2012년에는 23주, 610g 미숙아가 156일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후 퇴원했다.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2010년 7월부터 ‘캥거루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숙아 산모는 주치의와 상의해 캥거루케어 시기를 결정한 후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병원 측은 산모가 캥거루케어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사를 배치하고 아늑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산모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성 교수는 “캥거루케어는 산모 품에 미숙아를 안겨 정서적·신체적인 치료를 돕는 행위로 의료진과 부모가 치료에 함께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