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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윳돈 피부·성형에 거침없이 투자하는 ‘新병원쇼핑족’ 증가 추세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8-07 18:53:35
  • 수정 2013-08-21 14: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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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 두려워하며 가계 힘들어도 ‘동안’ 피부는 포기 못해 29% … 안티에이징 산업 승승장구

경기불황에도 피부미용, 체형관리 등을 위해 월 수십만원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는 신 안티에이징 병원쇼핑족이 늘고 있다. 사진은 모델로피부과 레이저시술 모습.

‘병원쇼핑’ ‘닥터쇼핑(doctor shopping)’은 예전엔 큰 수술을 앞두고, 혹은 큰 병을 진단받았을 때 검진결과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던 환자들의 행동을 뜻하는 말이었다. 또는 자신의 건강상태를 지나치게 염려해 의사를 믿지 못하는 건강염려증(健康念慮症, hypochondriasis) 환자들의 행동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병원쇼핑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30대 초중반의 전문직 여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의 ‘병원쇼핑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보통 평균보다 높은 수입, 안정된 직업을 기본으로 갖고 있으며 수입의 일부분을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대다수 여성들은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화장품을 사거나, 새 옷이나 액세서리·구두·핸드백을 사는 수준에 머물지만 이들 병원쇼핑족은 스케일이 다르다. 자기 치장을 위한 쇼핑은 기본이고, 피부과·성형외과·비만클리닉 등을 정기적으로 다니며 자신의 몸 자체를 가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미혼의 6급 공무원 성 모씨(33·여)는 30대에 접어들 무렵부터 병원쇼핑을 즐겨 왔다. 성 씨는 “20대에는 돈을 모아야만 하는 상황에 수입도 지금처럼 많지 않아 인터넷 뷰티정보 카페를 ‘눈팅’하는 데에 그쳤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30대에 접어들면서 나 자신을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 씨의 ‘뷰티플랜’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이미 20대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들어온 소문으로 어디의 어느 피부과가 ‘레알(Real, 진정한) 물광피부’를 만들어 준다더라, 에스테티션(피부관리사)는 누구만한 사람이 없다더라 등 빠삭한 정보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스케줄을 정리한다.

우선 공무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퇴근이 일정하다는 게 이런 스케줄 소화를 가능케 했다. 그녀는 주 3회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 비만클리닉을 방문해 30분 정도 ‘카복시주사’를 맞아 체지방을 태우고, 퇴근 후에는 핫요가로 몸매를 관리하며, 1주일에 한번 얼굴 및 등의 경락마사지를 해주는 스파에서 휴식을 취한다. 한달에 한번 피부과에서 물광주사와 보톡스를 맞는 것은 탱탱한 동안을 위해서 ‘당연히’ 빠질 수 없는 월례행사다.

성 씨가 한달에 이같은 미용관리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70만원 정도다. 성 씨는 “한달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다고 해서 ‘된장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입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외모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늙어가는 게 무섭다”며 “못생기거나 뚱뚱해도 욕먹는 게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된장녀 소리를 듣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성 씨는 누가봐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미인이었다.

불황이 와도 한국에서 절대 망하지 않는 사업은 ‘미용사업’과 ‘교육사업’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이야기거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피부관리, 헬스클럽, 성형수술 등을 통틀은 국내 뷰티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매년 10%씩 성장하는 추세다. 다이어트 시장규모만 2조원대로 추정되며, 서점에서는 ‘다이어트 서적’이 인기 상한가다. 관련 서적 판매량은 5년 전에 비해 50% 이상 신장하는 등 다이어트는 ‘현대인의 예의’로 여겨지고 있다.

성 씨의 경우 자신의 수입 한도내에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살림이 넉넉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용에 지나치게 투자하는 경우도 적잖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티에이징 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설문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소비지출 여력이 ‘빡빡하다’(81.8%)는 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젊음을 유지하거나 아름다워 보이기 위한 지출은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54.2%는 젊어지기 위해 미백이나 주름개선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 중이었으며,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받은 경우도 16.4%에 달했다.

응답자 중 63.9%는 ‘외모가 곧 능력이자 자기관리의 척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살림은 어려워도 젊게 살기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전체의 29%에 달했다. 즉 살림보다 외모에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는 점점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나이드는 것을 무서워하고, 젊은 사람도 남들보다 예뻐야 안심한다. 젊은이들 중에는 여윳돈이 없어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미용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아름다움은 과거에 자신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매기는 ‘주관적 가치’의 비중이 꽤 높았지만 최근에는 ‘미의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획일적인 ‘객관적 척도’에 의해 평가되는 흐름이 역력하다. 아무래도 뷰티산업은 경제불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승승장구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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