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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치열 ‘사우나’, 여름에도 위험 … 체온급변, 탈수로 심장에 부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7-29 16:57:53
  • 수정 2013-07-30 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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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온 높을수록 혈관 확장돼 혈액량 급증하지만 심장이 감당 못해 … 지나치면 피부에 ‘독’

최근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이 지난 24일 별세했다. 평소 즐기던 ‘사우나’를 하다 심장마비(급성심근경색)로 사망했다.
한국인은 유난히 사우나·찜질방 등 뜨거운 곳에서 몸을 지지는 것을 즐긴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이웃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찜질방을 찾는다. 땀을 ‘쫙’ 빼면 왠지 피부도 좋아지는 느낌도 들고 피곤까지 싹 가시는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여름에도 찜질방을 찾는 사람은 여전하다. 오히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며 자신만의 건강관리법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적당한 사우나는 혈액의 순환을 좋게 만들지만, 심혈관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차가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뜨거운 곳에 들어가면 혈관이 팽창해 혈류량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심장과 혈관에 무리가 가기 십상이다. 건식 사우나실은 70~100도, 한증막은 70~130도의 고온으로 노약자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기온이 급강하하는 겨울에만 심장관상동맥 및 말초혈관의 급격한 수축에 따른 심장마비를 조심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방심하거나 심장의 생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면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부유층 가운데 급성 심근경색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혹한기 한두 달 동안 하와이, 괌, 동남아 등지로 피한(避寒)을 가기도 하지만 평소 중증 고지혈증, 동맥경화로 혈관이 불안정하면 여름에도 불상사를 면키 어렵다. 여름에는 탈수로 혈액의 점도가 올라가 피가 끈적해지고, 전신 건강이 나빠 체온을 스스로 쿨링(cooling)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혈액순환 및 심장기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적당한 사우나 시간은 건식과 습식에 따라 다르다. 건식의 경우 몸 안의 습기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습식보다 짧게 하는 편이 좋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처음에는 습식은 5분, 건식은 3분 정도로 시작하고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게 바람직하다. 사우나는 아침보다 오후에 하는 게 권장된다. 심장마비는 아침시간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이들수록 높은 온도를 선호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한증막 등은 대체로 권하지 않는다. 온도가 높을수록 피부혈관이 확장돼 표피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지는 반면 심장, 뇌, 소화기관 등으로 가는 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지럼증, 심장마비, 저혈압, 구역질 등이 초래될 리스크도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온도를 선호해 무리하게 사우나를 즐기다 사망에 이르는 노인이 드물게 생긴다.

장양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우나를 하려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피하는 게 관건”이라며 “온탕에서 5분 이상 충분히 몸을 덥힌 후 물속에서 가벼운 팔·다리 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들어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우나 내부 평균 온도는 60도 이하가 바람직하며 더 높으면 심장에 해로울 수 있다. 시간은 최대 15분 이내로, 사우나 후에는 수건 등으로 몸을 감싸 체온이 유지되도록 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우나보다 혈액순환에 더 좋은 게 유산소운동이고, 피부가 장시간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노화가 빨리 올 수 있다”며 “사우나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축기혈압이 180㎜Hg 이상인 고혈압 환자, 심장병이 있는 사람, 몸에 고열이 있는 경우, 모든 병의 급성기, 음주 후 2시간 이내 등의 경우에는 사우나를 삼가는 게 좋다. 또 사우나로 30~60분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 혈압이 올라가고 체력이 급격히 소모돼 오히려 피로가 누적된다. 뿐만 아니라 눈에 지속적으로 고열이 가해져 안구 단백질이 변성되면 심할 경우 백내장이나 유리체혼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사우나는 보통 아줌마들에게 사교의 장으로 애용된다. 사우나로 땀을 빼면 노폐물이 함께 빠져나와 피부관리에 탁월하다며 이를 즐기는 주부가 적잖다. 하지만 ‘동안(童顔)’이 되고 싶다면 지나친 사우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사우나에서 막 나와 뽀얀 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이다. 오히려 피부 온도를 낮추는 게 도움이 된다.

정상 체온이 36.5도일 때 피부온도는 5~6도 정도 낮은 31도 정도가 정상온도라고 알려져 있다. 피부온도가 올라갈수록 피부탄력도 떨어지고 모공도 확장되며, 피지분비량도 증가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피부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특별히 피부에 해가 될 일을 하지 않는데도 피부처짐이 심하다면 평소 지나치게 뜨거운 물로 세수하거나 샤워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얼굴 피부의 온도가 올라가 자극을 받게 되면 피부의 콜라겐 분해 요소가 증가해서 탄력을 잃게 된다. 아울러 모세혈관 확장이 가속화되면 안면홍조증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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