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과 교수가 암의 가족력 여부를 놓고 상담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BRCA1, BRCA2 변이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암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전세계가 떠들석했다. 졸리는 2007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머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건강염려증’에 가까운 과잉대응인가 했더니 졸리의 이모인 데비 마틴도 지난달 26일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 유전성 암에 대한 현대의학의 연구결과가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 그치는게 아니고 실제 생명과 건강에 직결됨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암과 관련된 유전자 스크리닝 방법과 효용성 등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김동희 소화기내과 교수, 최은경 외과 교수, 김경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유전성 종양은 전체 암 발병률의 5~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게 대장암과 유방암이다.
대장암은 전체의 5~15%가 가족성 또는 유전성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가족성이 10%, 유전성이 5% 정도다. 가족성 대장암은 원인 유전자는 명확하지 않으나 가족력을 고려할 때 유전적 경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유전성은 원인 유전자가 비교적 잘 밝혀진 경우로 구분된다.
가족력으로 부모·자식·형제 중 1명이 대장암인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3배, 2명 이상이 대장암인 경우에는 4.3배까지 증가한다.
유전성 대장암에는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HPNCC: 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 유전성 용종증후군(hereditary polyposis syndrome: 가족성 선종성 용종, 포이츠-예거 증후군, 유년기 용종증, MYH 연관 용종증 등 크게 4가지)이 포함된다. 관련 유전자가 잘 밝혀져 있으며, 이러한 경우가 아닌 가족성 대장암의 경우는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최은경 교수는 “실제로 대장암 돌연변이는 드물게 관찰되며, 검사의 민감도나 현재까지 검사의 방법들이 가진 한계로 일반인들에게 유전자 검사를 선별 검사로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HPNCC: hereditary nonpolyposis colorectal cancer)을 유발하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에는 MSH2, MLH1, MSH6, PMS2, EPCAM 등의 유전자군이 관여한다. 이 증후군은 대장·직장암 외에도 자궁내막암, 난소암, 신우암, 췌장암, 소장암, 간췌담도암, 위암, 뇌종양, 유방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대장직장암의 산발성·가족성·유전성 비율
산발성(원인 불명) 대장직장암 65~85%
가족성 대장직장암 10~25%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 2~3%
가족성 선종성 용종 1% 안팎
포이츠-예거 증후군·유년기 용종증·MYH 연관 용종증 1% 미만
유방암은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에 걸린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발병 가능성이 2~3배 높아진다. 어머니와 언니 모두 유방암이 있는 경우에는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8~12배 높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전체 유방암 중 유전자변이에 의한 유방암 발병은 상대적으로 흔치 않고 BRCA1 또는 BRCA2유전자가 변이된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적으로 유방암 발병 유전자인 BRCA1 또는 BRCA2가 양성인 여성은 65%가 유방암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90세까지 80%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추정한다.
또 난소암의 발병 확률을 BRCA1 유전자 변이는 55%까지, BRCA2 유전자 변이는 25%까지 높힌다. 이밖에 두 유전자변이는 전립선암, 췌장암, 남성유방암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김동희 교수는 “유방암은 난소암·대장암과 함께 가족력이 강한 암이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BRCA1 또는 BRCA2의 유전자변이의 종류는 인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일률적으로 볼 수도 없는 문제”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암 유발 유전인자는 암에 잘 걸릴 수 있는 체질을 의미할 뿐 가족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가족력이 있으면 유전자검사를 받아보고 이후 조기검진 및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이 확산되기 전에 치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여성은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도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는 갑상선암도 대부분 유전적 요인과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부에서는 가족성 소인을 갖고 있다.
가족성 비수질성 갑상선암(familial nonmedullary thyroid carcinoma)은 갑상선암의 약 5%에서 나타난다. 가족성 대장암과 관련 있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FAP)에서 갑상선암이 12% 가까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족성 갑상선 수질암의 경우 다발성 내분비성 종양(MEN)에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전체 갑상선 수질암의 약20%를 차지한다. MEN2 유전형질이 있으면 갑상선 수질암이 거의 100%에 가깝게 나타나므로 언제 수술할 지가 관건이다.
여러 종류의 갑상선암 중 수질암은 악성도가 분화암(유두암, 여포암)과 미분화암(역형성암)의 중간 정도로 10년 생존율이 47~61% 정도여서 유전성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주요 유전성 암 관련 검사
APC 유전자 가족성 선종성 용종, 비악성 직장 용종, 양성 및 악성 소장 종양(benign and cancerous tumors in the small intestine), 뇌종양, 위암, 골암, 피부암, 기타 조직암 체크.
가족성 선종성 용종은 부모 중 한 명이 대장암에 걸린 경우 자녀의 50%에서 대장암이 유전되며, 사춘기 시절 용종이 다량 생성돼 치료하지 않을 경우 40대 이후 대장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가깝다.
B-raf 유전자 갑상선결절을 채취해 갑상선암 여부 확인. 이뤄진다. V600E 돌연변이가 갑상선 유두암 유발. 한국인 갑상선암 환자의 B-raf 유전자 V600E 돌연변이 빈도는 약 70%. 돌연변이가 보이면 암 가능성 100%에 가까우나 음성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BRCA1 또는 BRCA2 유방과 다른 조직에서 손상된 DNA를 수리하거나, DNA 수리가 실패해 생긴 잘못된 세포를 파괴한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80%에 달하게 된다. 유방암 뿐만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까지 초래할 수 있다.
암 유전자 검사 지침
아래 3가지가 항목을 모두 만족해야 암 유전자 검사를 권유할 수 있다.
1. 검사 대상자가 유전성 암의 가족력 또는 과거력이 있어야 한다.
2. 검사 결과가 분명하게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
3. 검사 결과로 환자에게 충분한 향후 건강관리 지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자 검사에서 암의 위험도가 높다고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 암 검진을 조기에 시작하여 더 자주, 더 정밀하게 시행해 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노력한다.
2. 예방적 약물치료(Chemoprevention)를 시행한다. 특정 암의 경우 약물을 통해 암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유방암의 경우 타목시펜과 랄록시펜 복용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약의 부작용과 이득을 고려하여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3. 예방적 수술치료(Prophylactic surgery)를 시행한다. 난소암의 위험이 높은 여성이 이미 자녀를 다 낳았다면 난소 절제술을 통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4. 생활습관을 개선한다. 식습관 개선, 규칙적 운동, 적정체중 유지를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