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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 ‘안전성 대비 유효성 좋다’ 맹신 금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06-25 19:05:04
  • 수정 2013-06-30 20: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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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바릭스 등 자궁경부암 70% 예방 … 일본 550만건 접종 중 350건서 하지마비 등 중증 부작용

일본에서 부작용을 일으킨 자궁경부암 백신인 GSK의 ‘서바릭스’(위쪽)와 MSD의 ‘가다실’

최근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며 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부작용은 ‘급성파종성뇌척수염(ADEM)’과 ‘길랑-바레증후군(GBS)’. 이들 질환은 혼수, 마비, 의식장애, 발작 등 증상을 유발하는데 신경세포의 신경섬유(축삭)을 감싸고 있는 ‘수초’라는 절연물질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길랑-바레증후군은 상기도 열성 감염 또는 비특이성 바이러스 감염 이후 10일 정도 지나 근력저하와 사지마비 등 주로 운동장애를 보이는 질환으로 발병 빈도는 10만명에 1.6명 정도다. 비교적 흔한 백신 부작용으로는 10만명 접종 당 1건 정도가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GSK의 ‘서바릭스(Cervarix)’와 MSD의 ‘가다실(Gardasil)’로 일본에서 부작용을 일으킨 것과 같은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5년간 14건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시마비’는 총 5건이었으며 이 중 서바릭스는 4건, 가다실은 1건이었다. ‘운동장애’는 총 5건으로 서바릭스 3건, 가다실 2건이었다. 이밖에 ‘떨림증상’은 서바릭스와 가다실 각각 1건씩, 목 경직 등 ‘과다긴장’은 가다실에서만 2건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경부암은 유일하게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암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이 자궁경부암을 100% 막아주는 것은 아니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모든 위험인자가 제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인체 내 생식기 사마귀 등을 나타나게 하는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100개 종류가 확인된 상태이며, 이 중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16·18·31·33·35·39·45·51·52·56·58·59·68·69·73·82형 등이다.
자궁경부암의 70%는 16·18형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바릭스와 가다실은 바로 이 16·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추가로 가다실은 저위험 바이러스군인 6·11형에 대한 예방효과도 있다. 문제는 현재 백신으로는 30%의 나머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서바릭스와 가다실은 전체 자궁경부암의 70%를 예방할 수 있으며 나머지 30%에 대한 백신은 연구 단계에 있다”며 “매년 정기적으로 검사받으면 자궁경부암을 조기진단 및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백신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는 만큼 섣불리 예방접종을 받기 보다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과 관련된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2008년 뉴욕타임스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에 관한 보고서 9749건을 분석한 결과 94%에서는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으나 나머지 6%에서는 혈액응고, 마비,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7802건의 크고 작은 백신 부작용이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여성암 중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궁경부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신접종 건수는 4년 만에 100배 이상 급증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총 3회에 걸쳐 접종하게 되며 1회에 약 15만~18만원이 소요된다. 성 경험이 없는 만 9~26세 여성이 접종할 때 가장 이상적인 암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바이러스 모양과 비슷한 가짜 바이러스(VLPs, virus-like particles, 바이러스양 입자)를 인체에 주입해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며, HPV가 체내에 침입할 경우 감염이 일어나기 전에 질환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백신의 접종 권고지침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상황을 고려해 정해지기 때문에 국가마다 다양하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국내 실정에 맞게 15∼17세를 최적의 접종시기로 권장하고 있으며, 45세까지 중년여성도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작년 5월부터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사업’(NIP)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포함시켜 13~16세 여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지원해왔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일본 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사례는 총 550만건에 달하며 이 중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1968건이었다. 특히 이 중 350여건에서는 사지마비, 간질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부작용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자 일본 정부는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을 권장한다는 기존 입장을 잠정 철회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들과 일부 네티즌들의 우려와 달리 관련 의학단체들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는 25일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자궁경부암 백신의 부작용 사례와 관련된 근거자료를 검토한 결과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다”며 “자궁경부암 예방을 통한 여성건강 증진이라는 백신의 효과를 고려할 때 백신접종을 권고하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정림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본관 3층 의원식당에서 이번 자궁경부암 백신 논란과 관련해 간담회를 갖고 “제약업계는 백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유해사례 보고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개선하고, 이와 관련된 추적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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