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 손목 사용 비중 커 ‘삼각섬유연골’ 손상 … 하수, 팔꿈치뼈 힘줄 파열 ‘엘보우’ 많아
골프 고수들이 흔히 부상을 입기 쉬운 삼각섬유연골복합체를 X-레이(왼쪽)와 자가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한 사진
최근 국내외 유명 프로 골퍼들이 손목 부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종종 나온다. 특이한 점은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과도한 연습으로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팔꿈치에 ‘골프엘보(golf elbow)’가 생기는 경우는 많은 반면 손목 부상을 입었다는 얘기는 흔치 않다는 사실이다.
골프로 인한 스포츠손상은 프로 골퍼, 아마추어 고수, 일반 골퍼 등 골프 실력에 따라 부상이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고수’의 부상은 손목에 많고, ‘하수’의 부상은 팔꿈치에 많다. 이 때문에 부상 부위만 봐도 골퍼가 고수인지 하수인지를 알 수 있다.
팔에는 요골과 척골이라는 큰 뼈가 두 개 있다. 그 끝에 손목관절이 있으며 수근골이라는 뼈를 거쳐 손가락 뼈로 이어진다. 손등 방향에서 봤을 때 몸 안쪽 큰 팔뼈가 요골이고, 바깥쪽에 있는 조금 작은 뼈가 척골이다. 척골, 수근골, 손가락뼈 사이를 X-레이로 찍어보면 삼각형의 작은 빈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하면 ‘조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삼각섬유연골복합체’다. 엄지 손톱만한 크기인 이 조직은 연골판·인대·섬유판 등으로 구성되며 손목을 좌우로 꺾거나 회전할 때에 사용된다.
골프 고수의 부상은 대부분 손목의 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인 경우가 많다. 찍어 치는 동작은 이같은 부상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다. 프로골퍼나 아마추어 고수는 아이언으로 공을 때린 뒤 잔디에 ‘디보트(divot)’를 낸다. 골프채가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갈 때의 충격이 골프채를 잡은 양손 손목에 전해지기 때문에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위험성이 높다.
손목 코킹(coking) 동작도 이 부위 부상을 유발한다. 고수가 공을 똑바로 멀리 칠 수 있는 이유는 백스윙 때 꺾은 손목을 공을 때리는 순간 펴주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하수는 공을 때리기 전에 손목을 빨리 풀어버리는 동작, 이른바 캐스팅을 많이 한다.
코킹을 최대한 유지하다 공을 때리는 동작을 ‘레이트 히팅(late hitting)’이라고 한다. 이 동작은 골프 스윙의 핵심 요소이나 손목에는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반복하다보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 부위는 골프뿐만 아니라 손을 짚고 넘어진 경우, 손목뼈가 부러진 경우, 배드민턴·테니스·야구 등을 하며 손목에 스냅을 주는 경우 등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삼각섬유연골복합체가 손상될 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매우 크다. 초기에는 부목을 대 손상 부위를 고정시키고 비스테로이드 약물주사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본다. 호전되지 않는 경우 관절내시경을 통해 찢어진 부위를 매끄럽게 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찢어진 조직을 봉합하는 수술을 실시하기도 한다.
골프 하수의 부상은 비교적인 많이 알려진 ‘골프엘보’일 때가 많다. 한자어로 ‘상과염(上顆炎)’이라고도 하는 엘보우는 팔꿈치뼈 양쪽 과(顆)에서 시작되는 힘줄이 미세하게 파열되며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테니스엘보는 주로 팔 바깥쪽, 골프엘보우는 팔 안쪽에서 나타날 때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스윙 도중 뒤땅을 치거나, 골프채를 너무 꽉 잡고 스윙하는 등 잘못된 동작을 반복하면 골프엘보가 발생할 수 있다.
최인철 바른세상병원장은 “골프 고수는 스윙시 손목 동작의 비중이 크고, 하수는 팔꿈치나 어깨 동작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상 부위가 다른 것”이라며 “새끼손가락 쪽 손목관절에 통증이 느껴지면 냉찜질을 해주고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또 “팔근육이 강할수록 충격이 잘 흡수돼 손목관절의 부상 위험도 줄어든다”며 “골퍼들은 악력기나 아령 등을 이용해 팔과 손목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