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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골수성백혈병 ‘글리벡’ 복용하다 중단해도 재발없는 비율 66.3%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05-29 12:41:12
  • 수정 2013-05-31 12: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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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Q-PCR검사 결과 1년째 백혈병 유전자 발견 안돼 … 백혈병도 ‘완치’ 개념 가능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김동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팀은 노바티스의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표적항암치료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 imatinib)으로 치료된 환자는 복용을 중단해도 된다는 연구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도 완치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팀이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3년 이상 글리벡 치료를 받았고 2년 이상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완전유전자반응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글리벡 치료를 중단한 결과, 1년째 백혈병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글리벡 복용을 성공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통계적 확률은 6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로 항암제의 정확한 중단 시점이 밝혀짐에 따라 글리벡 복용이 어려운 임산부·노약자·부작용이 심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자와 국가의 의료비 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프랑스에서 백혈병 환자 69명을 대상으로 1년간 글리벡 복용 중단 가능성을 연구한 결과 성공적인 약물복용 중단 환자의 비율은 41%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48명 중 39명은 암 유전자가 증가하지 않았으며 18개월 이상 지난 후에도 백혈병은 재발하지 않았다. 또 글리벡 복용 중단 이후 암 유전자가 0.1% 이상 증가했던 9명의 경우 글리벡을 다시 투여하자 평균 6개월 이내로 백혈병 유전자는 모두 사라졌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47세였으며 48명 중 20명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 후 백혈병이 재발해 글리벡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연구팀은 환자가 글리벡을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 정량검사(Real-time Quantitative Polymerase chain reaction, RQ-PCR)’와 ‘디지털 PCR 검사법’으로 체내의 백혈병 세포 유무를 조사했다. RQ-PCR 검사법은 잔여 암 유전자를 1000만배 이상 증폭시켜 체내에 남아있는 백혈병 유전자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밀한 분석기술과 연구원의 진단검사 능력이 필수적이다. 가톨릭대 암연구소는 2005년 스위스 노바티스사로부터 국제백혈병유전자분석 중앙연구소로 지정돼,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백혈병은 암세포로 변형된 백혈구가 과도하게 늘어 생기는 혈액암 중 하나다. 전체 성인백혈병의 약 40%를 차지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를 가진 백혈병 줄기세포가 암성 변화를 일으킨 후,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골수와 혈액 내에 비정상적인 혈액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질환이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가장 많이 복용하고 있는 1세대 표적항암제로 2001년부터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장기간의 글리벡 치료는 장기 생존 효과는 우수하나 백혈병을 완치하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환자는 고가의 글리벡을 평생 복용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 내성이 생기거나 피부발진·관절통·근육경련·결막 출혈·시력감퇴·피부약화·안면부종·심장기능 저하·안면착색 등 부작용이 나타나 15%의 환자는 복용을 중단해야 했다. 장기 복용자중 50%는 이같은 부작용을 항상 가지고 있어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됐다. 또 고령 환자는 젊은 환자에 비해 부작용이 자주 나타났다. 특히 글리백은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성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복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흔히 있었다.
개인은 물론 국가 의료비 부담도 큰 문제였다. 매년 300여명 정도 새롭게 발생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로 인해 연간 약 70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동욱 교수는 “표적항암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 중 투약 중단이 가능한 환자를 찾아내고, 정확한 중단 시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가톨릭대 암연구소가 고도의 백혈병 유전자 연구 기술력을 가진 덕분”이라며 “이번 연구로 표적항암제 중단의 국제표준 기준을 확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글리벡 복용을 안전하게 중단한 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66명으로 늘었으며, 타시그나·스프라이셀 등 항암제에 대한 복용 중단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 초기에는 피부와 혈관이 점차 얇아져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벗겨지고 눈 혈관이 잘 터지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 쉬운데, 환자 마음대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 오히려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반드시 국제적으로 공인된 백혈병 유전자 분석기술을 사용하는 전문의와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암정복 추진연구개발사업의 다기관 임상시험과제로 시행된 이번 연구의 결과는 논문 제출 48시간 만에 승인됐으며 ‘미국혈액학잡지(American Journal of Hematology)’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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