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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하면 왜 기억 안날까?’ 뇌정보 흐름 억제가 원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3-05-27 16:10:58
  • 수정 2013-05-28 18: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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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엽서 두정엽 방향 정보’ 흐름 억제시 의식 잃어 … ‘수술 중 각성’ 등 예방에 도움

최병문(왼쪽부터)·노규정·구승우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노규정·구승우·최병문·백승혜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과 이운철·조지 마샤 미국 미시건대 의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마취에 의한 의식 소실·회복은 ‘전두엽과 두정엽간 정보 흐름 억제’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리성(환각성) 마취제 ‘케타민(ketamine)’으로 전신마취한 30명, 흡입마취제 ‘세보플루란(sevoflurane)’과 정맥마취제 ‘프로포폴’(propofol)로 전신마취한 각 9명 등 수술 중 환자 총 48명의 뇌파를 획득했다. 이어 신호분석방법(표준화 기호전달 엔트로피)을 이용해 인지를 다루는 뇌 앞부분의 전두엽과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뇌 뒷부분 두정엽의 뇌파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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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 분석을 통해 전두엽과 두정엽간 정보 흐름의 방향과 양을 측정한 결과, 3가지 마취제 모두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는 동시에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전신마취로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이 억제되면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두정엽에서 전두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은 수면제 혹은 마취제 투여와 무관하게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면이나 마취 중일지라도 뇌는 시각, 후각, 청각 등 감각에 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번 연구로 마취로 인한 의식의 소실 및 회복은 뇌의 정보 흐름으로 나타난다는 공통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의식이 소실되고 회복되는 중간 과정인 ‘무의식의 깊이’도 뇌 정보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돼 전신마취 중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수술 중 각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아울러 수술 중 환자의 마취상태를 더욱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돼 마취제 효과를 표준화 하고 용량을 조절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규정 교수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케타민은 대표적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과 특성을 달리하며, 투여할 경우 환자의 의식은 저하되나 바이스펙트럼지수(bispectral index, BIS)라는 상용 뇌파 측정 값은 일반적 마취제와는 다르게 오히려 증가했다”며 “이 때문에 BIS 측정으로 모든 수면제나 마취제에 의한 의식 수준을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연구로 특성이 전혀 다른 마취제라도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뇌 정보 흐름을 억제함으로써 무의식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전신마취의 공통된 경로를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마취의 깊이뿐만 아니라 의식 소실 유무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전신마취상태에서 의식이 갑자기 돌아오는 시점을 미리 예측해 수술 중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마취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마취학(Anesthesiology)’ 6월호에 이달의 논문으로 선정됐으며 저널 표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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