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음인은 체질적으로 채식 기피하고 육류 선호 … 채식엔 적당한 소금 필요
김달래 한의원 원장
사람의 혈액은 0.9%의 소금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닷물의 소금 농도가 3.5%의 소금농도인데 비해 우리 몸은 그보다 낮은 소금농도로 세포활성을 유지하고 있다. 인체는 정상적인 소금농도를 유지해야 활동에 무리가 없지만 지나치게 소금을 많이 먹으면 순환기와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급성 또는 만성 신장질환의 악화기에 소변량이 감소하면서 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무염식을 적용하는데 나트륨은 채소 등에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는 범위 안에서 섭취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5g 이하의 소금(나트륨 기준 2000㎎이하)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WHO 권고보다 소금을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약 12g의 소금(나트륨 기준 4781mg)을 섭취했는데 WHO 권고치의 2배 이상에 해당된다. 이는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여전히 김치, 찌개, 면류 등이 주된 섭취 경로다.
인체 모든 체액은 0.9% 소금 농도 유지 … 신진대사의 중심 역할
소금은 생명활동의 근간이 된다. 소금은 위액이나 췌장액의 원료가 돼 소화작용을 돕고, 삼투압을 유지함으로써 영양물질을 혈관안으로 끌고 들어가서 온 몸의 세포 곳곳으로 운반하는 한편으로 노폐물을 끌고 내려와 대변과 소변, 땀 등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매개작용을 한다. 또 소금은 산·염기평형을 유지하면서 체온을 유지시키고 세포 안에서의 전기활성을 통해 생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혈액을 맑게 해주면서 부패를 방지한다.
우리 몸의 체액은 모두 0.9%의 소금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침과 소화액, 눈물과 콧물, 땀, 소변, 대변 등 모든 분비액이 0.9%를 유지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링거액 주사를 맞을 때도 항상 0.9%의 소금농도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생수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이다.
천연식품 속에는 소량의 소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사람은 하루에 약 2g의 소금을 섭취하게 된다. 그런데 소금을 전혀 먹지 않는다고 모두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며, 극히 드물지만 심한 경우에는 저염증후군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죽염·암염·오래된 천일염보다 갓 만든 천일염이 좋아 현재 세계 소금 생산량의 3분의 2는 땅속에서 캐내는 암염(巖鹽)에서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바닷물을 건조시켜 얻은 천일염을 주로 이용해왔다. 소금에 함께 들어있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아연, 철 등 무기질은 불순물이 아니라 생명활동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높은 온도의 불로 가열한 죽염,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된 암염, 만든 지 오랜 시간이 경과된 천일염보다는 갓 만든 천일염처럼 무기질이 많은 소금이 더 좋은 소금이다. 다만 무기질이 많을수록 쓴맛이 많기 때문에 김장을 하거나 장을 담글 때는 간수가 빠진 소금을 사용하는 게 낫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장량이 늘어나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심장이나 신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래서 혈압이 높거나 심장질환, 신장질환이 있을 때는 소금 섭취량을 줄이도록 권고하게 된다. 또 소금을 많이 먹으면 구토나 위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구토를 유도하려면 미지근한 소금물을 먹이면서 토하게 한다. 소금을 많이 먹으면 삼투압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분이 혈장으로 몰리고 소화관에는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멜론 참외 수박 오이 등 박과 식물이 소금 배출에 좋아
세포 안에서 소금의 나트륨과 칼륨은 상호 길항작용을 한다. 칼륨이 많으면 소금이 몸 밖으로 나오게 되고, 소금이 많으면 칼륨 흡수가 방해를 받는다. 만약 칼륨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소금을 먹어줘야 한다. 칼륨이 너무 많고 나트륨이 부족하면 부정맥이나 신부전증을 유발될 수 있다. 칼륨은 육류에도 들어있지만 채소나 과일 속에 다량 함유돼 있다. 수박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데 칼륨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과일은 칼륨이 많다.
미국영양학회 자료를 보면 멜론 4분의 1개에는 800~900㎎의 칼륨이 들어 있는데 이는 하루권장량인 4700㎎의 약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멜론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의 참외에는 칼륨이 340mg 들어 있다. 또 수박 두 컵에는 하루권장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칼륨이 함유돼 있다.
칼륨은 체내에 남아 있는 나트륨을 소변과 함께 배출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으로 혈압을 조절함으로써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등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여름철에 많이 먹는 참외, 오이, 수박, 호박은 모두 박과에 속한다. 이들의 한약이름으로 참외는 첨과(甛瓜), 오이는 황과(黃瓜), 수박은 서과(西瓜), 호박은 남과(南瓜)를 갖고 있다. 이들 과일은 모두 과속(瓜屬)으로 성질이 차서 몸의 열기를 없애주고, 섬유질과 칼륨이 많아서 대변과 소변을 잘 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채식에는 소금이 필요하다 … 초식동물, 소금 쫓아 헤매 광고의 홍수 속에 살면서 칼슘은 우유 속에만 들어 있고, 모든 사람은 싱겁게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채소나 과일 속에는 우유에서 섭취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칼슘이 들어 있다. 초식동물은 매일 먹는 풀 속에 칼륨은 많지만 소금의 나트륨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슴이나 고라니, 들소들은 소금이 포함된 바위를 빨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에게 달려들어 땀을 핥기도 한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서 에스키모들은 사슴에게 일정한 간격으로 소금을 주면서 방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에 약 188㎏의 채소를 먹는데 세계 1등이다. 김치 속에 들어있는 소금량을 치즈 속에 들어 있는 소금량과 비교해서는 안된다. 채소를 먹기 위해서는 된장이 필요하고 당연히 소금 섭취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또 채소 속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은 된장이나 간장 속의 나트륨을 몸 밖으로 많이 배출시킨다. 이런 특성을 제대로 알면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소금 섭취량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서양식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예외다. 주로 태음인 체질의 사람들이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을 좋아하므로 이들에겐 저염식 또는 무염식이 필요하다.
태음인, 선천적으로 고기 좋아하고 채소 싫어해 … 무염식 추천
태음인은 선천적으로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또 기성세대에 비해 자라나는 세대들은 학교급식을 통해 상당히 많은 육식을 하고 있고, 채소나 과일보다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에 많이 노출돼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동안 한사람당 평균 41.1㎏의 살코기를 소비했다. 돼지고지(19.1㎏), 닭고기(10.7㎏), 소고기(8.8㎏), 오리고기(2.5㎏) 순이며 개고기는 통계에서 빠졌다. 정부에서 발표한 통계는 도축장에서 정식으로 잡은 동물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음성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문화를 감안하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41.1㎏+α’로 추정된다. 이를 1일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한 사람당 매일 112g의 육류를 소비한 셈이 된다.
그 가운데서도 태음인들은 음식의 맛을 중시하고 짭짤하거나 얼큰한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태음인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비만 등에 상당히 취약하다. 여러 보고를 종합해보면 태음인 체질은 대사증후군에 매우 취약하며, 육류섭취를 상당히 좋아한다. 이런 태음인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채소를 먹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고기반찬이 없으면 짜증을 내고, 야채 반찬을 기피하는 태음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염식이나 저염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