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성욱 연세대 교수, 수술확대경 착용하고 수술대를 배꼽과 흉골 사이 위치시킬 때 가장 편안
수술부위 시야 확대를 위한 세 가지 방법에 따른 머리 기울기 각도 차이 A-나안, B-수술확대경 착용, C-수술확대경 너머 시야확보
인체의 중심 뼈대인 경추와 척추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하며 수년간 해당 부위 질환을 수술해 온 신경외과 전문의도 수술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해야 하는 자세와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해 목, 어깨, 척추 부위 통증을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 디스크 증세를 겪기도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수술하는 다른 외과 계열 의사에서도 이런 증상은 쉽게 나타난다.
구성욱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박정윤·김경현·진동규)은 이런 근골격계 피로를 감소시키기 위해선 수술확대경(루페, loupe)을 적극 활용하고 수술대를 집도의의 ‘배꼽과 흉골 사이 중간지점’에 위치시키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연구논문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유럽척추저널’(European Spine Journal) 지난해 12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2명의 척추외과 전문의(4년차 이상)를 대상으로 척추시뮬레이터 가상 추간판절제술을 시행하는 조건을 설정했다. 이후 광전자 모션으로 수술자의 척추 전체와 머리 움직임 각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자연스럽게 서 있을 때의 허리, 가슴, 골반부근 및 뒤통수의 각도를 측정해 정지상태 값(static values)을 구했다.
이어 수술대의 높이를 장골 앞 부근, 배꼽 부근, 배꼽과 흉골 사이로 변화시키며 각 수술자가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나안, 수술확대경 착용, 수술확대경 너머로 시야확보)에 따라 신체부위의 굴절 각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세 단계의 수술대 높이 변화 조건에서 수술확대경을 착용했을 경우가 다른 두 가지 수술 시야 확보 방법에 비해 허리, 가슴, 골반부위, 후두부 등 신체의 굴절 각도가 자연스럽게 서 있을 때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이 수술확대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후두부 각도(지면의 수직선과 후두부의 각도, +값은 후두부가 뒤로 젖혀진 경우, -값은 후두부가 앞으로 숙여진 경우)를 평균 13.57±1.85였다. 이에 비해 수술대가 장골 앞 부분에 위치하면 -22.07±5.42, 배꼽 부근에 위치하면 -19.91±3.96, 배꼽과 흉골 사이에서는 -18.95±5.15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수술확대경을 사용하며 수술대의 높이를 배꼽과 흉골 사이에 위치시키는 것이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 교수는 “이전 발표된 연구논문에서 외과의사 중 30%가 목과 어깨 부위에 통증과 단단해짐을 느낀다고 기술했을 만큼 이들은 인체공학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를 위해 가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의뿐만 아니라 요리사, 용접기사, 컴퓨터 및 스마트폰 이용자처럼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같은 자세를 유지할 경우 그 순간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작업종료 후 목과 등 주변에 통증이 일어나고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50분 작업 후에는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주고, 작업대의 높이를 신체 비율에 맞게 조정하며, 자신만의 맞춤형 테이블을 제작하는 것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