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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공허한 자기애가 아니라 실력에서 나온다
  • 정종호 헬스오 기자
  • 등록 2013-03-31 20:27:57
  • 수정 2021-05-30 18: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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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잉보호에 나약해진 젊은이 … 유명 ‘힐링 멘토’, ‘성공 강사’ 의존 말고 자기방식으로 노력해야

일반적으로 ‘괜찮다’고 인정해주는 직장에서 뛰쳐 나와 6개월 여의 방황 끝에 독자적으로 인터넷 건강뉴스 <헬스오>를 꾸려온지 어언 1년이 다 됐다. 예전 직장에서 만난 젊은 후배들과 달리 ‘사회’(필자 스스로 제2기자 인생을 지칭하는 말)에 나와 만난 젊은이들은 ‘스펙’(specifications에서 나온 유행어로 학벌, 영어성적, 자격증 등 취직에 도움되는 요건을 나타내는 신조어)이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 석(石) 중에서 옥(玉)을 가려 진짜 옥을 만들겠다는 게 필자의 신념이지만 현재는 단지 2명의 옥 후보자(신참 기자)만이 열심히 기사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꽤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회사를 짧게는 하루, 길게는 9개월을 다니다 그만 뒀다. 사람을 볼 때에는 자질(talent, 실력·재능·기질)과 태도(attitude, 품성·노력·성실)가 중요하다고 들었다. 둘 중 어느 한 가지가 크게 부족하거나 아니면 두 가지의 평균이 기준치에 미달한 젊은이들은 실력을 연마하고 자기수양을 해야 한다.

 
물론 회사의 리더로서 신뢰할만한 후진을 양성해내지 못하는 것은 내 얼굴에 침뱉기이고, 동양의 관점에서 자신의 부덕함을 책망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무리 내 자신을 객관화하려고 해도 별로 수긍할 점을 찾지 못하니 과연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괴리가 작지는 않은 것 같다. 머리가 굳은 필자의 유연성과 포용력 부족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진 않을 것이니 고도로 훈련된 심리전문가들에게 1년은 넘게 교육을 받아야 나아질 수 있을까. 다만 1년전 편모 슬하에서 어렵게 자란 한 젊은이가 착하고 성실했음에도 그 아픔을 헤아려주지 못한 게 인생에 씻지 못할 과오로 남아 있다. 

요즘 초·중·고교에서 담임을 하지 않겠다는 정규직 교사가 많아 기간제 교사이 담임을 떠맡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비율은 2010년 31.3%, 2011년 40.1%, 2012년 45.9%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업무에 대해 심적 부담감이 크고, 참을성 없는 학부모들이 일방적으로 교사를 공격하고 심지어 민·형사상 고소를 일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육 당국과 교사가 이런 문제를 20년 가까이 방치해 폐해가 누적된 결과로 교육의 권위가 다시 세워지려면 엄청난 사회갈등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요즘 젊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한둘만 낳다보니 애지중지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교사나 친구로부터 맞고 오는 것을 참지 못한다. 경쟁에서 지는 것으로도 분노에 휩싸인다. 자기애(自己愛, 나르시시즘, Narcissism)가 자녀에게 투영돼 끔직히도 아이를 아낀다. 빚을 내서라도 좋은 옷 입히고, 맛있는 것만 먹이고, 온갖 학원 보내고, 국내서 좋은 대학 못 갈 것 같으면 유학도 서슴지 않는다.

 
젊은 학부모들의 속내는 이렇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지 못한 물질적·정신적 대우에 대한 섭섭함이 우리 자녀에겐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물질적으로 번영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닦은 것은 1920~1940년대생이다. 일제 및 한국전쟁의 고난 속에서 뼈빠지게 일했다. 1950년대~1960년대 초반도 부모님 못지 않게 모범생처럼 열심히 살았는데 자기부모 세대에 대한 고마움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자식에게 잘 해줄 것만 생각한다.

 
베이버부머(1955~1963년생)의 자녀들인 20~30대가 너무 연약하기에 하는 말이다. 베이비부머 및 이후 세대의 이기적이고 편협한 자기애는 점점 심해져 지금의 초·중·고 학생에서도 개선의 기미가 엿보이지 않는다. 과잉보호가 자녀교육을 망치고 있는 형국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안될 법한 일에는 기대를 걸지도, 도전해보지도 않는 현실주의에 빠져 있어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케 한다. 시련을 통해 교훈을 얻기도 전에 일찍이 체념하고 포기하는 것부터 배운 것 같다.

 
그 단적인 증거가 실력의 양극화이다. 중·고교 시절 학업을 게을리 해 좋은 대학을 못간 것은 과거의 일이라 쳐도 대학교에서도 그런 자괴감이나 열패감이 이어져 지방대나 3류대생은 취업시험 공부를 아예 하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전체 일자리의 70~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초임 수준은 연봉 2400만원 이하인 곳이 수두룩한데 이런 실정은 생각지도 않고 대다수 대졸자들은 3300만원(3000만~3600만원)의 초임을 원한다.

 
그래서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이들의 라운드는 마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처럼 연봉 3000만원 이상과 2400만원 이하로 나뉜다. 마이너리거 실력인데 메이저리그만 꿈꾸거나, 마이너리거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은 아예 일자리를 잡지 않고 집에서 논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마음에 담긴 깊은 상처와 사회적인 냉소는 점점 깊어져 ‘백수’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질화되고 치유되기 어렵다. 이들이 어쩌다 회사에 취직해도 조금만 업무강도가 강해지거나, 상사로부터 다소 인격모독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참질 못하고 회사를 뛰쳐나간다.

 
또 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교사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원한다. 취업이 잘 되던 1980년대 학번들은 이런 직업에 대해 별 동경이 없었다. 심하게 말하는 사람은 이런 직업을 ‘본전치기’라고 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금값’이 되었으니 우리사회의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지금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윤택한 시기다. 중산층 정도 되면 동남아나 중국에 가서 발마사지를 받고 제법 ‘있는 나라 사람’ 시늉을 낸다. 하지만 실력없고 헛된 자존감만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면 10년후쯤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 관광객의 발을 열심히 씻어줄 수도 있다.

 
‘젊었을 때엔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요즘 도통 먹혀 들지 않는 것 같다. 젊은이의 자존감은 부모님들이 노후걱정조차하지 않고 준수한 의·식·주로 키워온데서 우러나지 않는다. 오로지 불굴의 노력으로 젊음을 불살라 다져놓은 실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힐링’을 빙자한 강의와 책들이 인기다. 한편으로는 조금 성공해놓고 자서전을 내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단정적이고 독설 섞인 말투로 일부 성공한 몇사람들을 사례로 내세워 무조건 도전하라고 다그치는 스타 강사가 난무한다.

 
공담오국(空談誤國), ‘빈말이 나라를 망친다’는 뜻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언론통제, 체제 공고화를 위해 자주 쓰는 말이지만 필자에겐 실천과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힐링’과 ‘독설’로 젊은이들을 현혹하지 말라는 뜻으로 풍자하고 싶다. 이런 면에서 구체성이 없는 말만 하는 안철수 국회의원 후보는 훌륭한 젊은이의 멘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자기의 조건과 습성에 맞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성공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세상에 자존심 없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자존심 대신에 자존감이란 말을 많이 쓴다. 자존심이 일시적이고 말초적인 ‘마음 상함’이라면 자존감은 사회적 주체로서의 ‘존재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존감은 있으되 자존감을 뒷받침할 실력과 품성이 부족하다면 문제다. 이런 면에서 과연 요즘 젊은이들이 취직도 안되고 자존감에 상처만 입었다고 말하지 말고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자답하길 바란다. 최선에는 끝이 없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다산 정약용, 정조 임금 등 나름 이 겨레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신 위인조차도 자신의 업적에 대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 남을 것이다. 

 
그래서 맹자가 말한 ‘천강대임’(天降大任) 구절을 추천하고 싶다. 하늘에 나에게 큰 뜻을 내리려 할 때에는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苦心志), 뼈와 근육을 힘들게 하며(勞骨筋), 몸과 살을 굶주리게 하며(餓體腐), 신세를 궁핍하게 한다(空乏身). 젊은 시절에는 약간의 한(恨)을 안고 분투하는 것만이 인생에 뜻을 남기는 길이리라. 오로지 실력만이 자존감을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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