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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성민 자살, 막을 수 없었을까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01-07 11:46:53
  • 수정 2013-01-30 02: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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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 유가족에 대한 험담은 ‘독’ … 유가족에 대한 집중적인 정신과 치료 필요

일요일(6일) 아침에 전해진 조성민씨 자살소식은 고 최진실씨 자살 소식만큼 믿기지 않았다. 최진실 자살 당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살 다음날 정신과 진료가 부쩍 늘었었다. 많은 환자분들이 “나도 최진실처럼 따라죽고 싶다”는 말을 할정도였다. 더구나 최진실 씨의 동생이였던 최진영씨까지 모두 3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다니 그들의 자살은 정말 아무도 막을 수 없었나. 

정신과의사로서 세 사람 모두 만 39세 언저리에 같은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을 예고한다. 여러가지 일들로 충격을 받았던 조성민씨도 이전 모 프로그램에서 자살에 대한 언급을 몇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남은 유가족으로서 큰 트라우마(trauma)를 받는다. 자살 유가족들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이유도 여기게 있다. 최진실과 최진영, 조성민씨의 연이은 자살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08년, 2010년, 2013년 그들은 모두 목욕탕에서 허리띠로 자살했다는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아니면 의식적으로 선택하게 됐을 것이다.  

조 씨는 야구선수 박찬호와 동년배로 한때 각광받던 야구 유망주였다. 고려대 ‘황금의 92학번’으로 불린 유망 선수로 계약금 1억5천만엔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으나 재기에 실패하고 만다. 일본 요미우리가 아니고 박찬호처럼 투수 관리·보호가 확실한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면 그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발목인대 부상을 안 당했다면 선수 인생이 성공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평범한 부부였다면 조성민의 폭력 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터지만 슈퍼스타 부부였기에 대중에 낱낱이 공개되고 이혼까지 이르게 되지 않았을까. 안타까움만 남는다.

최진실씨에 이어 최진영씨까지 자살을 하면서 남은 아이들을 위해 조 씨가 상당히 애를 쓰고 노력을 하고 지난 10월 아이들을 학교로 찾아가 평범한 아빠처럼 스마트폰 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소식이 마음이 더욱 아프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좀 참지 못했을까. 
최진실 사망 이후 최진영도 조카들을 돌보며 누나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애써 왔는데 그 역시 한 방송에서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잘 수 없다고 이야기했으며 봉사활동과 학교강의에 몰두하며 스스로 잊으려 애썼던 흔적이 있다. 그것도 잠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인생을 마감한다. 아버지의 친권문제로도 시달려야 했던 조 씨가 아이들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그의 말 한마디에 담겨져 있다. “실제로 내가 자살한다면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다”

그는 사업도 실패하고 야구선수로서 재기마저 실패한 후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지난달 초 두산과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재혼했지만, 별거 중이고 다른 여자친구와 지냈다. 그는 왜 새벽5시에 여자친구의 오피스텔에서 스마트폰 메시지만 남긴 채 혼자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그가 혹시 ‘아 최진실 남매가 이런 마음으로 이렇게 죽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자살충동을 새벽에 행동으로 옮겼을지도 모른다. 충동적으로 술의 힘을 빌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부모’라는 책임있는 자리인데….

최진실 사후 자녀 친권을 놓고 벌인 유가족간 소송 때문에 이른 바 ‘최진실법’이라고 불리우는 법조항까지 생겼다. “부모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가 이혼한 후 전 배우자가 죽었을 때 자동적으로 친권을 가질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따라 조성민씨는 아버지로 지낼수 없었다. 조성민은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포기해야 했는데 이는 본인의 의사보다는 ‘폭력남’에게 자녀를 맡길수 없다는 사회분위기에 떠밀린 강요된 선택이었다. 죄인의 모습으로 기자회견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부상으로 인한 선수생활 마감과 불행했던 결혼생활, 전처의 자살과 잇딴 사업실패 등으로 우울증이 있었던 것일까? 조성민 측에서는 “조성민에게서 전혀 자살의 기미를 엿볼 수 없었다. 새해 인사도 나눴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울증 같은 증세도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까지 시행했다. 결론은 역시 자살이었다. 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우울증 여부는 어찌보면 중요한 사실이 아닐수 있다.

조성민의 주변사람들은 아무도 눈치를 채기가 힘들었을까. 그래도 자살을 하기 전에 뭔가 암시 같은 것을 남기기에 자꾸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자살자의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의도에 대해 뚜렷한 단서를 남기는데,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없는 외침과도 같다. 현재 자신의 상황과 심경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고 자살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살을 시도하기 앞서 주변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성민 역시 사망하기 전 조성민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여자친구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내가 없어도 꿋꿋하게 잘 살아라”라고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던 것이다. 하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유서가 있는지 추가 조사를 하고 있지만, 자살자가 유서를 꼭 남긴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즉, 망자는 말이 없다. 보고에 따르면, 자살자가 유서를 남기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살을 맞이하는 남은 자들은 ‘도대체 왜!’라는 답변을 영원히 들을 수 없다.

자살 소식도 충격이지만, 대중의 지나친 관심으로 남겨진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염려된다. 엄마와 외삼촌에 이어 아빠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쉽게 들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뭐든 다 내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방패가 사라진 셈이다. 일방적인 죽음 앞에서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이기도 전에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피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12살, 10살이라면 아직도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할 나이이므로 ‘내가 뭘 잘못해서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무의식적 죄책감을 갖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더 잘 이해시켜 주고 보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모두의 자살 소식은 너무나도 큰 트라우마가 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염려되는 사람은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외할머니도 포함된다.

남은 아이들을 키우며 이 모든 충격을 견뎌내고 있는 최진실씨 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유가족의 연쇄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은연 중이라고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자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고 불리는 자살의 모방효과가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 안에서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발간한 자살예방지침서에 따르면 유가족과 친지들의 악영향으로 한 사람의 자살자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람이 5~10명에 달한다. 어머니 역시 ‘나 때문에 아들, 딸,사위가 괴로워 자살했다’는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객관적 상황을 설명하고 심리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일반적인 애도반응과 달리 굉장히 복잡한 애도반응을 거칠 것이다. 부디 정신과 진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말고 받아보길 바랄 뿐이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마다않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을 시도한다. 자살이나 정신병력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신과나, 정신보건센터나 자살예방기관을 찾지 않는다. 자살 고위험군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새정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살 예방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자살예방협회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자살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사람은 그저 관심을 끌려는 게 아니다. 자살은 사전 시그널이 반드시 있고, 예방이 가능하며, 꼭 예방되어야 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 
우울증이나 자살이 예방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선뜻 정신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정신과 문턱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데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은데 우울증 치료과정이나 항우울제 부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모른척 할 수 없는 것이 우울증 치료다.

20대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 질병 1순위가 우울증으로 밝혀져있다.  이미 처방 10위권안에 우울증 약이 들어 있다. 1980년대부터 사용된 ‘프로작’은 이미 그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기존의 정신과 약이 왠지 하루종일 졸립게 만들고 중독 위험의 이미지를 가졌다면 이제 행복호르몬을 올려주는 세로토닌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울증은 의지의 질병이 아니라, 뇌의 변화가 동반되는 신체 질환이다. 그런데도 우울증에 걸리면 마음이 약해서 걸렸다고 생각한다. 고혈압, 당뇨병에 약물치료와 환자의 의지가 필요한 것처럼,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관련 약을 먹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왜 케이블카를 타고 산을 올라갈 수 있는데 혼자 힘들여서 산을 올라가려 하는가. 이왕이면 우울증 자체도 힘든데 케이블카를 타는 셈 치고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조성민 자살을 계기로 올해에는 자살 예방과 자살 유가족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정부와 의료인들의 노력이 다시 한번 강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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