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약초로 키가 큰 것은 100㎝에 이르고, 7~8월에 푸른 자줏빛 또는 하얀색의 종모양의 꽃이 줄기의 끝이나 가지의 끝에 하나씩 제일 윗부분에 핀다. 도라지는 우리나라의 산이나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데 뿌리를 나물로 먹고, 약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도라지 뿌리는 생채로 먹을 때는 약간 쌉쌀하면서 씹히는 질감이 좋지만 말리면 상당히 쓴맛이 나게 된다. 한약 이름은 길경(桔梗)이다. 도라지의 뿌리에는 사포닌(saponin)이 들어있다. 이 사포닌은 기관지의 분비기능을 항진시켜 가래를 삭이고 목 아플 때에 효과적이다.
암예방, 기관지염, 고지혈증, 당뇨병에 두루 효과 … 희소성과 약효는 무관
약리실험 연구 결과 진정작용, 진통작용, 해열작용, 소염작용, 항아나필락시스작용 등이 발견됐다. 자연산 도라지의 쓴맛 성분은 알칼로이드류와 배당체류로서 아직 다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기관지평활근을 활성화시켜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래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도라지의 사포닌은 용혈작용이 있어서 주사제로는 사용해서는 안된다. 경구투여하면 소화기관에서 가수분해되어 용혈작용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달여서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용혈작용이란 적혈구 세포막이 파괴돼 뭉친 피를 녹여 응고 및 지혈이 어렵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마취한 개에게 도라지 달인 물을 투여한 다음 호흡기관의 점액분비량을 측정해보면 현저하게 증가한다. 그 작용의 강도는 염화암모늄을 투여한 것과 비등할 정도이다. 마취한 고양이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확인됐다. 가래를 삭이는 작용의 대부분은 사포닌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고, 소량씩 투여하면 가벼운 오심 증상과 함께 반사적으로 기관지의 점액분비를 증가시키는 현상도 관찰됐다.
최근에는 도라지에서 종양을 억제하는 물질이 분리됐고, 항돌연변이 효과도 확인됐다. 도라지를 에틸아세테이트로 추출한 물질을 간암세포에 반응시키면 강한 항산화효과를 나타내 산화적 스트레스로 인해 세포가 암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예부터 한방에서 도라지를 급만성 편도선염, 급만성 기관지염, 화농성 기관지염, 인후염 등에 사용해왔는데 현대의 과학적 연구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도라지를 감초와 함께 사용하는 ‘감길탕’은 더욱 효과적이다. 도라지를 기관지성 천식환자에게 투여했을 때도 뚜렷한 효능이 인정될 정도로 도라지의 기관지 염증 개선효과는 좋은 편이다.
도라지는 폐와 기관지 기능을 강화시켜서 기침이나 가래를 치료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또 혈압과 혈당을 낮춰주는 기능이 있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고혈압 환자나 당뇨병 환자들이 먹으면 유익하다. 도라지는 체내 스테로이드와 갈릭산(galic acid)의 분비를 증강시켜서 체내 콜레스테롤 감소를 유도하기 때문에 고지혈증 환자들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도라지의 약효를 비교하기 위해서 용혈작용에 대한 실험을 해보면 야생도라지가 재배한 도라지보다 강하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것이 벗긴 것보다 강하다. 보라색 꽃이 핀 도라지가 흰색 꽃이 핀 도라지보다 강하다. 특히 2년 정도 자란 것이 1년 정도 자란 것보다 용혈작용이 강하며, 3년 정도 자란 것은 용혈작용이 가장 약하다. 따라서 굳이 오래된 도라지의 약효가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도라지의 특성을 보면 일부 신문광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굳이 10년 이상 오랫동안 재배한 일명 ‘장생도라지’가 나을 게 없다. 오래된 희소성만 강조하면서 오래된 것이 더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을 것처럼 그릇된 정보를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우리 민족이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물을 많이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어떤 나라에서도 도라지를 나물이나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곳은 없다. 쓰디쓴 씀바귀나 고들빼기도 나물로 먹는 우리 민족은 치커리나 겨자잎도 나물로 먹기도 한다. 서양인들이 나물을 먹는 방식은 드레싱을 뿌려 먹지만 우리는 나물 자체의 맛을 즐길 줄 안다. 이런 특성을 제대로 살려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굳이 오래된 도라지를 비싼 값에 구입해서 복용하기 보다는 1~2년 키운 여린 도라지를 나물이나 정과, 도라지청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고 본다.
도라지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므로 도라지생채, 도라지나물 등으로 많이 먹었다. 제사상에도 올라가는 삼색 나물 가운데 하나로 인정할만큼 흔한 재료이다. 예전에는 어느 산이나 들에도 야생도라지가 자랐으나 요즘에는 야생도라지를 채취하기보다는 대규모로 재배하는 곳이 많아서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호흡기가 약해서 가래가 많이 나오고 감기에 자주 걸리는 태음인 체질에게 투여하면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태음인의 경우 기침이나 감기 외에 소화력이 약한 경우에도 도라지를 처방할 정도로 도라지가 자주, 중요하게 사용된다.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면서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약물로 본다. 도라지를 약용으로 사용할 때는 말린 것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10~20g을 달여서 마시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는다. 다만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에게 과다한 용량의 도라지를 투여하면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