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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력 여성 대통령 후보 시대, 여성의 ‘재발견’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2-12-02 20:00:07
  • 수정 2012-12-08 22: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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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뇌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뇌과학의 열풍으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이 어떻게 인간심리에 미치는가 밝히는 연구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필자도 비만·스트레스 클리닉에서 만나는 10~70대의 여성 환자를 통해 여성의 심리와 호르몬의 상관성을 살펴보면서 여자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관찰하게 된다. 여성은 생리, 임신, 출산, 양육, 폐경 등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생물학적인 주기에 맞춰 심신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맞닥뜨리게 된다.

  여성이 여성을 잘 몰라 … 여자 마음은 호르몬 영향 커

여자 아이는 생후 2년간 엄마의 신경체계로부터 전수받은 현실감각의 지배를 받고 평생 영향이 미친다고 한다. 이에 비해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엄마의 신경체계로부터 받는 영향이 덜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그래서 이 땅의 많은 딸들이 “엄마 닮기 싫어. 엄마처럼은 안 살거야”라고 말하지만 모전여전의 운명에서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커가면서 깨닫게 될 것이다. 여성의 호르몬은 한달게 걸쳐 변화하는 생리주기와 초경, 임신, 출산, 폐경과 같은 거시적 생물학적 주기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다수 여성의 삶은 고달팠다. 수많은 위험과 질병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가 소아기를 벗어나자 마자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과거에는 출산 자체가 위험했고 산모의 사망까지 초래했다. 20세기 이전엔 평균수명이 50세 전후로 폐경기나 노령에 대해 염려할 만큼 오래 살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평균 수명은 88세이며 점점 증가할 것이다. 여성은 이제 오래 살게 됐고, 남은 삶의 기간 동안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으며, 학력과 직업 선택에서도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여성 투표권이 생긴지 백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토록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도 여성 대통령 후보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한 상태다.

남성보다 취약한 여성의 건강문제

이런 시점에서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자신의 몸과 마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연령별 호르몬의 변화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식이장애(폭식증·거식증), 스트레스, 알코올중독,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에서 취약하다. 우울증과 식이장애는 유병율이 여성이 남성보다 10배까지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음주문제만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늦은 나이에 음주를 시작하고 양도 더 적지만, 간경화나 간염의 경우 여성은 소량의 알코올로도 쉽게 발병한다.

여성과 남성의 해부학적인 차이는 생식기계와 골격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뇌와 심장 같은 기관에까지 차이가 존재한다. 45~64세의 여성 10명 중 1명은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65세 이상의 여성에서는 3명 중 1명 꼴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10년 일찍 첫번째 심장발작이 생겨 고생하는 경향이 있다. 그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하지만 젊은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이 남성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여성 생식기계통은 여성의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잘 알아두어야 한다. 여성 생식기계통은 자궁, 난관, 난소, 자궁경부, 외부 생식기로 구성된다. 여성은 질의 진균감염에서 자궁의 섬유양(fibroids)이나 난소낭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은 단지 생식계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조직과 골질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운동선수, 모델, 발레리나와 같이 저 체지방을 유지하기위해 애를 쓰는 여성이나 식이장애를 가진 여성에서는 충분한 양의 성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해 월경 중단, 골다공증, 약해진 뼈의 골절 등 문제를 겪게 된다.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심혈관질환, 뇌졸중, 골다공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갑상선호르몬의 과다 또는 부족으로 인한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이밖에 담석증이나 편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요로감염, 고혈압,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관절염, 유방암 등이 여성에서 훨씬 더 흔하다. 남성에게 많았던 폐암이나 대장암도 최근 몇년새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생리하는 여성은 불편하다

10대 소녀가 처음 겪게 되는 생리. 여자들이라면 모두 ‘초경’의 순간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든 싫든. 피할 수 없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리듬에 따라 뇌가 흠뻑 젖어 “여자는 이랬다 저랬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 친밀한 관계·우정과 사랑에 집착한다”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사춘기가 되면서 여자끼리 편지를 주고 받고, 마치 동성연애하듯 서로에게 질투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또 초경 이후 약 40년의 생애 동안 여성은 생리현상을 겪게 되고, 다수인 70~90%가 생리전증후군으로 골반통이나 기분이 불쾌해지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생리전증후군은 의학적 진단체계에서도 질환에 속한다. 여성으로서 당연히 참아내야 하는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와 진통제와 항우울제 등의 도움을 받아 삶의 질에 신경을 써보자.

성을 경험한 여성들은 신체뿐만 아니라 성에 대한 태도와 생활방식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는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성호르몬은 여성의 성생활에 깊은 영향을 준다. 여성은 또한 테스토스테론도 생산하는데 이것은 성적흥분에 필요하다. 여성의 성적 흥분을 무엇이 촉진하고 또는 억제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많은 여성들이 성적흥분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낮은 성욕, 성혐오, 성흥분장애, 성교 중 느끼는 통증(성교통)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만성질환, 관절염, 암,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 우울증 등은 성적흥분을 억제하는 반면 신체운동은 성적흥분을 향상시킬 수 있다.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사회활동과 더불어 성생활 역시 활발해지면서 남성 발기장애 치료제인 ‘비아그라’ 성공의 뒤를 이어, 질과 그 주변부의 혈류를 개선시켜 여성의 성적흥분을 돕는 약제의 개발이 한창이다.

임신은 여성이 결정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임신의 시기와 가질 아이를 제한하고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다. 미국에서는 15세에서 44세의 여성 94%가 원치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몇가지 출산조절방법(피임법)을 이용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출산조절의 궁극적인 책임은 종종 여성에게 있다.
여성의 선택은 경구피임약, 살정제, 피임용격막, 자궁경부캡, 월경주기이용법, 피임기구삽입, 자궁내장치를 포함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불임상태도 점점 늘어가고 있어서 현재 5쌍중 1쌍이라는 보고가 있다. 여성은 불임의 원인을 진단·치료하는 가운데 남성보다 스트레스와 감정변화에 민감해지므로 혼자서 애쓸 게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내는 게 필요하다.
임신은 여성의 심신뿐 아니라 직업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약 40%정도의 임신은 계획없이 이루어진다. 과반수 여성이 임신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계획임신을 통해 자신과 태어날 아이의 건강을 어떻게 동시에 최적하시킬지 미리 공부하고 실천해야 한다.
임신기간 동안 약물복용 및 태아 건강을 모니터하고, 분만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출산 후 아이가 있는 여성은 자신의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어머니로서 헌신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머니의 의무는 약60년이 지속된다. 한번 어머니는 영원히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소아의 3분의 1이 아버지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으며, 아직도 사회가 아이의 양육 책임을 어머니에게 의존하고 있다.

폐경은 삶의 끝 아냐 … ‘긍정적 측면’ 격려

폐경은 여성의 삶에 있어 월경이 중단되는 시기이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요즘은 ‘완경’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1950년대까지 폐경이란 여성에게 삶의 끝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여성도 이를 당연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폐경 증상에 대처할 수 있는 많은 의학적 방법들이 강구돼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여성을 격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면홍조는 힘의 솟구침으로 생각하자. 폐경을 월경이나 임신가능 기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으로 생각하자. 폐경을 인생의 대변동 사건이 아닌 단순한 전환기로 생각하라고 격려해보자.

여성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의 원인을 모두 뇌와 호르몬으로 설명하려들면 예민한 성격, 통제할 수 없는 분노, 눈물이 많은 감정변화를 모두 여성 또는 여성호르몬만 탓할 우려가 있다. 여성 대통령 후보가 기호 1번이 된 우리나라. 이제는 모성으로서 여성의 역할 뿐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가정과 일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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