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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거품 가득한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 홍은기 기자
  • 등록 2012-10-27 11:57:54
  • 수정 2019-10-02 11: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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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품 회사 달콤한 속삭임에 속지 말아야

2012년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12.3% 성장했던 8조9000억원(생산액 기준)보다 소폭 상승한 9조6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백화점과 방문판매 등이 마이너스 성장 또는 저성장세를 보인 반면 브랜드숍과 홈쇼핑, 헬스&뷰티숍, 온라인쇼핑몰 등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장품 생산 순위 12위, 외국화장품 ‘바가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세계 12위권에 든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비자 가격으로 환산하면 12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올해 무역 규모가 세계 8강에 들었으니 화장품 산업이라고 12위권에 드는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화장품은 전형적인 내수소비재로서 보건복지부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화장품 산업의 총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11.4%에 불과하다. 선진국 대비 국내 화장품 산업의 기술수준은 67.4%, 브랜드파워는 미국·일본 대비 50%, 프랑스 대비 2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 따르면 외국 명품 화장품의 국내판매가격은 2~4위권으로 일부 립스틱의 경우 원가의 8배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도 수입화장품이 날개돋힌 듯 팔리니 외국사들이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최근 1~2년새 설화수, 오휘 등 국내 브랜드가 백화점 판매량 1~5위권에 드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은 과거 성인 여성의 전유물이던 화장품이 10대를 위한 전용제품이 출시되고, 백화점에서도 남성전용 매대가 생기는 등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 이름난, 더 비싼 화장품으로 자신을 꾸미고 있다. 화장품 업계 역시 이 점을 착안해 기능성 화장품, 줄기세포 화장품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열노화 방지’(적외선 자외선 일상생활열로부터 피부 보호), ‘이너 뷰티’(먹는 화장품을 이용한 내적 피부노화 방지), 심해 플랑크톤에서 추출했다는 ‘마린 펩타이드’, ‘수분보급’ 등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수많은 기능성 화장품과 다양한 제형의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에 함유된 성분이 적고 많음에 따라 좋은 화장품인지 구분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법이 정한 화장품의 고전적인 정의는 “인체를 청결, 미화해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 모발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이다. 인체에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없을 뿐 아니라 그 작용도 경미한 것이 화장품의 핵심이다.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인체에 안전성이 확보된 성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모든 화장품은 화학성분이 함유돼 있어 무조건 많이 쓰고 자주 사용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장품은 70% 이상 물로 이뤄졌다. 물에 유분을 첨가해 피부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게 화장품의 기본 원리다. 물과 기름은 자연 상태에서 섞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섞기 위해 △유화제 △가용화제 △분산제 △습윤제 등 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 아울러 개봉한 화장품이 변질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방부제를 넣고 빛깔과 향을 위해 향료와 색소도 첨가한다.
이들 성분 중 일부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아무리 좋은 성분을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을 사용하기 앞서 안전성과 올바른 사용법을 확인하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기초 4종 세트·안티에이징 제품은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화장품은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등 4종을 기초로 구성돼 있다. 이는 남성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국내의 경우로 제한된다. 한 화장품 업계 종사자는 “기초 4종 세트는 더 많은 제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려는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외국 화장품 가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했다. 사실 스킨·로션·에센스·크림 등은 유사한 원료에 화장품의 점성과 탄성을 결정하는 화학물질인 ‘폴리머’(Polymer)를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묽은 순서대로 제조된 것이다.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25세부터 피부가 서서히 노화된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퍼트린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주름·피지·피부건조·유해산소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입한다. 이 결과로 소비자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에 빠지게 되고 화장품 회사는 ‘안티에이징’ 기능의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남녀의 피부를 비교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표피와 진피층이 더 두껍고 피지가 더 많이 나오는 대신 피하지방이 적다. 따라서 여자의 피부는 결과 촉감이 부드러운 대신 빨리 노화하는 게 당연한데 남자까지 이른 나이에 화장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다만 남자들도 자외선 노출, 술과 담배로 인한 피부손상에 주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피부노화는 20대 초반부터 일어나지만 30대까지는 보습성분과 지질이 균형을 이루는 적당한 제품을 사용하면 피부노화나 트러블이 심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피부의 노화를 막기 위한 비결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적절한 섭취, 숙면, 적당한 운동, 자외선 차단 등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화장품 과다사용은 피부노화 ‘지름길’ 

사람들은 아름다운 피부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더 비싼 화장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피부에 화장품이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피부는 더 빨리 노화한다. 스킨·로션 등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보습제가 들어 있는데 여기에는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 글리콜(glycol)등 유해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돼 합성되는 성분으로 자동차 브레이크윤활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끄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메이크업·헤어제품·모이스쳐라이져·에프터쉐이브·치약·구강청정제 등 대부분의 화장품에 함유돼 있다.
프로필렌글리콜은 단백질을 녹이는 성질이 있어 피부보호막에 상처를 주고 건조피부나 피부표면파괴, 뾰루지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뇌·간·신장계통에 알레르기와 독성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글리콜은 공업용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인체 조직에 흡수되면 간과 신장 등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화장품을 한꺼번에 바르는 것은 피부의 항상성을 무너트린다. 인간의 피부는 외부환경에 맞춰 천연로션인 ‘피지’와 스킨인 ‘땀’을 배출하게 돼 있다. 외부에서 수분과 피지가 과다하게 공급되면 이것의 분비를 조절하는 능력에 이상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피부가 유분과 수분 배출량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인체는 자가조절능력을 잃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식하면 몸에 해롭듯 화장품도 과용하면 좋지 않다.

10대 화장의 대가는 20대 잔주름으로 돌아와 

화장품 회사는 눈가 주름을 예방하기 위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이크림을 바르기 시작하라고 권유한다. 심지어 18세부터 아이크림 바르기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부추기는 화장품 회사도 있다. 실제 이에 대해 고민하는 10대들도 상당수다.
청소년기에는 피부 자정능력이 활발하다. 넘어져 다쳐도 피부가 아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런 10대 피부에 10대 피부에 화장으로 자극을 주면 상처 회복 능력이 일찌감치 마비될 수 있다. 10대에 피부를 혹사한 대가는 20대에 돌아오게 돼있다. 장기간 화장으로 인한 노폐물로 모공이 막힌 피부는 호흡과 흡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피부 자체의 흡수력이 떨어져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쓰더라도 이를 회복하기 쉽지 않고 잔주름도 빨리 찾아온다.

단기간 효과내는 화장품은 금지성분 의심해봐야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난다는 화장품은 일단 성분이나 안전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부 주기상 새 화장품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30일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한지 일주일 만에 피부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면 상당수는 산화납·수은화합물·과산화수소·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등 사용이 금지된 원료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드로퀴논은 멜라닌 생성효소를 억제해 피부미백 효과를 촉진하는 성분으로 과거에는 화장품에 쓸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의약품 원료로 분류돼 화장품에 배합하는 것이 절대 금지됐다. 이같은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을 사용해 파괴된 피부조직은 웬만한 방법으로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
금방 효과를 낸다는 제품은 미백효과를 내는 기능성 화장품에 흔하다. 색소가 침착된 기미·잡티 등을 제거하는 피부미백은 병원에서도 레이저치료로 멜라닌색소를 기화 또는 연소시켜야 일정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로 이미 색소가 침착된 부위는 멜라닌 색소가 환원되는 과정을 거쳐야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때문에 화장품만으로 단기간에 미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제품은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
피부를 곱고 환하게 만드는 미백은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평소 자외선 차단은 몰론 각질관리만 잘해도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멜라닌 색소 중 일부는 각질에 붙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각질이 쌓이지 않도록 세안과 클렌징을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유기농 화장품·홈메이드 화장품이 대안?

유기농 화장품은 합성보존제나 향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원료로 제조한 제품으로 소비자 안정과 제품의 안전성을 위해 자연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17종의 합성원료에 대해 5%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유기농 화장품에 대해 ‘유기농 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표시 및 광고할 수 있는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기농 화장품은 △전체 구성성분 중 95% 이상이 동·식물 등에서 유래한 원료 △전체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돼 있는 제품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 구성성분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된 화장품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은 천연유래 성분을 사용하지만 자신의 피부와 맞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인공적인 물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유기농 화장품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화장품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

보존제 처리를 하지 않은 홈메이드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냉장보관하거나 일주일 이내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홈메이드 화장품재료들도 잘 살피지 않으면 불순물이 많은 원료를 쓰게 될 수 있다. 정확한 제조법에 따라 제조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부를 해칠 수 있어 제조방법과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줄기세포 배양액을 넣은 화장품의 경우 줄기세포 활성(살아있는 세포성장인자)이 액체상태로 살아남아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병원용 화장품이란 것도 당국이 별도의 카테고리를 정한 게 아니라 이를 디자인·판매하는 의료기관이 ‘메디컬’임을 앞에서 의학적 효과가 있다고 내세우나 임상시험을 거친 것도 아니다. 강력한 효과를 앞세우다보니 일부 성분이 과다하거나 오히려 질이 좋지 않은 원료를 써 피부트러블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화장품은 기껏해야 1㎜ 깊이도 못되는 피부결을 매끄럽게 느끼게 하는 환상이나 기만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이라고 방부제와 피부에 무익한 것은 조금만 첨가돼야 한다. 원래 몸에서 분비된 피지는 싹 닦아내고 피지를 흉내낸 방부진 담긴 에센스를 발라주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가장 좋은 것은 전신건강을 유지해 몸에서 스스로 콜라겐이나 엘라스틴이 잘 생성되도록 유도하고 자외선이나 일상의 열(난방·취사 등)을 방어해 색소침착 및 피부노화를 막는 것이다.
외국의 이른바 명품 화장품 CEO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개념이 있다. “화장품은 물질을 파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파는 것”, “비싸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사고 싶게 만들라”, “ 차별화된 고가 브랜드 전략은 언젠가 시장에서 보답받게 돼 있다” 등이다. 화장품은 결코 가격과 품질, 또는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는다. 너무 헐하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자기의 피부타입과 성향에 맞는 것을 조금만 바르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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